2013-12-15
CBS 이진성 프로듀서
오승환 오보 사태, 한국 야구史를 스스로 부정하는가?
오승환 집단 오보 사태를 계기로, 일제강점기 ‘야구계의 손기정’은 나몰라라 하는 언론 그리고 우리 야구계 및 체육계의 잘못된 역사인식과 무지에 대한 따끔한 질타가 나왔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14일 CBS 라디오 <주말 시사자키 윤지나입니다>(FM 98.1MHz. 18~20시)에 출연해 “모든 언론이 ‘한신의 78년 역사에서 한국선수 영입은 오승환이 처음’이라는 집단 오보 사태를 냈는데, 이것은 단순한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라고 넘겨서는 안 될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평론가는 “지난 4일 오승환 선수의 일본 한신 타이거스 입단식에서 나카무라 단장이 ‘한신의 78년 역사에서 한국선수 영입은 오승환이 처음’이라는 잘못된 발언을 했는데, 우리는 모든 언론이 이것을 그대로 인용해서 보도했을 뿐 아니라, 야구계와 체육계 어디서도 정정을 요구하거나 문제 삼는 이들이 없었다”면서 “이것은 역사의식을 결여한 명백한 오보 사태”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 근거로 “우리에게는 이미 1938년에 한신 타이거스 구단에 스카우트돼서 조선의 혼을 던졌던 박현명이라는 투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짚은 뒤 “박현명은 조선의 야구 스타였고, 당시에 동아일보가 조선야구의 보물인 명투수 박현명군이 타이거스 구단에 입단한다고 보도할 정도로 조선인들의 가슴에 뿌듯함을 안겨줬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신 타이거스 단장이 이번에 박현명 선수를 무시하고 오승환 선수를 최초의 한신 구단 입단 선수라고 소개한 것은, 단순한 무지의 실수일 수도 있지만 그들의 역사관 때문일 수도 있다”면서 “1938년은 1937년 중일전쟁을 기점으로 황국신민화와 내선일체, 창씨개명 등 민족말살정책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던 때이기 때문에, 일본이 손기정을 한국인으로 인정하지 않았듯 1938년 입단했던 박현명 역시 한국인으로 인정하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본인 구단장이야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일본 한신의 구단장이 만약 식민사관에 입각해 박현명 선수를 한국인 선수로 보지 않고 발언한 것이라면, 우리 언론들뿐 아니라 야구계와 체육계까지 그들의 잘못된 사관을 걸러내지 못한 채 우리 야구 역사를 스스로 부정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안타까운 부분은, 대한야구협회나 KBO에서 기록을 관리하는 이들 그리고 대학이나 체육계, 야구계에서 체육사를 공부한 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하는 점”이라면서 “야구 기자라고 해서 야구를 모두 다 안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여기서 중요한 것이 야구계와 체육계 전문가들의 역할인데, 잘못된 보도들이 쏟아진 후에도 아무도 잘못을 지적하지 않았고, 기자들의 정정보도도 나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 평론가는 “우리가 박현명을 잊지 말아야 될 이유는, 일제강점기뿐만이 아니라 해방 이후에도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면서 중요한 기록들을 갈아치운 한국인 선수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뒤 “일본프로야구에서 최초의 퍼펙트게임 기록을 세운 주인공도 이팔룡이라는 조선인 투수였다. 1942년에 요미우리에 입단해서 14년간 활약했는데 통산 방어율 1위, 통산 승률 1위를 기록하면서 당대의 일본프로야구를 휩쓸었던 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일본프로야구 통산 최다승의 주인공인 가네다 마사이치나 통산 최다안타 주인공인 하리모토 이사오가 김경홍과 장훈이라는 재일교포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밝힌 뒤 “해방 이후에 일본에서 활약하면서 나중에 귀화했던 분은 한국계 일본인인 일본 국적으로 봐야 하겠지만, 박현명처럼 조선에서 일본으로 스카우트됐다가 다시 조선으로 돌아온 인물은 명백한 한국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오늘날 우리가 한국야구의 저변이 엷네, 선수가 부족하네 하면서도 WBC에서 준우승하고 올림픽에서도 우승을 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우리 야구 역사 저력의 반영”이라며, “박현명 같은 인물이 무시되거나 부정되는 것은 우리가 우리 역사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문제 삼았다.
최 평론가는 “이번 오승환 집단 오보 그리고 정정 보도 자체 역시 전무했던 이번 사태를, 우리 스포츠 역사를 다시 소중하게 돌아보며 잘못된 역사관을 걷어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14일 CBS 라디오 <주말 시사자키 윤지나입니다>(FM 98.1MHz. 18~20시)에 출연해 “모든 언론이 ‘한신의 78년 역사에서 한국선수 영입은 오승환이 처음’이라는 집단 오보 사태를 냈는데, 이것은 단순한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라고 넘겨서는 안 될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평론가는 “지난 4일 오승환 선수의 일본 한신 타이거스 입단식에서 나카무라 단장이 ‘한신의 78년 역사에서 한국선수 영입은 오승환이 처음’이라는 잘못된 발언을 했는데, 우리는 모든 언론이 이것을 그대로 인용해서 보도했을 뿐 아니라, 야구계와 체육계 어디서도 정정을 요구하거나 문제 삼는 이들이 없었다”면서 “이것은 역사의식을 결여한 명백한 오보 사태”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 근거로 “우리에게는 이미 1938년에 한신 타이거스 구단에 스카우트돼서 조선의 혼을 던졌던 박현명이라는 투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짚은 뒤 “박현명은 조선의 야구 스타였고, 당시에 동아일보가 조선야구의 보물인 명투수 박현명군이 타이거스 구단에 입단한다고 보도할 정도로 조선인들의 가슴에 뿌듯함을 안겨줬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신 타이거스 단장이 이번에 박현명 선수를 무시하고 오승환 선수를 최초의 한신 구단 입단 선수라고 소개한 것은, 단순한 무지의 실수일 수도 있지만 그들의 역사관 때문일 수도 있다”면서 “1938년은 1937년 중일전쟁을 기점으로 황국신민화와 내선일체, 창씨개명 등 민족말살정책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던 때이기 때문에, 일본이 손기정을 한국인으로 인정하지 않았듯 1938년 입단했던 박현명 역시 한국인으로 인정하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본인 구단장이야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일본 한신의 구단장이 만약 식민사관에 입각해 박현명 선수를 한국인 선수로 보지 않고 발언한 것이라면, 우리 언론들뿐 아니라 야구계와 체육계까지 그들의 잘못된 사관을 걸러내지 못한 채 우리 야구 역사를 스스로 부정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안타까운 부분은, 대한야구협회나 KBO에서 기록을 관리하는 이들 그리고 대학이나 체육계, 야구계에서 체육사를 공부한 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하는 점”이라면서 “야구 기자라고 해서 야구를 모두 다 안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여기서 중요한 것이 야구계와 체육계 전문가들의 역할인데, 잘못된 보도들이 쏟아진 후에도 아무도 잘못을 지적하지 않았고, 기자들의 정정보도도 나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 평론가는 “우리가 박현명을 잊지 말아야 될 이유는, 일제강점기뿐만이 아니라 해방 이후에도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면서 중요한 기록들을 갈아치운 한국인 선수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뒤 “일본프로야구에서 최초의 퍼펙트게임 기록을 세운 주인공도 이팔룡이라는 조선인 투수였다. 1942년에 요미우리에 입단해서 14년간 활약했는데 통산 방어율 1위, 통산 승률 1위를 기록하면서 당대의 일본프로야구를 휩쓸었던 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일본프로야구 통산 최다승의 주인공인 가네다 마사이치나 통산 최다안타 주인공인 하리모토 이사오가 김경홍과 장훈이라는 재일교포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밝힌 뒤 “해방 이후에 일본에서 활약하면서 나중에 귀화했던 분은 한국계 일본인인 일본 국적으로 봐야 하겠지만, 박현명처럼 조선에서 일본으로 스카우트됐다가 다시 조선으로 돌아온 인물은 명백한 한국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오늘날 우리가 한국야구의 저변이 엷네, 선수가 부족하네 하면서도 WBC에서 준우승하고 올림픽에서도 우승을 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우리 야구 역사 저력의 반영”이라며, “박현명 같은 인물이 무시되거나 부정되는 것은 우리가 우리 역사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문제 삼았다.
최 평론가는 “이번 오승환 집단 오보 그리고 정정 보도 자체 역시 전무했던 이번 사태를, 우리 스포츠 역사를 다시 소중하게 돌아보며 잘못된 역사관을 걷어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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