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3일 금요일

[인사이드MLB] 포지와 몰리나, 그리고 다저스

출처: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world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224&article_id=0000003404
2015-03-12
김형준 칼럼


카리스마 넘치는 야디 ⓒ gettyimages/멀티비츠

LA 다저스의 최대 라이벌을 내셔널리그 안에서 찾자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다.
샌프란시스코는 두말할 필요 없는 100년지기 라이벌. 세인트루이스는 최근 들어 포스트시즌에서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내셔널리그가 차지한 월드시리즈 우승의 53%(25/47)를 만들어낸 세 팀은(세인트루이스 11회, 샌프란시스코 8회, 다저스 6회), 내셔널리그의 최고 명문 자리를 다투고 있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한편 뉴욕 양키스 혼자 월드시리즈 우승의 43%(27/63)를 점유하고 있다.
*아메리칸리그에도 다저스의 숙적이 있다. 한지붕 아래 살았던 양키스다. 지금까지 양키스와 다저스만큼 월드시리즈에서 많이 붙은 팀은 없는데, 그러나 다저스는 첫 다섯 판을 내리 진 것을 포함해 11전 3승8패에 그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와 샌프란시스코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5년 간 내셔널리그 우승을 나눠 가진 팀이라는 것(샌프란시스코 2010, 2012, 2014년 / 세인트루이스 2011, 2013년). 또 하나, 버스터 포지(27)와 야디에르 몰리나(32)라는 최고의 포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지는 풀타임 4년 만에 신인왕, 리그 MVP, 재기상, 타격왕과 함께 세 개의 우승 반지를 따냈으며, 역시 우승 반지 두 개(2006 2011)를 보유한 몰리나는 골드글러브 7연패를 이어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우승에 성공한 2010, 2012, 2014년의 공통점은 모두 짝수해라는 것. 그리고 포지가 3할 타율에 성공한 해라는 것이다. <포지의 규정 타석 3할>은 샌프란시스코의 우승 부적이다. 지난 5년의 경험을 통해 포지의 체력을 안배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한 브루스 보치 감독은, 포지의 1루수 출전 시간을 더 늘려줄 가능성이 높다(포수 통산 .301, 1루수 통산 .354).
세인트루이스는 2006, 2011, 2013년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그 세 시즌의 또 다른 공통점이라면 모두 몰리나가 120경기 이상 출전한 해라는 것이다. 지난해 몰리나는 110경기 출장에 그쳤다. 7월10일에 오른 엄지 손가락 부상을 당하며 두 달 가까이 자리를 비운 탓이었다. 몰리나 없이 21승19패에 그칠 때까지만 해도 지구 우승을 장담할 수 없었던 세인트루이스는(1경기반 차 2위), 몰리나의 복귀와 함께 19승11패를 내달려 2경기 차 우승을 차지했다.
몰리나의 건강이 더 중요한 이유 에이스 애덤 웨인라이트(33)와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24) 때문이다. 특히 웨인라이트는 지난해 몰리나와 호흡을 맞춘 22경기에서 15승4패 1.78(162이닝 32자책) 다른 포수들(토니 크루스, A J 피어진스키)이 공을 받아준 10경기에서 5승5패 3.88(65이닝 28자책)을 기록했을 정도로, 다른 어린 투수들보다도 더 몰리나에게 의지하고 있다. 로젠탈 역시 몰리나 경기에서의 피안타율이 .215였던 반면 나머지 경기에서는 .245였다.
로젠탈은 다저스와의 디비전시리즈 내내 흔들리면서도 세 번의 세이브를 모두 성공시켰다. 공 하나 하나를 던질 때마다 몰리나가 득달같이 달려와 다독인 덕분이었다. 그러나 로젠탈은 몰리나가 경기 중 부상으로 교체된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서는 폭투로 동점을 내주고 마침내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로젠탈에게 있어 몰리나는 흔들리는 '우리 아이'(제구)를 달라지게 하는 '오은영 선생님'(필자 같은 육아 프로그램 마니아에게는 '오느님'으로 불린다)이다.
몰리나는 2차전 부상을 통해 2004년 월드시리즈 4차전부터 이어온 포스트시즌 83경기 연속 선발 출장(ML 최고 기록)이 중단됐는데, 몰리나가 사라진 세인트루이스는 샌프란시스코에게 내리 3연패를 당했다.
다저스는 포수들의 승리 기여도(이하 fwar)가 ML 17위였던 2013년에도, 심지어 최하위였던 지난해에도 지구 우승에 성공했다(지난해 1위 밀워키, 2위 피츠버그, 3위 샌프란시스코, 4위 클리블랜드).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몰리나의 세인트루이스에게 2년 연속으로 패했다. 몰리나가 토니 라루사보다 덜 영민한(?) 마이크 매시니 감독을 대신해 적극적으로 경기를 끌어가고 있는 반면, '조용한 감독'을 두고 있는 다저스는 A J 엘리스(33)가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겨울 때마침 FA 시장에는 '몰리나 다음으로 몰리나 같은 포수'가 나왔다. 앤드류 매커친과 더불어 20년 연속 5할 실패의 고리를 끊어준 러셀 마틴(32)이었다. 그러나 프리드먼과 자이디는 러셀의 리더십과 투지보다는 계약의 효율성을 택했다. 마틴은 5년 8200만 달러를 부른 고향 팀 토론토로 갔다.


야스마니 그랜달 ⓒ gettyimages/멀티비츠
프리드먼과 자이디가 새로 고른 포수는 아무도 예상 못한 야스마니 그랜달(26)이었다. 프리드먼은 데뷔 후 12년 동안 백업으로만 뛰었던 37살의 호세 몰리나에게 주전 마스크를 씌웠을 정도로 프레이밍(미트질로 추가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라면 껌뻑 죽는데, 그랜달은 지난해 5000구 이상을 받은 32명의 포수 중 6위에 올랐을 정도로 정상급 프레이밍 능력을 가지고 있다(1위 최현-콩거, 2위 호세 몰리나, 3위 레네 리베라, 4위 미겔 몬테로, 5위 마이크 주니노, 7위 포지, 8위 루크로이, 10위 마틴, 28위 엘리스).
문제는 그랜달이 어깨도 강하지 않으며(통산 도루 저지율 17%, 몰리나 45%, 마틴 32%, 포지 32%, 엘리스 33%) 블로킹 능력도 뛰어나지 않다는 것. 프레이밍을 제외한 모든 수비 능력이 떨어지는 포수다.
그러나 지난해 포수들의 공격력(.181 .283 .261)이 30개 팀 최하위였던 다저스로서는(투수 .163 .207 .218) 펫코파크가 아닌 곳에서는 통산 .260 .358 .443(OPS .802)를 기록 중인 그랜달이 공격에서 크게 활약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OPS .800이 넘었던 포수는 포지(.854)와 루크로이(.837) 두 명뿐이다. 다저스는 '그랜달-롤린스-켄드릭' 내야 센터라인의 공격력이 지난해 '엘리스-라미레스-고든'과 비교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엘리스와 그랜달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될까.
먼저 사이영상 수상식에서까지 엘리스를 특별히 언급하는 등 '견우와 직녀'가 된 커쇼와 엘리스의 사이를 떼어 놓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엘리스의 내조를 틈날 때마다 강조하고 있는 커쇼는, 엘리스의 노후까지 책임져 줄 기세다). 그랜달의 특징은 엘리스에 비해 미트질이 뛰어난 반면 도루 저지와 블로킹이 약하다는 것. 이에 주자 견제가 뛰어나고 폭투 위험성이 적은 투수들인 잭 그레인키와 류현진의 경기는 그랜달이 전담하게 될지도 모른다. 두 투수의 뛰어난 제구력이 그랜달의 미트질과 어떤 조화를 이룰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유행하고 있는 것은 오클랜드발 플래툰이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 팀들은 확실한 주전을 구하지 못한 자리에만 플래툰 시스템을 가동했다. 그러나 오클랜드는 플래툰 자리를 아예 작정하고 많이 만드는 전략으로 '머니볼 시즌2'에 성공했다(오클랜드는 지난 3년 간 아메리칸리그 최고 승률을 기록한 팀이다). 2억6000만 달러짜리 팀인 다저스에서 만들어진 유일한 플래툰 지역은, 바로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두 명이 뭉치게 된 포수다(돈벼락을 맞은 일반적인 단장이라면 일단 확실한 포수부터 구하고 봤을 것이다).
좋은 포수는 승리를 이끈다. 아니 우승을 이끈다. 물론 찾아보면 반대의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와 세인트루이스의 가을 수확을 부러운 눈으로 지켜본 다저스 팬 입장에서는 동의하지 않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다저스의 WS 우승 당시 포수
1955 : 로이 캄파넬라
1959 : 존 로즈보로
1963 : 존 로즈보로
1965 : 존 로즈보로
1981 : 마이크 소시아
1988 : 마이크 소시아
과연 다저스는 화려한 스타 포수 없이도 목표 달성에 성공할 수 있을까. 더불어 2012년(포지 7.3) 2013년(몰리나 5.5) 2014년(루크로이 6.3) 3년 간 최고 포수 자리를 나눠 가진, 최고 포수 3인방의 4라운드 결과도 궁금하다.
2010-2014 포수 fwar 순위
1. 버스터 포지(SF) : 23.8
2. 야디에르 몰리나(STL) : 21.6
3. 조 마우어(MIN) : 18.2
4. 카를로스 루이스(PHI) : 16.9
5. 마이크 나폴리(BOS) : 16.4
6. 러셀 마틴(TOR) : 16.0
7. 브라이언 매캔(NYY) : 15.6
8. 조너선 루크로이(MIL) : 15.5

김형준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