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15
글: LG 트윈스 스카우트팀 정성주
명예의 전당 야구기자 레너드 코페트는 “야구단의 성패는 스카우트의 손에 달려 있다”고 썼다. 팀 성적을 좌우하는 것은 구단도 감독도 아닌 선수의 능력이다. 감독이 아무리 신출귀몰한 야구의 신이라도 선수가 감독의 의도를 따라주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좋은 선수들이 많이 모인 팀이 곧 강팀이다. 스카우트는 그런 우수한 선수를 발굴하고 영입하는 일을 담당한다. 신인 선발은 물론 트레이드와 FA 영입, 외국인 선수 영입 등이 스카우트의 손을 거쳐 이뤄진다. 그래서 코페트는 스카우트의 임무가 “유명 감독이나 구단 임직원보다 더 막중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야구계에서 스카우트들만큼 중요한 임무를 갖고 있으면서 그토록 무시당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 일년 열두달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며 땡볕과 비바람 아래서 일하지만, 스카우트의 노고와 중요성을 알아주는 사람은 드물다. 스카우트가 누구인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도 대부분 잘 모른다. 그래서 준비했다. <스크루볼 코미디>에서는 현직 프로구단 스카우트로 활동중인 LG 트윈스 정성주 차장의 스카우트 이야기를 앞으로 매달 1회에 걸쳐 야구팬들에게 전할 예정이다. 1992년 LG에 입단해 1996년부터 스카우트 업무를 시작한 정 차장은 LG에서 스카우트로만 18년째 일하고 있는 장수 스카우트다. 오랜 현장 생활을 바탕으로 한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스카우트의 업무와 선수 선발 기준, 스카우트의 희로애락에 대해 들려줄 것이다. 야구팬들이 야구단의 성패를 좌우하는 스카우트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스카우트는 야구단의 성패와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자리다. 사진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수 지명을 놓고 회의중인 스카우트들의 모습. (사진=서우리)
안녕하세요, LG 트윈스 스카우트 정성주입니다. 아마도 야구팬 여러분 중에는 제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분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1992년 LG에 투수로 입단해 선수로 뛰었고, 은퇴 이후에는 프런트 일을 시작해서 1996년 이후 지금까지 줄곧 스카우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언제고 아마추어 경기가 열리는 야구장에 오시면, 홈플레이트 뒤편 스카우트석에 앉아 레이더건과 초시계를 들고 있는 저를 보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지면을 통해서나마 이렇게 야구팬 여러분과 만날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쁩니다. 이제부터 매달 한 회씩 제가 그동안 스카우트로 일하면서 느낀 점과 야구선수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점, 재미있는 스카우트 뒷이야기를 여러분께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많은 아마추어 선수와 팬들이 가장 궁금해 할 만한 질문에 대해 제 나름의 대답을 들려드릴까 합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질문입니다.
“봉중근, 이승엽, 김현수 같은 프로야구 스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프로 구단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아마추어 선수를 선발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스카우트들이 선호하는 선수는 어떤 유형인가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법’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여기서 잠깐 지난해 열린 신인 드래프트를 되돌아볼까요. 작년 드래프트에서 프로팀의 선택을 받은 선수는 총 95명이었습니다. 그해 고교와 대학을 졸업한 프로 지명 대상자가 675명이었으니까 약 14% 정도의 선수가 프로 유니폼을 입는데 성공한 셈이죠. 그나마 지난해는 신생팀 NC의 참여로 지명받는 선수 수가 늘어서 그 정도입니다. 그전까지는 전체 대상자 중 지명 비율은 10%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누구나 류현진과 김광현을 꿈꾸며 야구를 시작하지만, 실제로 그 꿈을 이루는 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얘기죠. 프로야구 선수가 된다는 게 그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스타가 되는 건 더 어렵구요. 단지 타고난 재능이나 신체조건만 좋아서 되는 일도 아니고, 그저 무조건 ‘열심히’만 한다고 프로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스카우트로 많은 선수를 관찰하다 보면 종종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다들 장래 희망은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거라고 말하죠. 하지만 그 꿈을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열심히 하긴 하는데 그냥 ‘맹목적으로’ 열심히만 하는 선수도 있고, 아마추어 레벨에서 거둔 성공에 도취되어 자기는 무조건 프로에 간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로에서 원하는 건 ‘아마추어에서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프로에 와서 잘 할 수 있는 선수’인데 말입니다. 만일 그들에게 프로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운동해서 야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누군가 가르쳐 줬다면 어땠을까. 그러면 좀 더 많은 인재가 프로의 선택을 받고, 많은 팬들의 환호 속에 활약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서 이 글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죠.
1. 기본기에 충실해라
매일 아마야구 경기와 선수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관찰하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잘하는 선수가 많아서? 물론 그럴 때도 있지만 그런 건 아주 드문 경우죠. 제가 놀라는 건 의외로 많은 선수가 ‘기본기’를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몸개그라도 하듯 괴상하기 짝이 없는 자세로 공을 던지는 선수, ‘절대 따라하지 마시오’라고 자막이라도 넣어야 할 것 같은 자세로 타격을 하는 선수들이 어찌나 많은지. 어떤 때는 ‘세상에 저런 선수도 유니폼을 입고 야구를 하는구나’ 싶을 때도 있을 정도랍니다.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물어보면 대개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문제점을 알긴 아는데, 지금 대회 기간이라서 고치지 않고 있어요.’ ‘제가요, 노력은 하는데 좀처럼 고쳐지지 않아요.’ 본인 스스로는 고치려고 노력했지만 잘 안 되서 포기한 경우도 있을 겁니다. 아니면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했거나, 야구를 그렇게 오래 했는데도 아직도 어떤 게 올바른 자세인지를 모르는 경우도 있겠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고교 감독들에게도 물어봅니다. 대부분 ‘중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나쁜 자세가 굳어져 습관이 됐다’고 하더군요. 중학교 감독에게 물어보면 초등학교에서 제대로 못 배워서 그렇다고 할지도 모르죠. 실은 프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거액을 들여 지명한 신인 선수인데도 입단 직후 캐치볼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는 경우가 한둘이 아닙니다. 이유는 하나. 기본기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좋은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한 겁니다. 더 중요한 건 선수 자신이 기본기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기본기 습득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죠. 이게 ‘왜’ 중요한지를 스스로가 알고 하는 것과, 왜 하는지도 모르고 하는 것은 차이가 크니까요.

기본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세계청소년야구대표팀 선수들의 캐치볼 장면. (사진=배지헌)
어째서 기본기가 중요할까요? 기본기는 야구에서 나오는 모든 플레이의 가장 기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미술로 치면 드로잉과 뎃셍이나 마찬가지고, 음악으로 따지면 바이엘과도 같습니다. 바이엘도 배우지 않은 사람이 드뷔시나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제대로 연주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할 겁니다. 다른 분야를 살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건물도 기초공사가 잘 되어야 튼튼하고 멋진 건물을 지을 수 있고, 수학도 기초 공식을 알아야 나중에 고등수학을 배울 수가 있는 법이죠.
기본기가 잘 갖춰진 선수는 기량이 발전하는 속도가 빠르고, 발전 가능성도 높습니다. 프로팀에 입단해서도 남들보다 앞서나갈 확률이 높죠. 처음부터 다시 기초공사를 하는 시간낭비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기본이 되어 있으면 그 다음 단계인 파워향상, 기술, 작전 등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기본기가 좋은 선수는 부상 없이 오랫동안 꾸준한 활약을 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프로야구에서 10년 이상 꾸준한 활약을 보인 스타 선수들을 한번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대부분 탄탄한 기본기를 기반으로, 그 위에서 자신만의 개성과 재능을 발휘한 선수들입니다. 반면 기본기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는 기량 향상에 한계가 분명합니다. 기본기를 무시하고, 기초가 부실한 상태로 당장 경기에서 성적을 내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야구를 해서는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죠. 당장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내더라도, 경기를 거듭하고 높은 레벨로 올라갈수록 반드시 벽에 부딪히게 되어 있습니다.
취미삼아 사회인 야구를 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야구 외에 스키나 테니스, 골프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처음에 기초를 제대로 배우지 않고 그냥 재미삼아 하다 보면, 나중에 어느 순간이 되면 더 이상 실력이 늘지를 않죠. 결국엔 기초부터 다시 배우기 위해 처음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안 좋은 습관이 배어 좀처럼 고치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초심자가 아닌 이상 기본기 훈련은 따분하고 재미없게 느껴지게 마련이죠. 물론 일반인이야 그만두고 다른 취미를 익히면 되니 큰 문제는 되지 않겠습니다만, 야구에 인생을 건 선수가 기초부터 다시 하느라 몇 년을 허비한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까요?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저는 야구선수로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1993년에는 2군에서 다승왕도 하고 나름대로 노력을 해봤지만, 결국 프로에서 자리를 잡는 데는 실패했죠. 지금 생각하면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기본기였던 것 같습니다. 기본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프로에서 더 이상의 발전을 하지 못했다는 후회가 생깁니다. 물론 파워나 체격 조건, 재능도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고교 시절까지 기본기만 제대로 익혔더라도 프로에서 좀 더 나은 선수로 활약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야구의 종주국이자 100년이 넘는 프로야구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도 기본기를 매우 중요시합니다. 마이너리그 단계부터 기본기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끊임없이 강조하고 가르치죠. 제가 오래전 처음 교육리그에 참가했을 때가 생각나는군요. 멋진 야구장과 화려한 선수들의 플레이도 기억에 남지만, 무엇보다 인상에 남은 건 다들 프로 선수들인데도 기본기 훈련에 매우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은 던지는 공 하나하나, 플레이 하나도 허투루 대충 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타자는 타석에서 투수가 던진 공이 포수 미트에 들어가는 것까지 반드시 확인했고, 한 타석 한 타석을 의미를 부여하며 신중하게 대처하더군요. 야수들은 수비의 기본이 되는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연습했습니다. 거구의 선수가 타격 후 1루까지 전력을 다해 질주하고, 심판이 이미 아웃을 선언했는데도 베이스를 밟을 때까지 열심히 뛰는 모습도 감명을 줬습니다. 키가 2미터도 넘는 선수가 중전안타를 치고 2루까지 내달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세이프되는 장면은 놀라움을 주었구요.
기본기는 단순히 야구 기술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정신자세도 기술과 동작 못지않게 중요한 ‘기본기’입니다. 지도자에 대한 존경심, 선후배와 동료 관계의 질서, 그라운드에서의 예절과 같은 것이 모두 포함됩니다. 또한 야구를 그 무엇보다 사랑하고 야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개인보다는 팀을 중요하게 여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 모두가 야구를 하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스카우트마다 선수를 평가하는 기준은 다양합니다. 체격조건을 중요시하는 스카우트도 있고, 선수의 야구 센스를 눈여겨보는 스카우트도 있겠죠. 하지만 모든 체크리스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항목은 기본, 기본기를 잘 갖추고 있는지 여부입니다. 스카우트들은 지금 당장 잘하는 선수보다는 앞으로 프로에서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그렇기에 기본기가 좋은 선수에게 더 큰 매력을 느끼고, 그런 선수는 플레이 하나하나도 놓치지 않고 좀 더 눈여겨 보게 됩니다. 왜 그토록 많은 감독님과 코치님, 야구 선배들이 ‘기본기’를 강조하고 또 강조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시나요?
2. 뚜렷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가져라
야구 잘 하는 선수들은 목표가 뚜렷합니다. 전설적인 타자 테드 윌리엄스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남자라면 그 날의 목표, 인생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 나의 목표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게 하는 것이다. ‘저기 테드 윌리엄스가 지나간다. 이제까지 존재한 타자들 중 가장 위대한 타자다.’” 윌리엄스는 자신의 목표대로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타자 중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목표를 갖고 성공한 선수가 많습니다. 두산 김현수는 야구로 성공하고자 하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노력한 끝에 신고선수에서 한국 최고 타자로 성장했습니다. 키는 작지만 파이팅이 넘치는 SK 정근우도 고교 시절부터 야구에 대한 목표의식이 분명했습니다. 팔꿈치 수술 경력에도 최고의 소방수로 등극한 삼성 오승환도 ‘나는 어떤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죠. 아무 생각없이 되는 대로 야구를 하는 선수는, 언젠가는 아무도 그 선수를 생각하지 않게 되는 날을 맞이합니다.

프로야구 스타를 목표로 삼았다면, 그 목표까지 가기 위한 단계별 작은 목표들을 세워놓고 하나씩 이뤄나가야 한다. 사진은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은 선수들의 모습. (사진=서우리)
물론 누구나 남들에게 말하는 목표는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초등학교 때부터 대통령이 꿈이라고 말하고, 아이돌 스타가 목표라고 하는 사람도 있죠. 크든 작든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게 있습니다.장기적이고 궁극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실천해 갈 수 있는 세밀하고 작은 목표도 세워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계획대로 하나씩 작은 목표를 실천해 가면서, 그로부터 성취감과 기쁨을 느끼면서 보다 큰 목표를 향해 진전할 수 있죠. 그러면서 희망을 갖고 노력하며 인내해 나갈 때, 훨씬 쉽고 빠르게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홈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1루, 2루, 3루 베이스를 차례로 밟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 대로입니다.
어떤 교수는 이를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일에 비유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까지 갈 때 부산 외에 다른 정거장이 없다면 어떨까요? 아마 부산이라는 목표지점이 너무도 멀고 막막하게 느껴질 겁니다. 하지만 기차가 수원이나 대전, 동대구 역 등 중간중간 정차를 하기 때문에 우리는 기차가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하고, 부산이 얼마나 남았는지 기대감을 갖고 기다릴 수 있죠. 마찬가지입니다. 구체적이고 작은 목표가 없이 막연하게 뜬구름 잡는 거창한 목표만 말하는 사람은,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고 실망하게 됩니다. 조금만 힘든 고비가 와도 핑계를 대며 자신과 타협하게 되죠.
목표가 없는 사람은 지도 없이 길을 잃고 방황하며, 어디로 갈지 모른 채 아무대로나 향하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목표가 있는 사람은 다릅니다. 목표라는 지도가 있으면,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를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얼마나 더 가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지 알고서 향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유혹이나 고비가 찾아와도 결코 쉽게 타협하지 않으며, 힘들고 지칠 때도 목적지가 멀지 않다는 걸 알기에 끝까지 참고 견뎌낼 힘을 얻게 됩니다. 내가 왜 이 길을 가야 하는지, 자기 자신이 결정했고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목표를 가지세요. 이승엽 같은 선수가 되자는 목표도 좋고, 신인왕이 되고 싶다는 목표도 좋습니다. 큰 목표가 있다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생각해 보세요. 가령 이승엽처럼 되려면 힘도 필요하겠지만 부드러운 타격폼이 있어야겠죠? 그렇다면 힘과 좋은 타격폼을 갖기 위해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놓고 하나씩 실천해 보세요. 나는 매일 5백개씩 스윙을 하겠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겠다... 목표를 달성하면 다음에는 새로운 목표를 세워서 도전하고, 그 목표를 채우면 한 단계 위의 목표를 새로 만들어서 도전하세요. 그러다 보면, 먼 훗날 언젠가 꿈으로만 여기던 프로야구 유니폼을 입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3. 적극적인 선수가 되라
지금은 한국 프로야구 대표 스타가 된 A 선수는 고교를 졸업하던 해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습니다. 물론 고교 시절에도 재능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훈련에 임하는 태도가 적극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스카우트들은 그를 선택하기를 망설이다 결국에는 지명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A가 프로팀의 지명을 못 받은데는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도 있었지만, 훈련시에 보여주는 자세도 원인 중에 하나였습니다.
이후 신고선수로 프로팀에 입단한 A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되었습니다. 모든 훈련에 적극적인 선수로 변화했습니다. 배팅볼을 칠 때도 하나라도 더 치려고 했고, 남들이 쉴 때 러닝 한번이라도 더 하려고 했습니다. 외야 수비훈련 때도 타구 하나하나를 최선을 다해서 잡고 던졌습니다. 그래서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했습니다.

훈련에서도, 경기장에서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사진=대한야구협회)
A선수의 사례는 야구를 하는 학생 선수들에게 좋은 롤모델입니다. 매사에 항상 적극성을 갖고 야구하는 선수가,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선수보다 발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적극적인 선수는 훈련을 하다 힘든 고비가 찾아와도 어떻게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지 않고, 스스로 찾아서 해냅니다. 코치가 시키는 정해진 훈련만 하는 게 아니라, 훈련이 끝난 뒤에도 불 꺼진 구장에서 남몰래 땀을 흘립니다. 기량이 늘 수밖에 없습니다.
적극성은 실제 경기에서도 중요합니다. 가령 타자라면 타석에서 좋은 볼이 들어올 때 결코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자신이 노리는 공을 과감하고 자신있는 ‘자기 스윙’으로 때려내서 좋은 타구를 만들어 낸다면, 스카우트는 그런 선수에게 더 매력을 느끼게 될 겁니다. 상대하는 투수들 역시 압박을 받겠죠. 수비 때도 적극적인 선수는 주도권을 잡고 동료들을 이끌어 나갈 수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팀 동료들에게 용기와 사기를 북돋아 줄 수 있겠죠. 주자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꼭 발이 빨라야만 적극적인 주루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발은 좀 느리더라도, 언제든지 뛸 준비가 되어 있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선수는 상대팀 배터리를 피곤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스카우트들이 선수의 머리 속까지 들여다볼 수는 없습니다. 멀찍이에서 경기를 통해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볼 뿐이죠. 적극적인 선수는 소극적인 선수보다 자신감이 넘치고, 역동적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그리고 보는 사람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죠. 항상 적극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라면, 어쩌면 스카우트들이 실제 기량보다 한 단계 더 높은 평가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스카우트도 결국은 인간이니까요.
4. 올바른 자세로 반복훈련에 임하자
프로에 갓 입단한 신인선수들은 시즌 뒤 팀 마무리 훈련에 참가하게 됩니다. 감독, 코치, 동료들과 인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되죠. 이 때 투수들은 자신의 기본적인 투구 동작을, 타자들은 스윙하는 모습을 처음 코치들의 눈앞에서 보여주게 됩니다. 코치들은 신인 선수의 투구 밸런스와 스윙 메커니즘을 파악해서, 문제를 찾아내고, 올바른 자세로 교정하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수비에서도 포구와 송구 동작을 직접 보고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과정을 거치죠.아무래도 좋은 동작을 가진 선수가 문제점 투성이인 선수보다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전 타격이나 투구와 같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도 경쟁자들보다 빠르겠죠. 그만큼 좋은 자세로 야구를 하는 게 중요하단 얘깁니다.
선수 개개인의 개성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어디에나 ‘기본’이란 것은 있습니다. 본인이 마음대로 만든 자세보다는, 코치가 주문한 자세를 토대로 반복훈련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그렇지 않은 코치도 있지만, 많은 코치들은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선수를 그리 반기지 않는 편입니다.

올바른 자세로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튼튼한 기초를 쌓자. 토스 배팅을 할 때도 공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서 진지하게 훈련해 보자. (사진=배지헌)
고양 원더스 김광수 코치가 예전 어느 인터뷰에서 “나쁜 습관은 눈과 같아서, 한번 쌓이면 치우기 어렵다”고 한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정말 탁월한 비유입니다. 훈련시에 나쁜 자세로 하다보면, 좋지 않은 동작이 습관처럼 몸에 배게 됩니다.차라리 훈련을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될 수도 있는 것이죠. 그래서 기술을 처음 몸에 익힐 때부터 올바른 동작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기본기에 충실하라’와 같은 맥락입니다.
그럼 올바른 자세를 익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건 코치에게 자신의 동작에 대해 질문하는 겁니다. 질문 많이 해도, 코치님들은 귀찮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호기심 많은 선수는 기특하게 여기고 보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죠. 개인훈련을 할 때는 동료와 함께 훈련하는 것도 좋습니다. 서로 자세를 봐주면서 문제를 찾다 보면 스스로의 단점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되고, 동료간의 우애도 더욱 두터워질 겁니다. 코치님도 동료도 옆에 없다면? 큰 거울 앞에서 연습해 보면 어떨까요. 스윙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여서, 의미를 담아서 훈련해 보세요. 몰라보게 달라진 자신의 야구를 만나게 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