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02
장강훈기자

[스포츠서울] SK 박경완 2군 감독이 남다른 팀 운영철학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펑펑 우는데, 속으로 얼마나 웃기던지. 웃음 참느라 혼났다니까.”
박 감독의 운영철학은 딱 한가지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선수들이 1군 무대를 밟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1군보다 많은 훈련을 소화해야하고,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그 훈련에 임해야 한다. 다리가 아픈 선수는 하루에 복근강화훈련 1만개를, 팔을 다친 선수에게 쉼 없이 러닝을 시키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단 하루 1군에, 그것도 벤치에 앉아있더라도 승격을 하려면 우선 2군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진행중인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한 선수는 올시즌 퓨처스리그에서 뛴다는 보장이 없다. 박 감독은 “9개구단 2군 중에 점심과 저녁을 모두 구단에서 제공하는 팀은 SK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침 9시부터 시작한 훈련은 야간 개인훈련까지 밤 9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다. 대부분의 선수가 ‘경쟁에서 살아남기’라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강도높은 훈련을 소화 중인데, 가끔 훈련에 지쳐 살짝 나태한 선수가 눈에 띄기 마련이다. 박 감독은 “한 포수가 훈련태도가 조금 불성실한 것 같아 직접 블로킹 훈련을 시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신인이던 쌍방울 시절, 당시 배터리코치였던 KT 조범현 감독과 했던 지옥훈련을 맛보기로 보여준 것이다.

[스포츠서울] SK 박경완 2군 감독(왼쪽)과 KT 조범현 감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정평이 나 있다. 박 감독은 “조 감독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박경완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2003.3.30
◇‘포수’ 박경완을 만든 블로킹 지옥 훈련
조 감독은 신인이던 박 감독에게 이른바 저승사자였다. 모든 훈련이 끝난 뒤 블로킹 훈련을 따로 했는데, 그 양이 상상을 초월했다. 조 감독이 박 감독에게 시켰던 블로킹 훈련은 4~5m 앞에서 펑고배트로 때려 원바운드 된 공을 몸으로 막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노란 사과박스에 담을 수 있는 한 공을 담으면 대략 300개. 훈련 때마다 그 박스 3개에 담긴 공을 받았으니 어디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박 감독은 “선배들이 불쌍하니까 생수 한 통이라도 던져주고 가면, 감독님께서 ‘물통 치우라’며 호통을 치기도 하셨다. 나중에는 무릎이 굽혀지지 않아 어정쩡하게 걸어 다녔는데, 몸을 움직이지 못하면 미트로 공을 받기라도 하라며 훈련을 계속하셨다. 나중에는 욕도하고, 억울하기도 해 펑펑 울면서 훈련했다. 그 생활을 6년가량 했으니, 있던 친구도 떠나더라”며 웃었다. 박 감독에게 찍힌(?) 젊은 포수는 노란박스 한 개도 채 못받고 목놓아 울더라는 것. 박 감독은 “옛날의 나를 보는 것 같아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도 저랬지 싶었고, 조 감독님께서도 이런 기분이구나 싶더라. 그런데 그녀석은 ‘나는 매일 3박스씩 하루도 안쉬고 받았다’고 했더니 ‘거짓말하지 마세요’하더라. 상상이나 하겠는가”라며 또 웃었다. 조 감독은 혹독한 훈련이 끝난 뒤 정성껏 박 감독의 다리 근육을 마사지했다. 박 감독 역시 젊은 포수에게 정성껏 마사지를 하며 “열심히 하라. 지금 고통이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악다구니를 쓰며 훈련했지만, 끝까지 받아낸 근성이 ‘포수 박경완’을 만들었다는 것을 애둘러 표현한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