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3일 월요일

어느 포수의 통곡에 박경완은 너털웃음?

출처: http://news.sportsseoul.com/read/baseball/1309662.htm
2014.02.02
장강훈기자

[스포츠서울] SK 박경완 2군 감독이 남다른 팀 운영철학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펑펑 우는데, 속으로 얼마나 웃기던지. 웃음 참느라 혼났다니까.”


SK 박경완(42) 2군 감독이 고통스러운 훈련에 펑펑 울던 젊은 포수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해 혼났던 기억을 털어놨다. 무슨 악취미일까 싶을 법도 하지만, ‘초보 사령탑’의 색깔을 대변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인천 송도 LNG 스포츠타운과 문학구장을 오가며 혹독한 훈련을 치르고 있는 박 감독은 “특정 감독처럼 팀을 꾸려야겠다는 생각은 안한다.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받고 있지만, 지금까지 내가 했던 것처럼 소신껏 팀을 운영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으로 선수들을 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이 제자의 고통에 웃음을 참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 명이라도 더 1군 맛을 보여주고 싶다

박 감독의 운영철학은 딱 한가지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선수들이 1군 무대를 밟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1군보다 많은 훈련을 소화해야하고,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그 훈련에 임해야 한다. 다리가 아픈 선수는 하루에 복근강화훈련 1만개를, 팔을 다친 선수에게 쉼 없이 러닝을 시키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단 하루 1군에, 그것도 벤치에 앉아있더라도 승격을 하려면 우선 2군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진행중인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한 선수는 올시즌 퓨처스리그에서 뛴다는 보장이 없다. 박 감독은 “9개구단 2군 중에 점심과 저녁을 모두 구단에서 제공하는 팀은 SK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침 9시부터 시작한 훈련은 야간 개인훈련까지 밤 9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다. 대부분의 선수가 ‘경쟁에서 살아남기’라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강도높은 훈련을 소화 중인데, 가끔 훈련에 지쳐 살짝 나태한 선수가 눈에 띄기 마련이다. 박 감독은 “한 포수가 훈련태도가 조금 불성실한 것 같아 직접 블로킹 훈련을 시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신인이던 쌍방울 시절, 당시 배터리코치였던 KT 조범현 감독과 했던 지옥훈련을 맛보기로 보여준 것이다.


[스포츠서울] SK 박경완 2군 감독(왼쪽)과 KT 조범현 감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정평이 나 있다. 박 감독은 “조 감독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박경완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2003.3.30

◇‘포수’ 박경완을 만든 블로킹 지옥 훈련

조 감독은 신인이던 박 감독에게 이른바 저승사자였다. 모든 훈련이 끝난 뒤 블로킹 훈련을 따로 했는데, 그 양이 상상을 초월했다. 조 감독이 박 감독에게 시켰던 블로킹 훈련은 4~5m 앞에서 펑고배트로 때려 원바운드 된 공을 몸으로 막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노란 사과박스에 담을 수 있는 한 공을 담으면 대략 300개. 훈련 때마다 그 박스 3개에 담긴 공을 받았으니 어디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박 감독은 “선배들이 불쌍하니까 생수 한 통이라도 던져주고 가면, 감독님께서 ‘물통 치우라’며 호통을 치기도 하셨다. 나중에는 무릎이 굽혀지지 않아 어정쩡하게 걸어 다녔는데, 몸을 움직이지 못하면 미트로 공을 받기라도 하라며 훈련을 계속하셨다. 나중에는 욕도하고, 억울하기도 해 펑펑 울면서 훈련했다. 그 생활을 6년가량 했으니, 있던 친구도 떠나더라”며 웃었다. 박 감독에게 찍힌(?) 젊은 포수는 노란박스 한 개도 채 못받고 목놓아 울더라는 것. 박 감독은 “옛날의 나를 보는 것 같아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도 저랬지 싶었고, 조 감독님께서도 이런 기분이구나 싶더라. 그런데 그녀석은 ‘나는 매일 3박스씩 하루도 안쉬고 받았다’고 했더니 ‘거짓말하지 마세요’하더라. 상상이나 하겠는가”라며 또 웃었다. 조 감독은 혹독한 훈련이 끝난 뒤 정성껏 박 감독의 다리 근육을 마사지했다. 박 감독 역시 젊은 포수에게 정성껏 마사지를 하며 “열심히 하라. 지금 고통이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악다구니를 쓰며 훈련했지만, 끝까지 받아낸 근성이 ‘포수 박경완’을 만들었다는 것을 애둘러 표현한 것이다.
박 감독은 “10일부터 29일 가량 중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귀국하면,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가 보강훈련을 할 것이다. 남이 걷지 않은 길을 개척한다면 거창하지만, 박경완 답게 팀을 꾸려가볼 계획이다. 유니폼을 입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선수로 육성하는 것, 강도높은 훈련이 첫 번째 관문”이라고 강조했다.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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