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15
박은별 기자

사진=두산 베어스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두산 민병헌은 연일 괴력을 뽐내는 중이다. 아마추어 스타일의 배트로 만들어낸 힘이기에 그의 장타에는 더욱 특별함이 묻어있다.
민병헌은 타율 3할8푼3리로 리그 2위에 올라있고, 출루율 4할2푼6리, 장타율은 무려 6할2푼4리나 된다. 특히 장타율에선 이재원(SK), 박병호(넥센), 히메네스(롯데) 등 각팀 중심타선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4위에 올라있다. 홈런은 벌써 6개나 때려냈고 톱 타자의 OPS(장타율+출루율)는 무려 1.050이나 된다.
타점 부문에선 1위(34개)까지 치고 올라갔다. 득점은 2위(30개). 득점권 타율은 4할8푼4리. 그야말로 만등 톱타자인 셈이다.
민병헌은 전날(14일) 경기선 통산 첫 만루홈런 포함 4타수 4안타 5타점 3득점의 맹활약했다. 개인 최다타점인 5타점을 올렸고, 무려 9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때려내며 최절정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괴력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그의 배트때문이다. 그는 860g의 무게, 33인치 길이의 방망이를 쓴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쓰는 무게와 인치다. 보통 프로 선수들은 900g 전후 무게에 33반, 34인치의 배트를 갖고 있다. 외국인 타자들의 경우 그 이상의 길이도 쓴다.
배트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길이가 길수록 타구에 더 많은 힘을 싣게 돼 비거리가 늘어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민병헌은 아마추어 스타일의 배트로도 그에 못지 않은 장타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의 장타 능력이 더욱 특별하게 보이는 이유다. 팀 동료 정수빈과 길이가 같고 무게가 10g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방망이를 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민병헌은 “나랑 같은 스타일을 쓰는 선수들이 많이 없다. 현수도 900g을 쓰고, 우리 팀에서 수빈이랑 나랑 가장 가벼운 걸 쓰고 있다”면서 웃었다.
방망이의 불리함(?)에도 장타가 연일 쏟아지는 비결은 그의 엄청난 배트 스피드와 정확한 컨택트 능력 덕분이다.
민병헌은 “나는 공을 갖다 ‘빡’ 맞추는 스타일이다. 아무래도 스피드가 있어야하니까 가볍고 짧은 방망이를 선호한다. 중심에 빨리 맞추려고 하니 좋은 타구가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시무시할 정도의 빠른 배트 스피드를 보여주고 있는 민병헌은 “경찰청에서 만들었다. 변화가 필요할 것 같았고, 이렇게 한 번 쳐보자 해서 한 번 만들어봤다”고 했다. 그는 “공을 오래 보고 맞추고, 변화구 역시 오래 보고 맞추는 연습들을 했다. 여기에 배트 스피드가 빨라지니 직구, 변화구 대처가 잘 됐다”고 덧붙였다. 그가 경찰청서 피땀어린 훈련을 해왔다는 건 누구다 다 아는 사실이다.
민병헌 배트엔 또 다른 특별함이 있다. 무게 중심도 배트 끝이 아닌 중간에 놓여있다. 이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선 보통 방망이가 끝부분이 두껍지만 민병헌의 배트는 중간에서부터 배트 끝까지 모두 두껍다.
민병헌은 “내 배트는 중간도 두꺼운 스타일이다. 타구가 먹히더라도 잘 나갈 수 있게끔 하려고 한 것이다”고 했다.
민병헌의 히팅포인트가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 더 뒤에 있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공을 끝까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은 늘어난 셈. 행여 타이밍이 늦었을 경우에도 안타를 만들어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여기에 초스피드 스윙까지 곁들여지니 타이밍이 늦더라도 좋은 타구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그가 장타에 욕심을 내고 있는 건 아니다. 장타는 잘 맞은 타구의 연장선상이라고 했다. 타구가 잘 맞다보면 단타 이상의 결과가 나온다는 의미다. 일부러 장타를 노리고 치진 않는다.
그가 가벼운 배트를 선택한 이유도 그것이다. 민병헌은 “방망이를 더 무거운 것으로 쓸 수도 있었지만 지금의 스타일을 쓰는 건 타율 때문이다. 길고 무거운 배트를 쓰면 장타는 좋아지겠지만 난 타율을 높이고 싶다. 장타, 홈런, 타점 이야기가 나오는 건 별로 기분이 좋진 않다”고 말했다.
“32인치의 배트를 써도 공을 이겨낼 수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민병헌. 그는 33인치 배트에서도 더 짧게 잡고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지금의 민병헌이 되기까지, 그 안엔 그의 피땀어린 노력들이 담겨 있었다는 걸 절대 잊으면 안된다.
박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