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31일 일요일

해외파 상위 지명, 새 트렌드? 아마야구의 아픈 곳?

출처: http://osen.mt.co.kr/article/G1109938793
2014.08.26
OSEN= 고유라 기자

[OSEN=고유라 기자] 2015 2차 신인 드래프트의 특이한 점 중 하나가 바로 해외파 선수들의 상위 라운드 지명이다.

지난 25일 치러진 '2015 프로야구 신인지명회의'에서는 10개 팀이 각 10명(kt wiz 13명) 씩 모두 103명의 신인 선수를 지명했다. 드래프트 시장에 나왔던 총 789명의 선수 중 103명 만이 프로의 부름을 받았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이 바로 국내 리턴 선수들이다. 지난해 정영일이 SK 와이번스에 5라운드로 지명된 적 있지만 올해처럼 1라운드에만 마이너리그 출신 선수가 2명이나 지명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전 LA 에인절스 투수 장필준이 삼성에 1라운드로 지명됐고 전 텍사스 레인저스 투수 안태경이 롯데 자이언츠에 1라운드로 뽑혔다.


이외에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입단했던 포수 김재윤이 kt에 특별지명됐고 오사카학원대를 졸업한 포수 정규식은 4라운드에서 LG 트윈스에 지명됐다. 일본 경제대 4학년을 자퇴한 투수 석지형은 롯데에 3라운드에서 지명됐다. 해외파 9명 중 5명이 상위 라운드에 지명된 것이다.

대부분의 팀들이 해외파 선수를 데려가는 것은 '실전 전력감'에 대한 욕심에서 시작한다. 지난해 12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장필준을 영입한 삼성 측은 "다른 선수들도 키우려면 2~4년은 걸린다. 장필준은 올해 재활만 마치면 바로 스프링캠프에 데려갈 수 있다"고 장담했다. kt 측은 "고교 포수들은 육성형이라면 김재윤은 실전 투입 가능한 전력"이라고 만족스러워 했다.

그러나 해외파들의 지명은 올 시즌 선수 기근을 시사하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2015 드래프트에 대한 스카우트들의 근심이 깊었다. "가능성이 보이는 유망주가 몇 안된다"는 것이 공통된 고민이었다. 한 스카우트는 "올해 신인 지명은 '도 아니면 모'인 도박"이라고 표현했다. 신인 농사를 복불복으로 짓느니 해외에서 한 번은 인정받았던 선수를 데려가는 게 구단으로서는 안전할 수 있다.

해외파들의 지명을 바라보는 고교야구 선수들의 우려는 클 수밖에 없다. 해외에 진출하는 선수들은 많아지는데 마이너리그에서만 뛰다 한국에 돌아와야 하는 어린 유망주가 많다는 것 역시 한국 야구에서 짚어봐야 할 점이다. 해외파 선수들의 한국 프로 지명이 여러 가지 생각할 점을 낳고 있다.





2014년 8월 29일 금요일

'허리 편' 민병헌, 궁금해진 그의 영업 비밀

출처: http://starin.edaily.co.kr/news/NewsRead.edy?SCD=EB21&newsid=01200486606192240&DCD=A20102
날짜: 2014.08.29
정철우 기자


민병헌. 사진=두산 베어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두산 민병헌이 다시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최고의 시즌 초반을 보낸 민병헌. 6월 들어서는 2할6푼7리로 주춤했다. 그러나 7월을 4할3푼9리로 넘긴 뒤 8월에도 3할5푼8리로 감을 유지하고 있다. 

타격왕 경쟁에서도 28일 현재 시즌 타율 3할6푼7리로 1위 최형우(삼성.373)를 바짝 뒤쫓고 있다. 

비결은 슬럼프를 짧게 가져갔다는 점에 있다. 6월의 고비를 타격폼 수정을 통해 넘겼고, 이후 다시 제 페이스를 찾았다. 

시즌 중 타격폼을 바꾸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겨우 내 완성시켜 놓은 매커니즘은 이미 몸에 익숙해진 상태. 미세한 차이라도 변화가 생기면 그만큼 적응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민병헌은 별 일 아니라는 듯 새로운 폼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민병헌은 시즌 초, 타석에서 웅크린 자세로 공을 기다리는 폼으로 화제를 모았다. 몸쪽 공 보다는 바깥쪽 공에 포인트를 둔 타격이었다. 몸쪽 치는 것에 어려움이 생기는 폼이었지만 보다 높은 확률에 배팅을 건 폼이었다. 몸쪽 공은 파울이 되도 좋다는 마음으로 타격을 했고, 이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웅크린 폼은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타격의 핵심인 몸의 회전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타고난 힘으로 타격을 하지 않는 민병헌에겐 약점이 될 수 있었다. 특히 체력이 떨어지는 시기엔 그 한계가 더 분명하게 나타났다. 6월의 부진은 그런 이유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민병헌은 과감하게 변화를 택했다. 구부정했던 준비 자세를 꼿꼿이 세운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페이스를 찾았다. 

그는 “그저 서 있는 자세만 바꿨을 뿐 대단한 일은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절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시야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구부리고 볼 때의 스트라이크 존과 허리를 편 상태에서 보는 스트라이크 존은 달라지는 것이 상식이다. 당장 눈 앞의 모니터를 놓고 시험해봐도 간단히 알 수 있는 일이다. 

이 변화를 그는 아무렇지 않게 이겨낸 것이다. 

특히 그의 장기인 밀어치기에 어려움이 생길 위험성이 높았다. 바깥쪽 공이 오는 것을 감지하는 시야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병헌의 바깥쪽 공 공략에는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가 지난 주 부터 친 12개의 안타 중 중견수를 중심으로 우측으로 향한 안타는 정확하게 6개. 중견수 쪽이 2개고 나머지 4개는 우익수 쪽을 향했다. 바깥쪽 공을 밀어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음을 뜻하는 수치다. 

민병헌은 “바깥쪽 공을 보는 시야가 달라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걸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대신 그건 영업 비밀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속 시원한 답을 들을 순 없었지만 어떻게 큰 변화를 아무렇지 않게, 그것도 시즌 중에 해낼 수 있었는지에 대해선 그가 이전에 해 줬던 말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민병헌은 “타자가 어떻게 자신감을 갖고 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자신감은 훈련에서 나온다. 치고 또 치다보면 없던 자신감도 생긴다. ‘이 정도 했는데 안되겠나’라는 생각보다 ‘이렇게 했는데도 안되는게 말이 되냐’는 억울함이 자신감을 갖게 해 준다”고 답한 바 있다. 

그 치열했던 땀의 결실을 말 몇마디로 주워 들으려 한다는 건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