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29일 금요일

'허리 편' 민병헌, 궁금해진 그의 영업 비밀

출처: http://starin.edaily.co.kr/news/NewsRead.edy?SCD=EB21&newsid=01200486606192240&DCD=A20102
날짜: 2014.08.29
정철우 기자


민병헌. 사진=두산 베어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두산 민병헌이 다시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최고의 시즌 초반을 보낸 민병헌. 6월 들어서는 2할6푼7리로 주춤했다. 그러나 7월을 4할3푼9리로 넘긴 뒤 8월에도 3할5푼8리로 감을 유지하고 있다. 

타격왕 경쟁에서도 28일 현재 시즌 타율 3할6푼7리로 1위 최형우(삼성.373)를 바짝 뒤쫓고 있다. 

비결은 슬럼프를 짧게 가져갔다는 점에 있다. 6월의 고비를 타격폼 수정을 통해 넘겼고, 이후 다시 제 페이스를 찾았다. 

시즌 중 타격폼을 바꾸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겨우 내 완성시켜 놓은 매커니즘은 이미 몸에 익숙해진 상태. 미세한 차이라도 변화가 생기면 그만큼 적응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민병헌은 별 일 아니라는 듯 새로운 폼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민병헌은 시즌 초, 타석에서 웅크린 자세로 공을 기다리는 폼으로 화제를 모았다. 몸쪽 공 보다는 바깥쪽 공에 포인트를 둔 타격이었다. 몸쪽 치는 것에 어려움이 생기는 폼이었지만 보다 높은 확률에 배팅을 건 폼이었다. 몸쪽 공은 파울이 되도 좋다는 마음으로 타격을 했고, 이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웅크린 폼은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타격의 핵심인 몸의 회전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타고난 힘으로 타격을 하지 않는 민병헌에겐 약점이 될 수 있었다. 특히 체력이 떨어지는 시기엔 그 한계가 더 분명하게 나타났다. 6월의 부진은 그런 이유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민병헌은 과감하게 변화를 택했다. 구부정했던 준비 자세를 꼿꼿이 세운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페이스를 찾았다. 

그는 “그저 서 있는 자세만 바꿨을 뿐 대단한 일은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절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시야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구부리고 볼 때의 스트라이크 존과 허리를 편 상태에서 보는 스트라이크 존은 달라지는 것이 상식이다. 당장 눈 앞의 모니터를 놓고 시험해봐도 간단히 알 수 있는 일이다. 

이 변화를 그는 아무렇지 않게 이겨낸 것이다. 

특히 그의 장기인 밀어치기에 어려움이 생길 위험성이 높았다. 바깥쪽 공이 오는 것을 감지하는 시야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병헌의 바깥쪽 공 공략에는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가 지난 주 부터 친 12개의 안타 중 중견수를 중심으로 우측으로 향한 안타는 정확하게 6개. 중견수 쪽이 2개고 나머지 4개는 우익수 쪽을 향했다. 바깥쪽 공을 밀어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음을 뜻하는 수치다. 

민병헌은 “바깥쪽 공을 보는 시야가 달라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걸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대신 그건 영업 비밀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속 시원한 답을 들을 순 없었지만 어떻게 큰 변화를 아무렇지 않게, 그것도 시즌 중에 해낼 수 있었는지에 대해선 그가 이전에 해 줬던 말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민병헌은 “타자가 어떻게 자신감을 갖고 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자신감은 훈련에서 나온다. 치고 또 치다보면 없던 자신감도 생긴다. ‘이 정도 했는데 안되겠나’라는 생각보다 ‘이렇게 했는데도 안되는게 말이 되냐’는 억울함이 자신감을 갖게 해 준다”고 답한 바 있다. 

그 치열했던 땀의 결실을 말 몇마디로 주워 들으려 한다는 건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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