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9일 일요일

당신이 몰랐던 홈런의 비밀

출처: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issue&mod=read&issue_id=620&issue_item_id=8815&office_id=314&article_id=0000000018
2013-09-25
기사제공 : 송민구 칼럼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거포로 성장한 박병호)

홈런은 “야구의 꽃”이라 불린다. 팬들에게는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을 주고, 상대팀에게는 스윙 한번으로 비거리 만큼이나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홈런이 많았던 해에는 항상 관중이 많았으며, 홈런 타자들의 경기에는 항상 관중이 구름같이 몰려든다. 일례로 2003년에는 팬들이 이승엽의 홈런공을 잡기 위해 잠자리 채 까지 사서 야구장에 입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홈런에 대해서, 기록에 나타나는 숫자 외에 크게 알려진 것은 없다. 간간이 어떤 코스의, 또는 어떤 구종에서 홈런이 잘 나온다는 말을 들을 수는 있었으나, 자세한 수치를 내놓는 이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래에서는 지금까지 잘 알수 없었던 ‘홈런’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 본다.

1.좌타자와 우타자, 어느 방향의 홈런이 많을까?
힘이 좋은 타자들은 밀어쳐서도 공을 외야 펜스 너머로 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나, 리그에서 그정도의 힘을 가진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홈런의 대부분은 타자의 방향, 즉 우타자의 경우 좌익수쪽, 좌타자의 경우 우익수쪽으로 가게 마련. 이것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우타자들이 친 홈런의 대부분이 좌익수쪽(73.3%)으로 갔으며, 좌타자들이 친 홈런의 대부분은 우익수쪽(71.1%)으로 갔다. 즉 밀어쳐서 나오는 홈런이 있을 수는 있으나, 대부분의 홈런은 그렇지 않다는 것. 최형우의 홈런공을 잡고 싶다면 우익수쪽, 박병호의 홈런공을 잡고 싶다면 좌익수쪽 자리를 잡아 앉아 있는것이 조금이나마 확률을 높일 수 있는 행동이라 할 수 있겠다.

2,변화구와 직구, 어디서 홈런이 많이 나올까?
변화구와 직구, 시속 160km의 패스트볼과 시속 100km의 커브볼은 홈 플레이트에 도달하기 까지 0.25초 정도의 시간차이를 보인다. 160km 패스트볼이 홈플레이트 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0.38초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시간차가 있는 셈. 그래서 ‘변화구를 칠 때의 홈런수가 직구를 칠 때보다 많을 것이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과연 그러할까. 아래는 2013시즌 메이저리그의 전체 홈런을 투수의 구속 별로 나눈 것이다.


위 그래프에 나타나는 대로, 시속 140km를 넘는 공의 비율이 그 이하에 비해 월등히 많다. 수치로 따지면, 140km이상의 공을 쳐 홈런이 된 공의 비율이 61.2%정도. 140km이상의 공 중에서도 물론 슬라이더, 스플리터 같은 공들이 있을 수 있기에, 한국에서 ‘직구’라 통용되는 포심, 투심 패스트볼만을 따로 묶어 ‘직구’라는 항목으로, 그리고 나머지는 ‘변화구’로 묶어 그 비율을 조사해 보았다.
홈런 중 ‘직구’와 ‘변화구’의 비율
직구 - 51.9%  / 변화구 - 48.1%
2013시즌 전체 투구수
직구 - 49.1% / 변화구 - 50.9%
전체 투구수 대비 홈런비율
직구 - 0.67% / 변화구 - 0.60%

홈런 중에서의 비율로 따지자면 직구를 쳤을 때의 홈런개수가 변화구를 쳤을 때보다 근소하게 많았다.
하지만 리그 전체에서 직구의 구사비율이 높다면, 이것을 그대로 ‘직구의 홈런 비율이 높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올시즌 전체 투구수에서 직구의 비율을 조사해 보았고, 이에 따른 전체 투구수 대비 홈런의 비율을 다시 계산해 보았다. 그 결과 직구는 1000개당 6.7개, 변화구는 1000개당 6개의 꼴로 홈런이 터져나왔다.(1000개당 6개 정도라 하여 아주 적게 들리지만, 메이저리그 정규시즌동안 투수들이 던지는 공의 총 개수는 약 70만개 정도. 그래서 시즌당 4300~4500개, 경기당 1.7~1.9개의 홈런이 생산된다.)
넓은 의미의 패스트볼(패스트볼의 범주에 스플리터, 커터, 싱커가 포함)로 따지자면 홈런 중 패스트볼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아지지만, 한국적 의미의 ‘직구’와 ‘변화구’로 따지면 둘 사이의 차는 크지 않다는 점. 참고로 코스별 직구와 변화구의 비율은 아래와 같다.


스트라이크존 위쪽에서는 직구를 쳐서 홈런을 만들어낸 비율이 높았으나, 타자의 벨트 아래쪽으로 내려올수록 변화구의 비중이 높았다.

3.정중앙 코스는 홈런의 제물일까
투수들이 왠만해서 던지려 하지 않는 코스. 바로 스트라이크 정중앙이다. ‘실투’로 여겨지는 이 코스는 타자가 좋은 타구를 날리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홈런에 있어서는 약간 다를 수 있는데, 개인의 스윙 궤적에 따라 낮은 공을 선호하는 선수도 있고, 벨트 높이 위쪽의 높은 공을 선호하는 선수도 있다. 아래의 좌/우타자별 전체 홈런 개수를 보자.(그림의 왼쪽이 우타자의 타석, 오른쪽이 좌타자의 타석)


좌우타자 할것 없이, 역시나 정중앙은 홈런의 지름길이다. 정중앙으로 던진 공의 홈런 개수가 가장 많았는데, 흥미로운 것은 좌타자들의 홈런분포이다. 우타자들은 안쪽 코스의 홈런비율이 바깥쪽 보다 높았던 반면, 좌타자들은 그 반대이거나 거의 비슷한 편이었다. 투수들은 좌/우타자 가릴것 없이 바깥쪽 승부를 선호하기에 바깥쪽 코스의 홈런(비율이 아닌) 개수가 많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타자는 안쪽 코스의 홈런 개수가 많았다는 점은 그만큼 메이저리그 장타자들이 당겨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론은, 중앙으로 던지면 크게 맞는다는 점.

4.발사 각도는 어느정도의 영향을 줄까
타격은 순간적인 접촉을 통해 공의 운동 방향을 정반대로 바꾸는 운동이기에 굉장히 많은 힘이 필요하다. 게다가 홈런을 치는 경우라면 더욱. 140km로 들어오는 공을 145km로 되받아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임팩트 순간은 0.001초정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홈런은 이러한 ‘되받아치는’ 순간에 더해, ‘적정 발사각’을 요구한다. 아무리 잘 받아쳐 본들, 공이 땅으로 향한다거나 하늘 높이 치솟아 버린다면, 결과는 뻔하다. 내야 뜬공 또는 땅볼. 그래서 타자가 공을 시속 144km로 되받아친다고 가정했을 때, 발사각도에 따른 비거리를 계산해 보았다.(해발 0미터, 온도 24도, 습도 50%를 기준으로 함)

(공을 치는 순간 공의 회전방향이 바뀌면서, 지금까지와 반대의 회전력이 작용하게 되는 관계로 45도의 발사각 보다는 30~35도 사이의 발사각에서 좀더 높은 비거리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 발사각 15도 정도의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는 같은 속도라 해도 멀리 나가지 못한다. 가장 많은 비거리를 기대할 수 있는 발사각은 30~35도 사이이며,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 그 차이는 꽤나 크다.
타자가 0.001초의 찰나에 ‘아 이번엔 이공을 33도로 쳐야지’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만약에 30~35도 사이의 발사각을 보인다면 홈런이 될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고 할 수 있는 것.
참고로, 매 시즌 꼭 한두번은 나오는 ‘라인드라이브성 홈런’, 즉 거의 직선을 그리며 홈런이 되는 타구들이 있는데, 이들은 보통의 타구보다 속도가 현저히 빠르다.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라는 것이 이미 정타를 의미하기 때문에 공의 속도가 빠를 수 밖에 없는데, 발사각 20도로 외야펜스를 3.3초 이내에 넘기는 타구를 만들려면 타격 시점에서 타구의 속도는 시속 110마일, 즉 시속 176km에 육박해야 한다.





2013년 9월 6일 금요일

세이브 포수는 존재하는가

출처: http://futuresball.com/feature/%EC%84%B8%EC%9D%B4%EB%B8%8C-%ED%8F%AC%EC%88%98%EB%8A%94-%EC%A1%B4%EC%9E%AC%ED%95%98%EB%8A%94%EA%B0%80/3272
By 배지헌
8월 1, 2013



“팀을 우승으로 이끈 포수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몇 해 전 최고 포수를 가려달라는 질문에 모 해설가가 한 말이다. 실제로 프로야구 역대 한국시리즈 우승팀을 돌아보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뛰어난 안방마님들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가깝게는 2011년과 지난해 삼성의 진갑용부터 현대와 SK에서 왕조를 이룩한 박경완, 1994 LG 2000년대 현대를 우승으로 이끈 김동수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포수의 본분인 탁월한 게임 리딩과 정상급의 수비력은 물론, 타석에서도 중심타선 못지않은 파괴력을 발휘했다. 공수에서 가장 이상적인 조화를 보여준 이들 포수의 활약상은 야구에서 포수가 갖는 중요성을 새삼 확인하게 했다.

반면 어벤저스급 전력을 갖춘 팀도 포수가 흔들리면 우승과는 멀어졌다. 신인이던 이종범에 무더기 도루를 내주며 무너진 1993년의 삼성이 그랬고, 박경완의 공백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2009년의 SK도 한 끗 차로 울었다. 전문가들은 포수가 약하면 우승은커녕 애초에 4강에도 들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4강에 든 삼성, 롯데, SK, 두산은 저마다 확고한 주전 포수를 두고 있었다. 좋은 포수는 강한 팀의 필요조건이자, 보통의 팀을 강팀으로 끌어올리는 힘이 된다. 그래서 포수는 특별하다. 2010년 우승 순간, 에이스 김광현은 박경완에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2년 연속 우승을 이뤄낸 순간, 오승환은 좀처럼 보기 힘든 함박웃음을 지으며 풀쩍 뛰어 진갑용의 품에 안겼다

하지만 박경완, 진갑용 같은 포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한 야구인은 “박경완 같은 정상급 포수는 10년에 한번 꼴로 나오면 다행”이라 했다. 그만한 재능을 갖춘 포수가 드물기도 하지만, 신인포수가 박경완처럼 데뷔하자마자 꾸준하게 1군에서 출전기회를 얻고 경험을 쌓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공수에서 균형을 갖춘 포수도 좀체 보기 드물다. 대개 공격이 좀 되면 수비가 떨어지고, 수비력이 괜찮은 포수는 타격이 류현진만도 못하다. 그러다 보니 현재 프로야구에서 절반 이상의 팀이 확실한 주전포수 없이 시즌을 치르는 실정이다. 그나마 강민호가 건재한 롯데와 양의지가 버티는 두산, 김태군이 선전하는 NC 정도가 포수 걱정이 덜한 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시즌 뒤 FA가 되는 강민호의 몸값이 역대 최고액을 달성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포수진 운영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전성기 박경완처럼 확실한 주전 포수에 수비력 좋은 백업 포수가 뒤를 받치는 구도다. 이런 경우 감독은 주전 포수를 계속 내보내다 체력 안배가 필요할 때 백업에게 마스크를 씌우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런 완벽한 조합을 만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데 감독들의 고민이 있다. 그래서 포수진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포수 운용법이 등장했다.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전담포수제다. 그날 선발투수와 가장 호흡이 잘 맞는 포수를 선발로 내는 방식이다. 일부 팀은 아예 외국인 투수 전담 포수를 따로 두기도 한다. 신인 포수를 키우려는 팀은 먼저 선발로 젊은 포수를 기용한 뒤, 후반에 베테랑 포수로 교체해서 안정을 꾀한다. 윤요섭과 조윤준을 선발로 기용한 작년 LG나 이지영의 출전이 잦은 올해 삼성이 대표적이다. 메이저리그의 탬파베이 같은 팀은 계획적으로 ‘미트질’이 가장 뛰어난 포수들만 영입해서 교대로 내보낸다. 볼을 스트라이크로 판정받는 능력으로 투수진의 성적 향상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취약한 포수력을 어떻게든 극복해 보려는 고육지책이다.

최근 프로야구에서는 ‘세이브 포수’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세이브는 팀이 이기고 있는 경기를 마무리하는 투수에게 주어지는 기록. 그와 마찬가지로 팀이 앞선 경기 후반에 승리를 지키기 위해 투입하는 포수를 가리키는 말이다. 세이브 포수를 처음 직접적으로 거론한 이는 넥센 시절 김시진 감독(현 롯데). 김 감독은 2009년 공격형의 강귀태를 선발로 내고 블로킹이 좋은 허준을 경기 후반에 내는 방식을 시도했다. 지난해도 최경철을 먼저 쓰고 허도환을 뒤에 쓰는 식으로 ‘포수 분업’을 이어갔다. 두산 역시 마무리 프록터 등판시에는 전담포수로 최재훈을 앉히는 방식으로 포수진을 운영했다. 당시 김진욱 감독은 마무리 포수를 쓰는 이유를 “후반에는 상대의 도루 저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에도 넥센 염경엽 감독이 허도환을 주전으로, 경기 후반에는 송구가 좋은 박동원을 교체 투입하는 식으로 포수진을 끌어가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경기 후반 수비 강화를 위해 투입되는 포수는 존재했다. MBC에서는 차동렬, LG에선 김동수의 뒤에 이어 등장하던 고 심재원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 초중반 삼성에서는 박선일이 중요한 순간 이만수와 김성현의 뒤에서 자주 등장했다. 이들은 대개 백업 포수 내지는 수비형 포수로 불렸다. ‘세이브 포수’라는 그럴듯한 호칭이 쓰이기 시작한 건 최근 일이다. ‘패전처리’라는 불명예스런 이름으로 불리던 구원투수들이 ‘추격조’라는 멋진 이름을 갖게 되고, 강명구-유재신 등이 ‘대주자 스페셜리스트’로 분류되는 것과 비슷한 흐름에 속한다

한 야구인은 “포수력이 약한 팀에서 포수진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의미는 있다”고 바라봤다. “분명한 목표와 역할이 주어지면 선수는 그에 맞는 준비와 훈련을 할 수가 있다. 가령 경기 후반 수비 강화로 역할이 제한된 포수라면 주로 불펜 투수들에 대해 파악하고, 타격보다는 블로킹과 2루 송구 훈련에 집중하는 식으로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확실한 주전 포수가 있다면 굳이 세이브 포수란 개념이 필요할지 의문”이라며 “한국 야구의 포수 자원이 그만큼 취약한 게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실제 근래 프로야구에서 한 경기와 시즌을 책임질 만한 역량을 갖춘 포수를 보유한 팀은 극히 드물다. ‘전설’ 박경완과 진갑용은 둘 다 1990년대 데뷔한 선수들로 은퇴를 앞두고 있다. 젊은 포수로 강민호, 양의지가 있긴 하지만 아직 팀을 우승시키는 포수의 특별함은 보여주지 못했다. 지도자들은 퓨처스리그와 아마추어 야구에 제대로 된 포수감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숨을 쉰다. 어린 선수들의 포수 기피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세이브 포수’라는 신조어의 등장에는 포수 자원이 고갈된 한국야구의 씁쓸한 현실이 담겨 있다

<GQ KOREA>에 기고한 글입니다.


넘치는 좌타자… ‘우투좌타’도 시든다

출처: http://news.donga.com/Main/3/all/20130905/57492346/1
2013-09-06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구단도 상품가치 높게 보지않아… 중-고교선수들 좌타 전향 줄어
신인 선발 비율 3년 연속 내리막



단언컨대 우투좌타(右投左打) 전성시대는 갔다.

국내 프로야구는 여전히 오른손으로 던지고 왼손으로 치는 타자가 득세하는 무대다. 올해 프로야구 등록 야수 중 57명이 우투좌타. 이는 전체 왼손 타자(99명) 중 57.6%에 달한다. 투수까지 포함하면 전체 선수 553명 중 12.8%(71명)가 우투좌타다. 2000년만 해도 이 비율은 3.1%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마추어 야구에서는 이미 우투좌타의 인기가 수그러들고 있다. 2011년 신인지명회의(드래프트) 때는 왼쪽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 13명이 프로 팀의 지명을 받았다. 이 중 진짜 왼손잡이, 즉 왼손으로 던지고 치는 선수는 1명(삼성 조원태)뿐이었다. 나머지 12명은 우투좌타 또는 스위치 타자였다. ‘만들어진 왼손 타자’가 92.3%나 됐던 것이다.

올해 열린 2014 드래프트 때는 이 비율이 61.5%로 줄었다. 최근 5년 동안 가장 낮은 비율인 건 물론이고 3년 연속 내림세다. 이 비율이 60%를 처음 넘어간 2002 드래프트 이후 3년 연속으로 수치가 내려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학생 야구 현장 분위기도 비슷하다. 학생 야구 전문 블로그 퓨처스볼(www.futuresball.com)을운영하는 배지헌 씨는 “리틀리그나 중학교 야구 감독들에게 물어봐도 요즘에는 왼쪽 타석에서 치려는 오른손잡이 선수가 별로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고 전했다.

우투좌타 열풍으로 왼손 타자 시장이 ‘레드오션’이 돼 버린 탓이다. 프로 원년 열린 1983 드래프트 때부터 1994 드래프트 때까지 12년 동안 우투좌타 또는 스위치 타자 야수는 4명밖에 뽑히지 않았다. 그 뒤 20년 동안에는 177명이다. 예전에는 오른쪽 타석에 들어섰을 선수 177명이 갑자기 왼손 타자가 되면서 과잉 공급이 일어난 것.

이 때문에 수요자인 프로구단에서 왼손타자를 별로 높게 쳐주지 않게 됐다. 사정이 이렇게 바뀌자 공급자인 선수들도 굳이 실패 위험을 무릅쓰고 우투좌타 변신을 시도할 필요가 없게 됐다. 순수한 오른손 타자가 생존확률이 더 높아진 상황이 시작된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개인의 사익 추구가 조화로운 공익을 만든다”고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야구 관계자들은 “우투좌타가 너무 많아 오른손 타자들 씨가 말랐다”고 염려했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이라는 간단한 경제 원리는 야구 생태계 전체의 ‘공익’을 살리고 있다. 단지 프로 구단에 뽑히고 싶다는 ‘사익’ 때문에 말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