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0일 월요일

연봉 3000만원·무관심 속에서 '스타 꿈' 꾸는 2군 선수들

출처: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4/17/2015041701992.html?csmain
2015.04.20
한상혁기자

이동걸 사태로 본 프로야구 2군의 삶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이동걸(32)은 최근 벌어진 ‘고의 사(死)구’ 논란으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선수다. 억지로 상대 선수의 몸을 향해 공을 던져야 했던 2군 선수의 비애가 힘들게 살아가는 사회인들의 마음을 울렸다는 평가도 있다.

이동걸은 지난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이글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에서 롯데 황재균에게 연달아 3번 몸을 향한 공을 던졌다. 정황상 누군가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공을 던진 것이 분명해 보이는 상황이었다. 이동걸은 3번째 공을 엉덩이 부위에 맞춘 후 퇴장당했고, 지난 15일 5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2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이번 사건은 여러가지 논란을 낳았다. 우선 몸에 맞는 공을 던진 이유와 누가 지시를 했는지부터가 명확하지 않다. 앞선 상황에서 황재균이 큰 점수차 속에 도루를 했기 때문이란 설이 일단 유력하지만 한화 김성근 감독이 완강히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진실 규명은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도 야구팬들을 가슴 아프게 한 건 ‘왜 하필 이동걸이었나’라는 부분이다. 이동걸은 프로 10년간 1군에서 23경기, 1패1홀드(평균자책점 5.36) 기록이 전부인 선수다. 이 경기는 올해 처음으로 1군에서 던진 경기였다. 그토록 기다렸던 1군 마운드에 올라 타자의 몸을 향해 공을 던지고 퇴장 당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 그의 기분이 어땠을까.

한화이글스 이동걸의 지난해 연봉은 3000만원이었다. 올해는 조금 올라 3500만원이 됐다. 연봉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스타급 프로야구 선수들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이동걸은 2군 선수 중에서는 연봉이 많은 편이고 대부분의 2군 선수 연봉은 2500만원 내외로 알려져 있다. 은퇴 시기가 40세 전후로 이르다는 걸 감안하면 사실상 매우 열악한 근로 조건이라고도 볼 수 있다.


타자의 몸에 맞는 공을 던지기 전 포수로부터 싸인을 받은 이동걸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지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MBC스포츠 중계화면

이동걸은 휘문고-동국대를 졸업하고 2008년 프로에 입단했다. 삼성라이온스에서 뛰다 2013년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1군에서는 생소한 선수이지만 퓨처스리그(2군)에서는 작년 10승 무패로 다승왕을 차지했다. 작년 퓨처스리그 시상식에는 참가하지 않고 대신 훈련을 했다고 한다.

이동걸을 비롯한 프로야구 2군 선수들은 1군 스타 선수들의 화려함에 가려진 어두운 삶을 살고 있다. 매해 고졸 ·대졸 선수 700~800명 중 프로야구 팀의 지명을 받는 선수는 100명 정도. 1군에서 뛰는 기회를 얻는 선수들은 이 중에 10% 도 안 된다. 2군 선수가 1군으로 올라오라는 통보를 받는 것은 1년에 두세 번 정도다. 이들은 일생 동안 단 몇번 밖에 찾아오지 않는 기회를 잡아 스타가 되는 꿈을 꾸며 고된 훈련을 버틴다. 그들은 1군 선수들이 야간 경기를 하는 한여름에도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시합을 한다. 2군 선수들이 뛰는 경기장에는 관중도 환호도 없다.

이동걸이 작년 10월 1군 경기에 선발 등판해 아쉽게 승리를 놓친 후 인터뷰에서 한 말에 그의 심정이 잘 나타난다. “프로 생활 8년 동안 (한번이라도) 승리 투수가 되고 싶었다. …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포기한 적은 없다.”

야구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보복성 사구 문화, 이른바 ‘빈 볼’을 퇴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빈 볼’은 머리를 뜻하는 속어인 ‘bean’에서 온 말로 일부러 타자의 머리를 향해 던진 공을 의미한다. 이동걸의 공은 황재균의 엉덩이를 맞췄으므로 엄밀히 말해 빈 볼은 아니다. 빈 볼은 상대팀 선수가 매너 없는 행동을 했을 때 이를 ‘응징’하는 일종의 문화다.

하지만 투수가 던진 공에 머리를 맞을 경우 아무리 헬멧을 쓰고 있다고 해도 크게 다쳐 선수 경력뿐 아니라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거기다 공을 맞은 선수뿐 아니라 명령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가해자’가 돼야 하는 이동걸 같은 선수들에게도 큰 상처가 된다는 지적이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이번 일을 어물쩍 넘어갈 것이 아니라 누가 지시했는지 명확히 밝히고 처벌해 빈 볼 문화를 뿌리뽑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상혁 기자의 단도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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