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25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스카우트들의 ‘다저스 마이너시절 박찬호’ 보고서 공개
1994년 입단, ML직행 2경기 뒤 강등… 1년반 조련 거쳐 1997년 14승 투수로
1994년 입단, ML직행 2경기 뒤 강등… 1년반 조련 거쳐 1997년 14승 투수로

LA 다저스의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풀타임 메이저리거 첫해였던 1996년 4월 7일 시카고 방문경기에 구원 등판해 4번 타자 새미 소사에게 시속 154km 강속구를 뿌리고 있다. 동아일보DB
“속구는 그의 급한 성질만큼이나 빠르다.”
‘코리안 특급’ 반찬호가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 앨버커키에서 뛸 때 그를 지켜본 존 콕스 스카우트(당시 볼티모어)의 평가다.
미국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은 올해를 ‘스카우트의 해’로 정하고, 전현직 스카우트들에게 자신들이 선수를 지켜보면서 기록한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부탁해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다. 이 중에는 박찬호를 지켜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3명의 보고서도 포함돼 있다.
박찬호는 1994년 LA 다저스에 입단하면서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첫 번째 외국인 투수가 됐다. 미국 선수까지 따져도 통산 17번째 메이저리그 직행이었다. 그러나 이는 LA 다저스에서 그의 실력보다 LA 교민 사회를 겨냥한 ‘상품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 박찬호는 결국 두 경기 등판 만에 1년 반에 걸친 마이너리그 생활을 시작했다.
이 기간을 거치면서 공만 빠르던 ‘한양대 2학년 휴학생’ 박찬호는 제구력도 기르고 완급조절도 할 줄 아는 ‘메이저리그 투수’로 거듭났다. 이 분야 최고 전문가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이를 놓칠 리가 없었다.
1995년 7월 2일 보고서에서 그의 강속구를 최대 강점으로 꼽은 콕스는 “투구 템포가 너무 빨라 컨트롤에 문제가 있다. 또 체인지업과 커브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썼다. 그가 본 박찬호는 커브를 스트라이크 존에 넣을 줄 모르는 투수였다.
한 달이 지난 8월 3일 보고서 내용은 조금 달랐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게리 펠런트 스카우트는 “폭발적인 속구는 물론이고 커브볼도 평균 이상”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펠런트는 “박찬호는 속구와 커브, 두 구종에 의존하는 투 피치(2 pitch) 투수”라면서 “그를 영입한 뒤 마무리 투수로 쓰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체인지업에 대한 평도 좋아졌다. 역시 화이트삭스 소속이던 마이크 스고바는 11월 15일 보고서에서 “체인지업 속도 조절에 아주 능하다. 1∼2년 안에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가 될 자질을 갖췄다”고 썼다. 박찬호는 이로부터 2년 뒤인 1997년 14승을 거두며 스고바의 예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리고 17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동양인 최다승(124승)으로 커리어를 마쳤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코리안 특급’ 반찬호가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 앨버커키에서 뛸 때 그를 지켜본 존 콕스 스카우트(당시 볼티모어)의 평가다.
미국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은 올해를 ‘스카우트의 해’로 정하고, 전현직 스카우트들에게 자신들이 선수를 지켜보면서 기록한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부탁해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다. 이 중에는 박찬호를 지켜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3명의 보고서도 포함돼 있다.
박찬호는 1994년 LA 다저스에 입단하면서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첫 번째 외국인 투수가 됐다. 미국 선수까지 따져도 통산 17번째 메이저리그 직행이었다. 그러나 이는 LA 다저스에서 그의 실력보다 LA 교민 사회를 겨냥한 ‘상품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 박찬호는 결국 두 경기 등판 만에 1년 반에 걸친 마이너리그 생활을 시작했다.
이 기간을 거치면서 공만 빠르던 ‘한양대 2학년 휴학생’ 박찬호는 제구력도 기르고 완급조절도 할 줄 아는 ‘메이저리그 투수’로 거듭났다. 이 분야 최고 전문가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이를 놓칠 리가 없었다.
1995년 7월 2일 보고서에서 그의 강속구를 최대 강점으로 꼽은 콕스는 “투구 템포가 너무 빨라 컨트롤에 문제가 있다. 또 체인지업과 커브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썼다. 그가 본 박찬호는 커브를 스트라이크 존에 넣을 줄 모르는 투수였다.
한 달이 지난 8월 3일 보고서 내용은 조금 달랐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게리 펠런트 스카우트는 “폭발적인 속구는 물론이고 커브볼도 평균 이상”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펠런트는 “박찬호는 속구와 커브, 두 구종에 의존하는 투 피치(2 pitch) 투수”라면서 “그를 영입한 뒤 마무리 투수로 쓰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체인지업에 대한 평도 좋아졌다. 역시 화이트삭스 소속이던 마이크 스고바는 11월 15일 보고서에서 “체인지업 속도 조절에 아주 능하다. 1∼2년 안에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가 될 자질을 갖췄다”고 썼다. 박찬호는 이로부터 2년 뒤인 1997년 14승을 거두며 스고바의 예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리고 17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동양인 최다승(124승)으로 커리어를 마쳤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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