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24일 금요일

안방마님, 불방망이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7/23/2015072303911.html
2015.07.24
손장훈 기자

[포수 물방망이는 옛말… '공격형 포수' 전성시대]

롯데 강민호, 25홈런 때리며 도루저지율 등 수비도 제 몫
두산 양의지, 3할대 高타율… SK 이재원은 '타점 해결사'

넥센 박동원·KIA 이홍구도 결정적일 때 '한 방' 돋보여


프로야구 포수들은 매일 5㎏짜리 장비를 차고 150번씩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한다.

한여름엔 한 경기를 뛰고 나면 몸무게가 3㎏ 정도 빠진다. 체력 부담이 워낙 크기 때문에 포수에게는 뛰어난 타격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포수는 투수 리드, 블로킹, 내·외야 수비 지시 등의 기본 역할만 잘해도 주전 자리를 꿰찬다. 하지만 올 시즌 KBO리그는 다르다. 맹타를 휘두르는 안방마님들이 대거 등장해 '포수는 물방망이'라는 야구의 통념을 깨뜨리고 있다.

◇75억원 아깝지 않다

최근 한국 프로야구는 한동안 포수 품귀 현상을 겪었다. 우선 자신들도 "내가 이걸 왜 했나 싶다"고 할 정도로 힘든 자리라 포수 지망생 숫자 자체가 적었다. 투수 리드 등의 능력은 단기간에 배우기 어렵기 때문에 각 팀의 포수 세대교체는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수요는 많고, 공급이 적은 상황. 당연히 몸값은 금값이 됐다. 이런 상황의 최대 수혜자가 롯데의 강민호였다. 그는 2013년 말 당시 FA(자유계약선수) 역대 최고 금액(4년 75억원)을 찍었다.


/Getty Images 멀티비츠

타격 성적만 놓고 보면 2010년 반짝(타율 0.305·23홈런)한 게 전부였기 때문에 거품 논란이 일었다. 강민호는 2014시즌 타율 0.229·16홈런·40타점에 그치면서 1년 내내 '몸값 못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절치부심한 그는 올해 팀의 5~6번 타자로 나서 23일까지 25개의 대포를 쏘아 올려 벌써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종전 2010년 23개)을 넘어섰다. 수비에서도 0.309의 도루 저지율을 기록하면서 제 몫을 했다.

조성환 KBS N 해설위원은 "수비 부담까지 감안하면 최고의 활약"이라며 "지금 페이스라면 포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2000년 박경완 40개)도 노릴 만하다"고 말했다.

◇포수 최고 타율·타점 노린다

KBO리그 역대 최고의 공격형 포수로 꼽히는 인물은 이만수 전 SK 감독이다. 파워와 정교함을 겸비한 그는 1984년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타율·홈런·타점 부문을 석권하는 것)을 달성하기도 했다.

두산의 양의지는 이만수 전 감독이 가진 역대 포수 단일 시즌 최고 타율(1987년 0.344)에 도전한다. 양의지의 타율은 현재 팀에서 가장 높은 0.333(258타수 86안타). 그는 7월 들어 타율 0.354(48타수 17안타)의 뜨거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올해 돋보이는 해결 능력을 과시하고 있는 SK의 이재원은 조인성(한화)이 2010년 세운 단일 시즌 포수 최다 타점 기록(107점)을 노린다. 그는 올 시즌 득점권에서 0.394의 높은 타율을 기록하면서 74타점을 올렸다. 산술적으론 앞으로 127타점까지 가능하다. 최근 팀의 4번 타자를 자주 맡아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일 기회는 더 많아질 전망이다. 이재원은 "중심 타자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찬스에서 더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포의 8번 타자

삼성의 이지영은 하위 타순인 8번에서 타격 본능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올 시즌 타율은 0.320(206타수 66안타)다. 정교한 선구안을 바탕으로 투수 유형을 가리지 않고 안타를 뽑아내고 있다. 특히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산(타율 0.500)과 NC(타율 0.333)에 강한 면모를 보이면서 팀 타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상위 타선으로 찬스를 연결하는 데 집중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넥센의 박동원과 KIA의 이홍구는 임팩트 있는 한 방으로 상대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박동원은 홈런 8개 중 6개를 주자 있는 상황에서 터트렸다. 그 중 만루포가 2방이었다. 이홍구는 지난 4월 29일 광주 한화전에서 올 시즌 첫 홈런을 대타 만루포로 장식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손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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