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0일 화요일

'5㎏ 찜통' 안고 150번 앉았다 섰다… 하루에 몸무게 3㎏ 빠져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8/19/2013081903488.html?news_sports
2013.08.20
윤동빈 기자

['야구의 3D 포지션' 포수들의 숨막히는 여름]

-매일매일 '땀과의 전쟁'
무릎 뒤·겨드랑이·목 등에 땀띠 피하려 파우더 대량 살포… 조인성은 땀샘 제거술 받기도

체력 소모 커 보양식은 필수… 붕어즙·홍삼 등 달고 살아
진갑용 "정성 담긴 집밥이 최고"

"요즘은 사우나에서 경기하는 기분이에요. 16년째 마스크를 쓰는데도 이런 여름이면 '내가 왜 이걸 하겠다고 했나'하는 생각이 밀려오죠."(두산 포수 양의지)

요즘 프로야구 포수들은 '지옥에서의 한철'을 보내고 있다. 섭씨 25도가 넘고, 습도 80%에 육박하는 열대야(熱帶夜)가 지속되는 가운데 매경기 두 시간 가까이 '오리걸음'으로 홈 플레이트 주변에서 머물러 있어야 한다. 투수가 던진 공을 되돌려주기 위해 최소 150번씩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투수의 볼 배합, 주자와의 눈치 싸움으로 신경은 곤두서 있다. 포수는 부상 방지를 위해 5㎏에 달하는 보호 장비를 몸에 걸치고 출전한다. 무더위가 절정에 달한 요즘 각 구단 포수들에게 생존 비법을 들어보았다.

땀과의 전쟁

가장 큰 적은 땀이다. 경기마다 속옷을 4~5벌씩 챙겨와 갈아입는데도 모자란다. 늘 땀으로 목욕을 하니 무릎 안쪽, 겨드랑이, 목 등 살이 접히는 부분에는 온통 땀띠투성이다. 두산의 양의지는 "정말 가려워서 참기 힘들다"며 "예전에는 피가 날 정도로 긁어서 부모님이 늘 피부진정제를 집에 가져다 놓으셨다"고 말했다. 양의지를 땀띠로부터 구원해준 것은 동료 투수인 더스틴 니퍼트였다. 2011시즌 라커룸에서 하얀 가루를 뿌리는 니퍼트를 보고 처음 빌려 써보곤 그 효험에 곧바로 파우더 마니아가 됐다.


 두산 포스 양의지는 "찜통더위 때 경기를 하다 보면 '정말 내가 이 일을 왜 시작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다"며 "그래도 투수와 호흡이 잘 맞아 경기에 이기고 나면 피로가 싹 가신다"고 했다. 사진은 프로야구 경기에서 내야수에게 수비를 지시하는 양의지 모습. /두산 베어스 제공

다른 포수들도 양의지처럼 파우더 대량 살포로 땀띠를 극복한다. 포수들이 몸에 뿌리는 파우더는 다른 야수들 사용량의 2~3배에 이른다. 땀이 잘 차는 부위에는 피부를 흰색 가루로 덮어버릴 정도다. LG 포수 윤요섭(31)은 "한 달에 400g짜리 파우더 서너 통을 쓴다"고 말했다.

프로 16년차인 SK의 조인성(38)은 아예 원인 제거에 나서기도 했다. 2011년 겨드랑이를 타고 흐르는 땀이 거추장스러워 레이저 땀샘 제거술을 받았다. 부작용도 있었다. 겨드랑이가 막히니 머리 쪽으로 땀이 과다 배출되면서 현기증을 자주 겪었다. 조인성은 "자주 마스크를 벗고 환기를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보양식은 필수

무더위에 한 경기를 치르고 나면 포수들의 몸무게는 최소 2~3㎏씩 빠진다. 쪼그려 앉는 자세는 무릎에 몸무게의 7배에 달하는 부담을 준다. 두산 전재춘(44) 트레이너는 "포수들은 무릎과 발목에 관절퇴행성, 충돌증후군을 달고 산다"고 말했다.

야구의 '3D 포지션'에 종사하는 포수들은 몸 관리가 철저해야 한다. 베테랑에서 신인까지 대부분 보양식을 애용한다. 삼성의 이지영(27)은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는 오디즙과 기력 회복에 좋다는 붕어즙을 매일 마신다. 그는 "귀찮아도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며 "살기 위해서라도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족과 배우자의 뒷바라지도 남다르다. 올 시즌 프로 무대를 밟은 LG 김재민(22)은 부모가 달여준 홍삼 진액을 입에 달고 산다. 그는 "부모님이 족발집을 하는데 한약을 넣은 보양 족발을 따로 만들어주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삼성의 진갑용(39)은 "아내가 아침저녁 메뉴에 정성을 많이 들인다"며 "나 같은 경우는 매일 먹는 '집밥'이 여름 나기의 비결 중 하나"라고 말했다.

팀에서도 '특별 배려'

포수는 투수 리드와 팀 수비 지휘를 담당하는 그라운드의 '야전사령관'이다. 국내 최고 포수로 평가받았던 SK의 박경완은 150개의 볼 배합을 항상 머릿속에 넣고 다녔다고 한다. NC 김경문(55) 감독은 "포수가 약한 팀은 우승하기 힘들다"며 "그라운드에서 야수를 통솔하는 포수의 능력이 팀 성적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포수 자리에 공백이 생기면 팀 수비력에 큰 차질이 생기는 만큼 각 구단은 여름철 '포수 챙기기'에 각별히 신경 쓴다. 한 선수가 2~3일 연달아 마스크를 쓰면 어김없이 다음 경기엔 다른 선수가 홈 플레이트를 지키게 한다. 무더위가 극심할 때는 팀 훈련을 빼주면서 휴식을 준다. 넥센의 허도환(29)은 "팀에서 여름철 팀 훈련이나 달리기에선 제외해주는 특별 배려를 해준다"고 말했다.

윤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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