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05
서지영 기자 saltdoll@joongang.co.kr

"그때 그 친구가 다치는 바람에 내가 평생 포수를 맡게 됐지."
김경문(55) NC 감독은 선수시절 포수를 맡았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 OB에 입단한 그는 창단 첫 해인 그해 박철순과 배터리를 이루어 팀의 한국시리즈 초대 우승을 이끌었다.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포수를 봤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김 감독은 "맨 처음에는 유격수를 봤다"고 넌지시 털어놨다.
인천 출신인 김 감독은 초등학교 4학년 무렵 대구 옥산 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남자는 스포츠 한 종목쯤은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야구부에 들어갔다. 마침 옥산 초등학교에는 농구와 핸드볼, 야구부가 활발하게 운영중이었다고 한다. 옥산초는 반별 대항전을 할 정도로 야구가 강한 학교였다. 야구부 감독이 꼬마 김경문에게 정해준 포지션은 포수가 아닌 유격수였다. 당시 김 감독은 유난히 하얀 피부와 작은 몸집을 가졌다고 한다. 홈플레이트 앞에 듬직하게 앉아 날아오는 공을 온몸으로 틀어막기에는 체구가 왜소했다.
민첩하고 날렵한 자세로 유격수를 보던 6학년 무렵. 어느 날 팀 포수를 보던 친구가 부상으로 야구를 할 수 없게됐다. 당장 경기는 해야 하고, 사람은 없는 상황. 김 감독은 얼결에 포수 마스크를 쓰고 안방을 지켰다. 그는 "우연하게 포수를 봤다가 평생 포지션이 결정됐다. 그때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면, 나도 포수출신이 아닌 내야수 출신 감독이 됐을지도 모르겠다"며 미소지었다.
현역 감독중에는 투수에 이어 포수 출신 감독이 유독 많다.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이만수(55·SK), 조범현(53·KT) 감독이 선수시절 포수 마스크를 썼다. 경찰청을 이끄는 유승안 감독도 안방을 지켰다. 김 감독은 포수 출신이 감독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포수는 각종 데이터 익숙한 포지션이다. 투수는 물론, 상대팀 타자까지 꼼꼼하게 분석하고 정리한다. 기록하는데 익숙할 수밖에 없다"며 "현역이나 과거 감독들 중에사도 포수 출신이 많다. 감독직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아마야구계에서는 포수를 자원하는 학생이 부쩍 줄어든다는 평가다. 투수나 야수에 비해 빛이 나지 않고, 힘들기 때문. 최근 프로야구계가 세대교체를 하지 못하고 포수 난에 시달리는 이유다. 김 감독은 "조만간 아시안게임도 열린다. 한국 야구가 발전하려면 포수를 비롯해 다양한 포지션이 발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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