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30일 화요일

[사이언스] 커브볼 받아치기 어려운 이유는 '똑똑한 腦(뇌)' 탓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6/29/2015062902125.html
2015.06.29
이영완 기자

-韓·美연구진 '커브볼 착시' 현상 규명
시야에서 벗어나는 공, 더 휠거라 느껴
위성신호 끊긴 내비 작동원리와 같아


커브볼의 궤적을 연속 촬영한 모습. 야구공이 시야 중심에서 벗어나면, 타자는 실제보다 야구공이 더 휜다고 느낀다. /로체스터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윤성환 투수는 커브볼(curveball)이 주무기다. 타자들은 공이 몸 앞에서 급격하게 휘어지는 것을 보고 방망이를 뺐는데 스트라이크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혀를 내두른다. 한·미(韓美) 연구진은 이처럼 타자들을 현혹하는 '커브볼 착시(錯視)'는 뇌가 자동차 내비게이션처럼 작동하기 때문임을 밝혀냈다.

커브볼 착시란 야구공을 시야의 중심에 두면 실제 궤적대로 인지하지만, 야구공이 시야의 주변부로 가면 야구공이 회전하는 방향으로 실제보다 더 휜다고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권오상 울산과기대(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는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진과 함께 커브볼 착시와 내비게이션의 정보 처리 과정을 비교했다. 실험 참가자들이 겪은 커브볼 착시의 정도는 위성 신호가 끊겼을 때 내비게이션이 자동차 위치를 추정하는 알고리즘으로 계산한 것과 일치했다.

권 교수는 "위성 신호가 끊기면 컴퓨터 알고리즘이 자동차의 직전 위치와 속도 등으로 현재 위치를 추정한다"며

 "뇌도 공이 시야 주변부로 빠져서 위치 정보가 부족하면 실밥의 회전 방향과 같은 움직임 신호에 의존해 위치를 추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야구공은 회전하는 방향으로 실제보다 더 꺾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예측이 아니고 공을 끝까지 봐야하는 이유)

그렇다고 뇌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시각은 커브볼과 같은 극단적인 운동까지는 몰라도 자연에서 생존에 필요한 물체의 운동은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권 교수는 "공학자들이 고안한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뇌가 이미 사용하고 있음을 밝힌 연구 결과"라며 "커브볼 착시는 오히려 뇌가 똑똑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이영완 기자


2015년 6월 29일 월요일

'젊은 안방' 넥센, '포수 최대어' 주효상 가세

출처: http://www.spotvnews.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20489
2015-06-29
박현철 기자



[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송구 시 순발력은 이미 프로무대 선배들을 능가할 정도. 포수로 본격 전향한 지 1년도 안 된 선수임을 감안하면 더욱 대단하다. 젊은 포수진을 구축한 넥센 히어로즈가 고교 최대어 포수 서울고 주효상(18)을 1차 지명 신인으로 선택하며 경쟁 체제를 더욱 공고히 구축했다.

넥센은 29일 오후 “서울고 포수 주효상을 2016년 신인 1차 지명자로 선택했다”라고 밝혔다. 1학년 시절부터 꾸준히 출장 기회를 얻으며 경기에 나섰던 주효상은 지난해 24경기 0.337 1홈런 25타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14경기 0.404 19타점(29일 현재)을 기록하며 주축 타자로서 활약 중이다.
 
더욱 대단한 것은 포수로서 성장 가능성과 기본기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는 점. 주효상은 송구 시 미트에서 공을 뺀 뒤 공을 손에서 놓는 순간까지의 시간이 1.4초대에 불과할 정도로 빠른 동작을 자랑한다. 프로 무대에서도 이 동작이 1.6초대면 특급으로 평가받는데 주효상은 이를 능가하는 순발력을 갖췄다. 모 구단 프로 스카우트 팀장은 “주효상은 송구 동작이 빠를 뿐 더러 송구 시 공의 회전수가 많아 송구가 슬라이스 되지 않고 정확하고 힘 있게 날아간다”고 극찬했다.
 
박동원, 유선정, 김재현 등 포수진이 상대적으로 젊은 편인 넥센은 올해 고교 포수 최대어인 주효상까지 품에 안으면서 미래가 기대되는 안방을 구축했다. 주효상은 “야디어 몰리나(세인트루이스)처럼 뛰어난 포수가 되고 싶다”라며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허도환이 지난 4월 한화로 트레이드되며 넥센 안방마님들의 연령은 더욱 낮아졌다. 넥센 포수 중 가장 나이와 경력이 많은 유선정이 우리 나이 서른으로 아직 한창 나이다. 다만 군경팀 복무가 아닌 공익근무로 소집해제한 후 실전 공백이 생기면서 강점이던 송구 능력이 다소 떨어진 점은 아쉽다. 올 시즌 주전 포수인 박동원(25)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시행착오 끝에 확고부동한 주전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김재현과 임태준, 이용하 등도 젊은 포수로서 1군에서의 출장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중. 여기에 지재옥이 상무에서 제대하고 새내기 주효상까지 가세하면 넥센은 20대 젊은 포수들로 가득한 팀이 된다. 갓 고교를 졸업하는 주효상이 단숨에 넥센 주전 포수 경쟁을 뒤흔들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간결한 송구 동작과 힘과 정확도를 겸비한 송구가 뛰어나다. 투수리드 외 포수로서 기본기를 확실히 갖춘 선수인 만큼 넥센 기존 포수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전망이다.
 
염경엽 감독은 재임 이래 확고부동한 주전 선수에게는 믿음을 보이되 전체적으로 경쟁을 촉구한 지도자다. 특히 포수 포지션에서는 2013시즌 전 기존 주전 포수인 허도환 대신 박동원을 주전으로 중용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허도환에게 긴장을 심어주고 박동원을 비롯한 백업 포수들에게 가능성을 열어 둔 이야기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4년차 신예 김재현에게 1군 출장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던 염 감독이다. 팀 내 자체 경쟁 심화를 통해 더 젊고 강한 안방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2008년 현대 선수단을 공중분해 후 승계 식으로 창단한 히어로즈. 네이밍 스폰서 넥센의 간판을 단 이래 히어로즈는 점진적 발전을 거듭하며 이제는 리그 강호로 성장했다. 그 속에는 코칭스태프, 프런트의 노력도 있으나 경쟁 속 선수들의 노력이 가장 컸다. 그라운드 야전사령관 자리에 고교 최대어 포수를 더한 넥센. 그 안방마님들은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 
 
[사진] 서울고 주효상 ⓒ 한희재 기자
 
박현철 기자 phc@spotvnews.co.kr
 
 
 

2015년 6월 12일 금요일

[What's Up? MLB] ML 포수들은 왜 미트를 고정할까

출처: http://www.sportsseoul.com/?c=v&m=n&i=226350
2015.06.12
장강훈기자


[스포츠서울] TV 중계로 야구를 볼 때 가장 많이 보는 화면이다. 투수와 포수, 타자가 공 하나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가장 잘 볼 수 있는 앵글이기도 하다. 잠실 |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TV 중계로 야구를 보면 투수의 뒤통수를 가장 많이 본다. 투수와 포수를 한 번에 잡아주는, 이른바 ‘배터리 샷’이 매 구(球) 나오기 때문이다. 팬들은 배터리샷으로 보이는 화면을 통해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지는지, 공의 궤적이 어떤지, 타자들의 스윙은 어떤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중계도 마찬가지다. 한 경기에 한 팀 투수가 150~200개 가량 공을 던진다고 가정하면, 400번 정도 투수의 뒤통수와 포수가 앉아 있는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재미있는 점은 KBO리그와는 포수의 그림이 다르다는 것이다. 사인을 교환하고, 자리를 잡고, 포수가 타깃을 설정해주는 것까지는 똑 같은데 투수가 공을 던지기 위해 다리를 들기 시작한 순간부터, 포수가 포구할 때까지 그림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 바로 포수 미트의 위치다.

KBO리그는 투수가 다리를 들고 공을 던지는 1.3초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포수 미트가 땅에 닿는다. 타깃을 설정해주고 미트 끝부분을 땅에 내렸다 들어 올리며 포구한다. 물론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에는 포수도 포구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미트를 한 번 내렸다가 들어 올리면 손목에 부담이 줄어든다는 게 국내 관계자들의 얘기다. 모 감독은 “하루에 수 백개의 공을 받아야 하는 포수는, 날아 들어오는 공의 무게뿐만 아니라 미트 자체의 무게 때문에 손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짧은 시간이지만, 미트를 내리는 동작을 통해 손목에 힘을 빼면 피로가 덜하다. 또한가지는 손목에 반동을 주면서 포구 동작을 조금 더 부드럽게 하려는 일종의 습관”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서울]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제구가 KBO리그보다 훨씬 좋아보이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포수들의 미트 덕분은 아닐까. 캐칭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는 kt 조범현 감독과 SK 박경완 육성총괄의 12년 전 모습.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하지만 메이저리그 포수들은 절대 미트를 바닥쪽으로 내리지 않는다. 타깃을 설정해주면 그 상태 그대로 몸쪽으로 살짝 당겼다가 나가면서 받거나 제자리에서 받는 정도다. 움직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포수 출신인 제이슨 켄달은 저서 ‘이것이 진짜 메이저리그다’를 통해 “포구는 부드럽고 조용해야한다. 달걀을 받듯이 공을 받아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세상에 미트질 같은 건 없다. 포수는 그냥 공을 받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포수는 공을 받는 것이지 미트질을 하는 게 아니다. 공을 잘 받으려면 손이 부드러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고보면, 메이저리그 포수들은 상체를 세웠다 숙였다 정도만 미세하게 조정할 뿐 팔꿈치나 손목을 이용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을 억지로 홈플레이트 안쪽으로 끌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투수가 던지는 공이 워낙 강하기도 하지만, ‘달걀을 받듯이’ 포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포구 순간 손목이나 팔꿈치에 힘을 줄 수 없는 게 아닐까. 다만 상체를 살짝 세워 무릎 아래로 날아온 공을 심판에게 아랫배 부근에서 받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켄달은 “이런 행동도 자주하면 걸린다. 심판을 자극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없다”고 단언했다.

지도자들은 “투수는 공을 던지는 순간까지 포수 미트에서 시선을 떼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눈이 타깃을 응시하고 있으면, 몸이 최대한 그 쪽으로 공을 던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이런 개념으로 접근하면 KBO리그 포수들은 모두가 투수의 시선을 흐트러트리는 행동을 하고 있는 셈이 된다. 타깃이 지면쪽으로 한 번 내려갔다 바운드되는 듯한 행동을 취하기 때문이다. KBO리그 투수들이 상대적으로 제구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이유, 혹시 포수쪽에도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2015년 6월 11일 목요일

[인터뷰] NC 이호준의 깨달음 "야구는 조금만 방심해도 멀어지더라"

 http://news1.kr/articles/?2274744
2015.06.11
이재상 기자

 
NC 다이노스 이호준.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22년 차인 지금도 항상 어렵더라고."

'공룡 대장' 이호준(39·NC)은 언제나 유쾌하다.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는 그는 경기 전 덕아웃에서 취재진들에게 인기가 많다. 물론 그냥 말만 잘 하는 것이 아니다. 실력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호준은 프로야구 2015시즌 56경기에 나와 타율 0.323 14홈런 64타점을 올리고 있다. 나성범, 테임즈와 함께 중심타선을 이끌고 있는 이호준의 존재는 NC 상승세의 비결이기도 하다.

이호준은 최근 300홈런을 앞두고 말을 아끼고 있다. 현재 299홈런을 기록 중인 그는 지난달 5월30일 KIA전에서 홈런을 때려낸 뒤 9경기에서 홈런이 없다.

"300홈런이 무엇이 중요한가. (이)승엽이는 400개를 때렸는데…"라며 말을 아끼던 이호준은 1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를 앞두고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나도 인간이다 보니 이상하게 펜스가 먼저 보이더라"고 털어놨다.

김경문 NC 감독은 "기록이란 것이 쉬워 보이지만 300개 홈런이란 것이 쉽게 나오지 않는 것"이라며 "30개씩 10년을 때려내야 300홈런이 가능한 것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왼쪽)과 NC 이호준(오른쪽). /뉴스1 © News1

◇ "(이)승엽이는 정말 대단해"300홈런을 눈앞에 둔 이호준은 심정을 묻자 "대기록도 아니고 하나 두 개 더 친다고 무슨 의미가 있느냐. 그저 홈런 한 개를 추가하는 것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이호준은 "400개 때려낸 승엽이도 있는데 300홈런 가지고 이야기하기 쑥스럽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1994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한 이호준은 1996년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그는 첫 해 1개의 홈런을 때렸고 1998년이 돼서야 타율 0.303에 19홈런 77타점을 쌓으며 눈길을 끌었다.

2000년 SK로 이적한 이호준은 2002년 23홈런을 때려낸 뒤 2003년 개인 최다인 36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전성기를 보냈다. 이후 이호준은 2013년 생애 두 번째 FA자격으로 NC로 이적한 뒤 다시 한번 야구 인생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프로 22년 차인 그는 "야구란 게 투수는 어떻게든 안 맞으려고 하고 타자는 어떻게든 치려고 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때리려고 하면 꼭 잘 안 된다. 그걸 알면서도 잠깐씩 까먹고 타석에 들어가면 욕심이 난다. 조금만 방심해도 멀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야구를 10년 하든지 50년을 하든지 결국에는 힘을 빼고 가볍게 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만 욕심이 들어가면 밸런스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이호준은 "그래서 정말 (이)승엽이가 대단한 것 같다. 그렇게 투수들이 안 맞으려고 하는데도 그걸 다 뚫고 이겨냈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NC 다이노스 이호준. /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 이호준의 가장 특별했던 홈런은지금까지 299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동안 이호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짜릿했던 홈런은 무엇일까.

질문을 받은 이호준은 "난 사실 홈런을 때려도 크게 세리머니도 하지 않고 금방 잊어버리는 스타일"이라면서도 12년 전 상대했던 다니엘 리오스(당시 KIA)에게 뽑아냈던 홈런에 대한 추억을 꺼냈다.

이호준은 SK 소속이었던 2003년 8월 1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0-1로 뒤지던 8회말 1사 이후 리오스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이호준은 그날의 기억을 생생히 전했다. "그날 리오스가 엄청 잘 던졌는데 앞 타석에서 내가 2안타를 때린 뒤 허리쪽에 사구를 맞았다"며 "지고 있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초구가 바로 머리 쪽으로 날아오더라. 아마 내가 얄미웠던 모양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계속 몸쪽으로 위협구를 던지는 것을 보고 굉장히 화가 많이 났었다"면서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바깥쪽에 커터성 공이 들어왔는데 홈 플레이트를 밟고 제대로 찍어 쳤는데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결국 SK는 이호준의 홈런 한방에 힘입어 2-1로 역전승을 거두고 7연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호준은 "경기 중에 그렇게 분노한 적이 없었는데 그날은 평정심을 잃었던 것 같다"며 "그런 가운데 때린 홈런이라 더욱 통쾌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짜릿하다.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활짝 웃었다.


NC 다이노스 이호준은 프로 22년차에 최고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다. /뉴스1 © News1

◇ "지금까지 온 내가 기특하다"이호준은 "만약 내가 2013년 NC에 오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 것 같냐"고 오히려 취재진에게 반문했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한 뒤 "아마 김경문 감독님이 그때 나를 FA로 데려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야구를 그만하지 않았을까 냉정하게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이호준은 "야구 선수로서 살아오면서 300홈런 1000타점을 올릴 것이라고 감히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이 자리까지 온 내가 기특하다"며 웃었다. 이호준은 프로 통산 타율 0.281 299홈런 1096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호준은 그를 지도했던 수 많은 지도자 중에서 김경문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거듭 밝혔다.

"모두가 올해 내게 '회춘했다'고 말하지만 결국은 감독님이나 구단에서 편하게 믿어주시기 때문에 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인간으로서 배려해주시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아마 김 감독님께서 손을 내밀어 주시지 않았다면 어느 정도 하다가 그만뒀을 수도 있다. 그것에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뿐이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NC 포수 김태군에게 '이호준은 어떠한 선배인지'에 대해 물었다. 김태군은 "다른 말보다 정말 고마운 선배다. 저뿐만 아니라 어려움을 겪는 모든 후배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 분이다. 고맙다는 말보다 더 큰 표현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항상 살뜰하게 후배들을 챙기는 이호준은 야구의 황혼기를 지내고 있다. 그는 "야구라면 참 오래했다. 지금은 정말로 언제든지 유니폼을 벗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이젠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기쁘게 유니폼을 벗고 은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5년 6월 8일 월요일

김성근 일침, "우리 야구에서 가장 부족한 것"

출처: http://osen.mt.co.kr/article/G1110172303
2015.06.08
이상학 기자
[OSEN=이상학 기자] "지금 우리나라 야구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뭔지 아는가? 못할 때 창피함이 없다는 것이다".  

한화 김성근(73) 감독은 투수 송은범을 지난 7일 2군으로 내려보냈다. 김 감독은 기술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마운드에서 싸우려는 뜻이 없다. 투쟁심이 없다"며 송은범의 정신자세를 지적했다. 김 감독은 "지금 프로야구 전체가 다 그런 것 아닌가 싶다. 밤새도록 연습하거나 연구하는 선수들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일침을 놓았다.  

지난 1982년 KBO리그 출범 때부터 현장에서 지켜본 김 감독은 "지금뿐만 아니라 1980~90년대에도 마찬가지다.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분해하며 절박한 선수가 거의 없었다. 지금 우리나라 야구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뭔지 아는가? 못할 때 창피함이 없다는 것이다. 못하면 왜 안 되는지를 연구해야 하는데 그런 자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감독은 "과거 故 장효조가 새벽 3시까지 스윙하고 그랬다. 그 당시 최고인데도 절박하게 했다. 지금 LG 코치로 있는 최동수도 경기가 끝나면 도시락을 먹어가며 새벽까지 운동장에 남아서 훈련했다. 그래서 오래할 수 있었다. 두산 투수였던 이광우는 현역 때 포크볼을 던지기 위해 (검지와 중지) 손가락 사이를 찢는 수술을 받았다. 대단하다 싶었다. 프로라면 그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FA 제도 도입 이후로 선수들의 몸값은 나날이 치솟고 있는데 그게 걸맞은 프로 정신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비단 고액 몸값 선수들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은 아니다. 김 감독은 "나이에 관계없이 어린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어느 위치인지 알고 스스로 연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예로 김 감독은 내야수 강경학을 꼽았다. 강경학은 지난달 17일 대전 넥센전에서 9회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으로 결승점을 내며 방송사와 수훈선수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강경학은 "경기 끝난 뒤 특타를 안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 인터뷰를 김 감독도 TV를 통해 확인했다. 이를 보고 김 감독은 혀를 끌끌 찼다. 

"이게 뭔가 싶었다. 밀어내기 볼넷 하나 했다고 특타에 빠졌으면 좋겠다니. 자기를 모르나 싶다. 어린 것을 떠나 자기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자진해서 연습하겠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반짝한 선수들이 얼마나 많았나. 마음가짐이 그래서는 크게 될 수 없다"는 것이 김 감독의 냉정한 말이다. 그 이후 강경학은 특타에 무조건 포함돼 있다.  

김 감독은 "야구뿐만 아니라 드다른 분야에서도 프로란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 기인이라는 사람들도 그 속에서 자기의 것을 찾는 것이다. 7할의 실패에 대해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8할이 실패할 때까지 가만히 있으면 프로가 아니라고 본다"고 재차 강조했다. 선수들이 스스로 더 깊이 연구하고 치열하게 매달리는 프로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일침이었다. 

OSEN=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