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1일 목요일

[인터뷰] NC 이호준의 깨달음 "야구는 조금만 방심해도 멀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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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1
이재상 기자

 
NC 다이노스 이호준.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22년 차인 지금도 항상 어렵더라고."

'공룡 대장' 이호준(39·NC)은 언제나 유쾌하다.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는 그는 경기 전 덕아웃에서 취재진들에게 인기가 많다. 물론 그냥 말만 잘 하는 것이 아니다. 실력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호준은 프로야구 2015시즌 56경기에 나와 타율 0.323 14홈런 64타점을 올리고 있다. 나성범, 테임즈와 함께 중심타선을 이끌고 있는 이호준의 존재는 NC 상승세의 비결이기도 하다.

이호준은 최근 300홈런을 앞두고 말을 아끼고 있다. 현재 299홈런을 기록 중인 그는 지난달 5월30일 KIA전에서 홈런을 때려낸 뒤 9경기에서 홈런이 없다.

"300홈런이 무엇이 중요한가. (이)승엽이는 400개를 때렸는데…"라며 말을 아끼던 이호준은 1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를 앞두고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나도 인간이다 보니 이상하게 펜스가 먼저 보이더라"고 털어놨다.

김경문 NC 감독은 "기록이란 것이 쉬워 보이지만 300개 홈런이란 것이 쉽게 나오지 않는 것"이라며 "30개씩 10년을 때려내야 300홈런이 가능한 것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왼쪽)과 NC 이호준(오른쪽). /뉴스1 © News1

◇ "(이)승엽이는 정말 대단해"300홈런을 눈앞에 둔 이호준은 심정을 묻자 "대기록도 아니고 하나 두 개 더 친다고 무슨 의미가 있느냐. 그저 홈런 한 개를 추가하는 것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이호준은 "400개 때려낸 승엽이도 있는데 300홈런 가지고 이야기하기 쑥스럽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1994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한 이호준은 1996년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그는 첫 해 1개의 홈런을 때렸고 1998년이 돼서야 타율 0.303에 19홈런 77타점을 쌓으며 눈길을 끌었다.

2000년 SK로 이적한 이호준은 2002년 23홈런을 때려낸 뒤 2003년 개인 최다인 36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전성기를 보냈다. 이후 이호준은 2013년 생애 두 번째 FA자격으로 NC로 이적한 뒤 다시 한번 야구 인생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프로 22년 차인 그는 "야구란 게 투수는 어떻게든 안 맞으려고 하고 타자는 어떻게든 치려고 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때리려고 하면 꼭 잘 안 된다. 그걸 알면서도 잠깐씩 까먹고 타석에 들어가면 욕심이 난다. 조금만 방심해도 멀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야구를 10년 하든지 50년을 하든지 결국에는 힘을 빼고 가볍게 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만 욕심이 들어가면 밸런스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이호준은 "그래서 정말 (이)승엽이가 대단한 것 같다. 그렇게 투수들이 안 맞으려고 하는데도 그걸 다 뚫고 이겨냈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NC 다이노스 이호준. /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 이호준의 가장 특별했던 홈런은지금까지 299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동안 이호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짜릿했던 홈런은 무엇일까.

질문을 받은 이호준은 "난 사실 홈런을 때려도 크게 세리머니도 하지 않고 금방 잊어버리는 스타일"이라면서도 12년 전 상대했던 다니엘 리오스(당시 KIA)에게 뽑아냈던 홈런에 대한 추억을 꺼냈다.

이호준은 SK 소속이었던 2003년 8월 1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0-1로 뒤지던 8회말 1사 이후 리오스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이호준은 그날의 기억을 생생히 전했다. "그날 리오스가 엄청 잘 던졌는데 앞 타석에서 내가 2안타를 때린 뒤 허리쪽에 사구를 맞았다"며 "지고 있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초구가 바로 머리 쪽으로 날아오더라. 아마 내가 얄미웠던 모양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계속 몸쪽으로 위협구를 던지는 것을 보고 굉장히 화가 많이 났었다"면서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바깥쪽에 커터성 공이 들어왔는데 홈 플레이트를 밟고 제대로 찍어 쳤는데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결국 SK는 이호준의 홈런 한방에 힘입어 2-1로 역전승을 거두고 7연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호준은 "경기 중에 그렇게 분노한 적이 없었는데 그날은 평정심을 잃었던 것 같다"며 "그런 가운데 때린 홈런이라 더욱 통쾌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짜릿하다.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활짝 웃었다.


NC 다이노스 이호준은 프로 22년차에 최고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다. /뉴스1 © News1

◇ "지금까지 온 내가 기특하다"이호준은 "만약 내가 2013년 NC에 오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 것 같냐"고 오히려 취재진에게 반문했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한 뒤 "아마 김경문 감독님이 그때 나를 FA로 데려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야구를 그만하지 않았을까 냉정하게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이호준은 "야구 선수로서 살아오면서 300홈런 1000타점을 올릴 것이라고 감히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이 자리까지 온 내가 기특하다"며 웃었다. 이호준은 프로 통산 타율 0.281 299홈런 1096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호준은 그를 지도했던 수 많은 지도자 중에서 김경문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거듭 밝혔다.

"모두가 올해 내게 '회춘했다'고 말하지만 결국은 감독님이나 구단에서 편하게 믿어주시기 때문에 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인간으로서 배려해주시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아마 김 감독님께서 손을 내밀어 주시지 않았다면 어느 정도 하다가 그만뒀을 수도 있다. 그것에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뿐이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NC 포수 김태군에게 '이호준은 어떠한 선배인지'에 대해 물었다. 김태군은 "다른 말보다 정말 고마운 선배다. 저뿐만 아니라 어려움을 겪는 모든 후배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 분이다. 고맙다는 말보다 더 큰 표현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항상 살뜰하게 후배들을 챙기는 이호준은 야구의 황혼기를 지내고 있다. 그는 "야구라면 참 오래했다. 지금은 정말로 언제든지 유니폼을 벗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이젠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기쁘게 유니폼을 벗고 은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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