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09
배중현 기자

지난 6일 현역에서 은퇴한 포수 진갑용(삼성)은 팀 내 후배 포수들에게 "안 다쳤으면 한다. 그리고 욕심을 냈으면 좋겠다"며 "수비만 잘하면 된다는 건 옛날이야기다. 펑펑 치면서 수비하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수비만큼 공격에서도 포수의 역할이 작지 않다는 의미였다.
이지영(29)도 고개를 끄덕였다. 진갑용의 후계자로 삼성의 제1포수 옵션인 이지영은 "욕심을 내긴 내야 한다. 포수의 공격이 안 좋으면 끝까지 경기를 뛰는 게 아니라 대타로 바뀐다"며 "포수가 수비뿐만 아니라 방망이도 잘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올 시즌 삼성 전력의 핵인 이지영은 진갑용의 '조언'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포수 중 한 명이다. 타율 0.316(237타수 75안타) 1홈런 38타점을 기록하며 하위타선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규정타석(8일 현재 313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200타수 이상 소화한 삼성 타자 중 구자욱(0.351)과 이승엽(0.341), 박석민(0.324)에 이은 타격 4위다. 시즌 종료까지 40여 경기가 남아있지만 이미 타점은 개인 시즌 최다 기록(종전 2014년 32타점)을 넘어섰다.
베테랑 진갑용의 은퇴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이지영은 "앉아서 보는 것 자체만으로 큰 도움이 됐다"며 "1년 1년을 하면서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말도 해주셨고, 잘못하면 격려도 해주셨다"고 진갑용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진갑용 선배의 은퇴는) 기회다. 한국시리즈에서 마지막 공을 받는다면 설레는 느낌을 받을 거 같다"고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시즌을 앞두고 체중을 12kg이나 감량한 그는 공수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살을 많이 빼면서 움직임이 간결해지고 편해지는 거 같다"고 말한 이지영은 "(타율이 크게 오르긴 했지만 그것보다) 타구의 코스가 좋은 것 같다"며 "포수로 큰 것 한 방을 때리면 좋겠지만 우리팀에는 크게 칠 수 있는 선수가 많다. (올 시즌에는) 핀치 상황에서 안 바뀌고 친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욕심을 크게 부리기 보다는 팀 플레이를 중요시한다는 의미였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팀 타율 3할 이상(0.303)을 유지 중인 삼성. 그 속에서는 8번 타순에서 타율 0.307(228타수 74안타)을 기록 중인 이지영의 업그레이드 된 화력 지원이 있다. '포스트 진갑용 시대'를 열어야 하는 삼성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배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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