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1일 수요일

'엄격한' 박병호의 진화는 폄하를 거부한다

출처: http://starin.edaily.co.kr/news/NewsRead.edy?SCD=EB21&newsid=01505526606120736&DCD=A20102
2014.06.11
정철우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박병호(28.넥센)이 대한민국 4번 타자를 향한 묵직한 발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박병호는 최근 4경기 연속 홈런을 치며 시즌 27호 홈런을 기록했다. 최근 4경기서 무려 6개의 홈런을 몰아치는 무서운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10일 목동 삼성전서는 통산 11타수 무안타였던 삼성 밴덴헐크를 상대로도 비거리 145m짜리 대형 홈런을 쏘아올렸다. 

박병호의 기록적인 홈런 페이스에 대해 다른 해석을 시도하는 시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홈런이 많이 나오는 목동 구장을 쓴다는 것이 첫 번째. 실제 박병호는 27개 홈런 중 20개를 목동에서 쳤다. 

두 번째는 유독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는 타고 투저 현상이다. 공의 반발력에 대한 의구심과 신생 구단이 생기며 어쩔 수 없이 나타나고 있는 투수 부족 현상이 그의 홈런 페이스에 좋은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나름의 이유를 갖고 있는 분석이다. 하지만 박병호는 이제 그 정도 수준을 벗어나고 있다. 늘 하던대로 고인 채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더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사진 참조>


자료제공=베이스볼S

왼쪽은 박병호가 8일 목동 두산전서 9회, 이용찬에게 홈런을 치는 장면. 오른쪽은 10일 밴덴헐크에게 홈런칠 때 모습이다. 같은 폼에서 친 홈런 같지만 마지막 순간에선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노란 원 안에서 알 수 있 듯, 8일엔 마지막 팔로 스루를 할 때 오른 손을 살짝 놓았다. 하지만 10일 경기선 마지막 순간까지 배트를 놓지 않는 스윙을 했다

안경현 SBS 해설위원은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베이스볼S의 ‘진짜 야구’ 코너에서 “(양준혁의 처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마지막 순간에 손을 놓게 되면 장점 보다는 단점이 많이 나타날 수 있다. 계속 그런 스윙을 하다 보면 스윙이 뒤에서 퍼져 나올 수 있고 허리 턴도 다 안하게 된다. 그런 스윙이 계속되면 결국 하체 밸런스가 무너지게 된다. 무너진 밸런스로도 몇개의 홈런은 더 칠 수 있을지 몰라도 꾸준하게 가기는 어렵다. 박병호가 한 경기만에 다시 변화를 준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용찬을 상대로 친 홈런도 3경기 연속포였다. 벌써부터 이승엽과 비교되며 자타공인 최고 타자라 나가고 있는 박병호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에게 여전히 냉정하다. 홈런을 친 폼을 유지하지 않고 바로 교정한 것이 좋은 예다. 

순간적으로 손을 놓고 치는 것은 기술적인 배팅 중 하나다. 타이밍이 맞지 않았을 때 무리하게 돌리기 보다 앞으로 공을 밀어주며 비거리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직구 타이밍에 나오다 변화구에 대응할 때 주로 활용되는 방법이다. 타구를 너무 꺾어 파울이 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스윙은 어디까지나 임시 방편일 뿐이다. 결국 가장 기본에 가까운 스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게 말 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박병호 처럼 최고의 위치에서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모두가 추켜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결과를 낸 프로세스를 바꾸려 한다는 건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박병호는 늘 “아직 나는 최고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때론 타자로서 너무 고민이 깊어 쓸데 없는 슬럼프에 빠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매우 분명한 사실 한 가지가 있다.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한 지금의 마음을 잃지 않는 한, 박병호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정철우 기자



2014년 6월 8일 일요일

손아섭, 반창고 방망이는 고민의 산물

출처: http://starin.edaily.co.kr/news/NewsRead.edy?SCD=EB21&newsid=01177526606119752&DCD=A20102
2014.06.08
박은별 기자


사진=롯데 자이언츠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롯데 손아섭은 최근 장타가 부쩍 늘어났다. 지난 1일부터 4경기서 2루타 2개에 3루타 1개,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도 하나 때려냈다. 

이전 47경기서 2루타 8개, 3루타 1개, 홈런 4개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장타력이 더 생겼다. 최근 4경기선 8안타를 몰아쳤고, 이 기간 장타율은 8할3푼3리였다. 시즌 장타율 5할과 비교해도 훨씬 좋아진 수치다. 

지난 겨울 손아섭은 “내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선 장타력 보완이 필수다. 팀에 장타를 치는 선수들도 별로 없고, 팀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도 장타력을 보완해야한다. 땅볼을 줄여 장타 늘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 바람은 요즘 현실이 되고 있는 중이다. 손아섭도 늘어난 장타에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비결은 있다. 달라진 방망이다. 손아섭의 방망이엔 특별함이 있다. 방망이 끝부분에 반창고를 칭칭 감아놨다. 반창고 한 통을 그대로 껴넣은 것처럼 두껍게 감싸놓았다.



손아섭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다소 짧은 33인치의 방망이를 쓴다. 타석에 들어가면 손아섭은 방망이를 더 짧게 쥐어잡는다. 정확한 컨택트를 위해서다. 그러나 방망이의 얇은 부분을 잡고 휘두르다보니 손목에 힘을 제대로 실을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반창고다. 손날 부분에 일종의 지지대 역할을 해줘 손목을 더 잘 돌릴 수 있게 했다. 

손아섭은 “손목을 제대로 걸고 치니까 손목이 더 잘 돌아간다. 조금씩 힘이 더 실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문학 SK전에서 때려낸 시즌 5호포도 변신시킨 방망이의 힘을 받은 아치였다. 손아섭은 “사실 그 타구도 잘 맞은 게 아니었다. 몸이 열리면서 맞았는데도 타구가 넘어갔다. 그런 걸 봤을 때 지금 방망이의 영향이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고민의 산물이었다. 손아섭은 “배트를 길게 잡고 치면 헤드가 잘 빠져나오지 않는다. 또 계속 안타만 치고 있으니까…. 그래서 짧게 잡은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타구에 더 힘을 실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이 방법을 생각했는데 의외로 좋더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잠실 두산전부터 이 방법으로 방망이를 치기 시작했더니 결과도 좋아졌다. 이젠 손아섭의 배트 가방에 담겨있는 방망이엔 모두 이 반창고가 칭칭 감겨있다. 

손아섭은 “당분간은 계속 이 방망이로 칠 생각이다. 성적이 조금 더 좋아지고 장타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매일 홈런을 치겠다는 건 아니지만 2루타, 3루타 나오고 있으니까 긍정적이다. 조금씩 타구에 힘이 더 실린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손아섭의 방망이를 본 박흥식 롯데 타격코치도 “반창고 한 통을 다 썼네”라며 웃었다. 언제나 늘 타격 상위권에 올라있지만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더 연구하는 손아섭. 여기에 좋은 결과까지 만들어 내는 제자를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어보인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박은별 기자


방망이를 보면 주인이 보인다

출처: http://isplus.liv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742658&ctg=1400&tm=i_b
2013.02.2
하남직·유병민 기자

WBC 타자들 배트의 비밀
거포들 900g 이상 묵직
김태균, 얇은 그립의 ‘곤봉형’
이승엽, 두툼한 그립 사용

이승엽(37·삼성)은 숙소에 들어와서도 배트를 소중히 다룬다. “에어컨 바람도 쐬지 않게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타자에게 배트는 ‘가장 중요한 신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타자들은 자신에게 최적화된 배트를 개인 주문해 사용한다. 10g의 무게, 1㎜의 두께 차이가 성적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대표팀 중심타선을 이룰 이승엽·이대호(32·오릭스)·김태균(32·한화)의 배트에도 개성이 담겼다.

 ◆거포 방망이는 900g 이상=타자 유형별로 선호하는 배트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거포들은 900g 이상의 무게로 반발력을 높인다. 배트의 무게중심을 헤드 끝에 놓고, 그립(손잡이)이 얇은 곤봉 형태로 만들어 원심력을 키운다. 34인치의 긴 배트를 쓰며 노브(배트 손잡이 아래 튀어나온 부분)를 얇게 해 상대적인 길이까지 늘린다. 단거리 타자는 그립과 헤드 두께의 차를 최소화해 배트 컨트롤을 용이하게 한다. 길이도 33.5인치로 줄이는 경우가 많다. 무게중심은 스윙 스폿과 헤드 끝까지 넓게 분포시킨다. 공을 맞히는 데 용이한 형태다. 중장거리 타자는 중간 형태의 배트를 제작 주문한다.

 ◆실전과 훈련은 다르다=이승엽은 2012년 900g짜리 배트를 주로 썼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보다 다소 가벼웠다. 왼 어깨 통증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WBC를 앞두고는 일본 미즈노사에 920g의 배트를 주문했다. 그는 “올해엔 어깨에 통증이 전혀 없다. 조금 무게를 올려도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대호와 김태균도 920g짜리 배트를 쓴다. 김태균은 체력에 문제가 없을 때 배트 무게를 940g으로 올린다. 정규시즌보다 한 달여 앞서 열리는 WBC를 앞두고 김태균은 롤링스사와 미즈노사에 920~930g의 배트 제작을 부탁했다. 몸이 덜 풀린 상태라면 조금 더 가벼운 방망이를 써야 배트 스피드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훈련 때 배트는 정규시즌보다 더 무겁다. 이승엽은 960g, 이대호와 김태균은 980g의 배트를 쥐고 배팅 케이지에 들어선다. 이는 배트 스피드를 올리기 위한 과정이다. 무거운 배트로 힘을 키우고 실전에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배트를 들면 ‘속도’에 자신감이 생긴다.

 ◆그립 두께는 제각각=타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배트와 손이 닿는 그립이다. 김태균은 일반적인 거포가 원하는 얇은 그립을 택했다. 공에 대한 반응이 다소 늦어도 헤드의 무게에 의존해 배트가 빠르게 돌고 헤드의 무게로 공을 멀리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균은 “손잡이가 두꺼우면 배트 컨트롤이 어렵고 스윙할 때 무딘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두꺼운 그립을 선호한다. 배트의 밸런스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손잡이가 가늘고 얇으면 방망이 끝에 무게가 실려서 밸런스가 맞지 않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스윙 스피드에 자신 있는 이승엽은 배트가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두툼한 그립을 사용한다.

 이대호의 그립은 중간 지점에 있다. 이대호는 “양손으로 쥐었을 때 꽉 차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너무 두꺼우면 둔해지고 너무 얇으면 손에서 빠진다”고 말했다.

하남직·유병민 기자


2014년 5월 15일 목요일

'33인치로 장타' 민병헌 괴력 더 놀랍다

출처: http://starin.edaily.co.kr/news/NewsRead.edy?SCD=EB21&newsid=01334966606089248&DCD=A20102
2014.05.15
박은별 기자


사진=두산 베어스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두산 민병헌은 연일 괴력을 뽐내는 중이다. 아마추어 스타일의 배트로 만들어낸 힘이기에 그의 장타에는 더욱 특별함이 묻어있다. 

민병헌은 타율 3할8푼3리로 리그 2위에 올라있고, 출루율 4할2푼6리, 장타율은 무려 6할2푼4리나 된다. 특히 장타율에선 이재원(SK), 박병호(넥센), 히메네스(롯데) 등 각팀 중심타선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4위에 올라있다. 홈런은 벌써 6개나 때려냈고 톱 타자의 OPS(장타율+출루율)는 무려 1.050이나 된다.

타점 부문에선 1위(34개)까지 치고 올라갔다. 득점은 2위(30개). 득점권 타율은 4할8푼4리. 그야말로 만등 톱타자인 셈이다. 

민병헌은 전날(14일) 경기선 통산 첫 만루홈런 포함 4타수 4안타 5타점 3득점의 맹활약했다. 개인 최다타점인 5타점을 올렸고, 무려 9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때려내며 최절정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괴력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그의 배트때문이다. 그는 860g의 무게, 33인치 길이의 방망이를 쓴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쓰는 무게와 인치다. 보통 프로 선수들은 900g 전후 무게에 33반, 34인치의 배트를 갖고 있다. 외국인 타자들의 경우 그 이상의 길이도 쓴다. 

배트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길이가 길수록 타구에 더 많은 힘을 싣게 돼 비거리가 늘어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민병헌은 아마추어 스타일의 배트로도 그에 못지 않은 장타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의 장타 능력이 더욱 특별하게 보이는 이유다. 팀 동료 정수빈과 길이가 같고 무게가 10g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방망이를 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민병헌은 “나랑 같은 스타일을 쓰는 선수들이 많이 없다. 현수도 900g을 쓰고, 우리 팀에서 수빈이랑 나랑 가장 가벼운 걸 쓰고 있다”면서 웃었다. 

방망이의 불리함(?)에도 장타가 연일 쏟아지는 비결은 그의 엄청난 배트 스피드와 정확한 컨택트 능력 덕분이다.

민병헌은 “나는 공을 갖다 ‘빡’ 맞추는 스타일이다. 아무래도 스피드가 있어야하니까 가볍고 짧은 방망이를 선호한다. 중심에 빨리 맞추려고 하니 좋은 타구가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시무시할 정도의 빠른 배트 스피드를 보여주고 있는 민병헌은 “경찰청에서 만들었다. 변화가 필요할 것 같았고, 이렇게 한 번 쳐보자 해서 한 번 만들어봤다”고 했다. 그는 “공을 오래 보고 맞추고, 변화구 역시 오래 보고 맞추는 연습들을 했다. 여기에 배트 스피드가 빨라지니 직구, 변화구 대처가 잘 됐다”고 덧붙였다. 그가 경찰청서 피땀어린 훈련을 해왔다는 건 누구다 다 아는 사실이다. 

민병헌 배트엔 또 다른 특별함이 있다. 무게 중심도 배트 끝이 아닌 중간에 놓여있다. 이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선 보통 방망이가 끝부분이 두껍지만 민병헌의 배트는 중간에서부터 배트 끝까지 모두 두껍다. 

민병헌은 “내 배트는 중간도 두꺼운 스타일이다. 타구가 먹히더라도 잘 나갈 수 있게끔 하려고 한 것이다”고 했다. 

민병헌의 히팅포인트가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 더 뒤에 있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공을 끝까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은 늘어난 셈. 행여 타이밍이 늦었을 경우에도 안타를 만들어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여기에 초스피드 스윙까지 곁들여지니 타이밍이 늦더라도 좋은 타구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그가 장타에 욕심을 내고 있는 건 아니다. 장타는 잘 맞은 타구의 연장선상이라고 했다. 타구가 잘 맞다보면 단타 이상의 결과가 나온다는 의미다. 일부러 장타를 노리고 치진 않는다. 

그가 가벼운 배트를 선택한 이유도 그것이다. 민병헌은 “방망이를 더 무거운 것으로 쓸 수도 있었지만 지금의 스타일을 쓰는 건 타율 때문이다. 길고 무거운 배트를 쓰면 장타는 좋아지겠지만 난 타율을 높이고 싶다. 장타, 홈런, 타점 이야기가 나오는 건 별로 기분이 좋진 않다”고 말했다. 

“32인치의 배트를 써도 공을 이겨낼 수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민병헌. 그는 33인치 배트에서도 더 짧게 잡고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지금의 민병헌이 되기까지, 그 안엔 그의 피땀어린 노력들이 담겨 있었다는 걸 절대 잊으면 안된다.

박은별 기자



2014년 5월 5일 월요일

TEX 지역지, "출루머신 추신수급 1번타자 없다"

출처: http://osen.mt.co.kr/article/G1109844820
2014.05.05
OSEN= 이상학 기자

[OSEN=이상학 기자]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32)가 타율과 출루율 모두 1위에 오르며 역사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현지 언론에서도 추신수를 향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추신수는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 원정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 3타수 2안타 2득점 2볼넷 1사구로 맹활약하며 텍사스의 14-3 대승을 견인했다. 시즌 타율(.349) 출루율(.482) 2개 부문 모두 아메리칸리그 1위로 뛰어올랐다. 

특히 에인절스와 3연전 내내 2안타 이상 멀티히트를 가동한 추신수는 10타수 7안타 타율 7할 1홈런 3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볼넷 5개와 몸에 맞는 볼 1개를 더해 출루율은 8할1푼3리였다. 폭발적인 타격감과 절정의 선구안으로 타율-출루율 2개 부문에 1위 등극, 명실상부한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타자임을 재확인했다.



텍사스 지역 언론에서도 추신수를 향해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은 지난 4일 추신수 관련 기사 게재했다. '난 단지 스트라이크에만 스윙한다'는 제목하에 추신수의 코멘트와 함께 그가 갖는 특별함을 한껏 부각시켰다. 

이 기사를 작성한 제프 윌슨 기자는 '텍사스에는 과거 좋은 1번타자들이 있었지만 추신수와 같은 수준의 1번타자는 없었다'며 '추신수는 출루를 하지 못하는 게 뉴스다. 그는 출루에 필요한 그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출루하는 출루머신'이라고 치켜세웠다. 

추신수는 "난 스트라이크에만 스윙할 뿐이다. 그것이 전부"라며 "지난해 많은 볼넷을 기록했고, 올해도 어느 정도 볼넷을 골라내고 있다. 하지만 난 볼넷으로 걸어나가려 노력하는 게 아니다. 단지 좋은 공에 스윙을 할 뿐"이라고 출루의 비결을 설명했다. 

윌슨 기자는 '추신수는 스트라이크에 스윙하는 것 이상의 것이 있다. 매년 그의 출루율을 보면 인내심에 변화가 없다'며 추신수의 통산 출루율과 시즌 출루율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추신수는 수년간 투수들과 함께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 성향을 공부했다'고 덧붙였다. 

론 워싱턴 텍사스 감독도 "추신수는 전형적인 1번타자 스타일은 아니다. 오늘날 많은 1번타자들이 스피드에 치중할 뿐 출루율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추신수는 모든 것들을 아우를 수 있다"며 "그는 훌륭한 절제력으로 좋은 접근법을 가졌다. 어떻게 치는 게 좋은 것인지 잘 알고 있다"고 칭찬했다. 

추신수도 "내게 스트라이크를 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더 좋아질 것이다. 많지 않은 타자들이 볼에 스윙하며 꾸준하게 안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나는 스트라이크에만 스윙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말로 자신만의 방법으로 타격과 선구안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끝없는 공부와 확고한 철학이 오늘날 타율-출루율 1위 추신수를 만들었다

waw@osen.co.kr

2014년 4월 15일 화요일

[김식 기자의 야구노트] 10년 넘은 포수 가뭄 … 마흔 살 노장도 귀한 몸

출처: http://joongang.joins.com/article/574/14446574.html?ctg=1400&cloc=joongang|home|newslist1
2014.04.15
김식 기자

이적설 조인성에 여러 팀서 군침
유망주 지원 적고 키우기 힘들어
덕분에 포지션 중 노장 비율 1위
10개 팀 감독 중 4명이 포수 출신

프로야구에도 비상장 우량주가 있다. 롯데 포수 장성우(26)다. 퓨처스(2군)리그에 있다가 지난 10일 1군에 올라왔다. 롯데가 지난겨울 역대 최고액(4년 총액 75억원)에 재계약한 강민호(29)에게 밀려서다. 장성우의 기량이라면 다른 팀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다. 최근 몇몇 팀이 장성우를 데려오기 위해 트레이드를 추진했지만 롯데는 1군 선수 2명을 줘도 장성우를 내주지 않겠다고 한다. 거래시장 밖에서 장성우는 연일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지난주엔 대형주가 시장에 나왔다. 이만수 감독과 갈등을 일으킨 SK 포수 조인성(39)이 트레이드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트레이드 요청은 와전된 것”이라는 SK 구단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드설은 계속 퍼지고 있다. SK엔 정상호(32)가 주전 포수로 뛰고 있다. 조인성은 고액 연봉(4억원)을 받는 노장이지만 사정이 급한 팀들은 유망주를 주고서라도 그를 데려오고 싶어 한다.

 롯데와 SK, 그리고 양의지(27)가 마스크를 쓰는 두산을 제외한 모든 구단은 포수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은 매일 포수의 실책 장면을 보여준다. 머리 위에 뜬 플라이 볼을 놓치는 건 예사다. 2루 송구를 하려다 바로 앞에 패대기치거나 원바운드 볼을 연속해 뒤로 빠뜨리는 일이 허다하다. 포수들 기량만 따지면 1990년대보다 요즘이 더 떨어진 느낌이다. 김응용(73) 한화 감독은 “9회 1이닝이라도 확실히 맡아줄 ‘마무리 포수’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김 감독은 11일 대전 넥센전에서 6-1로 앞선 8회 마무리 투수 김혁민과 함께 마무리 포수 정범모를 ‘진짜로’ 냈다. 하지만 결과는 6-7 역전패.

 레너드 코페트의 명저 『야구란 무엇인가』는 ‘포수는 경기장에서 투수 다음으로 중요한 존재’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의 포수난은 10여 년 전 시작됐고, 점점 깊어지고 있다. 국내 최고의 포수 지도자 조범현(54) kt 감독은 “포수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희생이다. 모든 공로를 투수에게 돌리고 포수는 뒤로 숨어야 한다. 포수는 공을 ‘받아내는’ 존재고, 쭈그려앉은 채 동료 8명을 마주 보며 ‘감싸는’ 자리다. 그런데 요새 누가 희생하려고 하는가”라고 물었다.

 포수는 야구의 3D 업종이다. 한 경기에서 200번씩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수백 개의 사인을 주고받느라 어렵고(Difficult), 시도 때도 없이 투구에 얻어맞고 주자와 충돌하느라 위험하고(Dangerous), 감독·코치와 투수의 비위를 맞추는 일은 참으로 더럽다(Dirty). 귀한 자식에게 포수를 시키겠다는 학부모가 별로 없다. 동료를 위해, 팀을 위해 희생하는 역할을 해보겠다는 학생 선수는 더 드물다. 재능 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박찬호나 이승엽·류현진을 꿈꾼다. 이런 현상이 포수 자원 부족으로 이어졌다. 다른 포지션과 달리 포수는 프로 1군에 올라와도 몇 년을 더 배워야 하는데, 요즘 젊은 포수들은 그럴 틈이 없다. 미완의 상태로 경기에 나가니 실수투성이다. 이게 포수난의 실체다.

 생각을 바꿔보자. 좁고 힘든 길을 걷는 사람은 많지 않다. 험로(險路)를 헤쳐나오면 곧고 넓은 길이 기다리고 있다. 마흔 줄의 박경완·진갑용·조인성은 수십 억원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두 번 이상씩 했다. 서른 살도 안 된 강민호는 연평균 20억원을 받는다. 1군 통산 타율 0.229, 홈런 2개를 기록한 장성우의 인기는 천정부지다. 소통 능력이 중요한 포수는 외국인 선수에게 자리를 빼앗길 염려도 거의 없다.

 그뿐인가. 포수는 은퇴 후 취업률이 가장 높은 포지션이다. 프로에서 웬만큼 활약했던 포수는 여러 구단이 배터리코치로 모셔가려고 경쟁한다. 조 감독을 비롯해 프로 10개 구단 중 4개 팀 사령탑이 포수 출신이다. 젊어서 힘든 만큼 훗날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선수 시절 조범현은 무명에 가까운 OB 포수였다. 그게 서러워 은퇴 후에도 포수 공부를 계속했고, 독하게 박경완을 키워냈다. 박경완은 친구(김원형 SK 코치)의 도움으로 1991년 쌍방울에 겨우 입단한 연습생이었다. 전주야구장이 문을 닫아 동네 놀이터에서 밤을 지새우며 훈련했던 둘은 지난 8일 수원의 성균관대 야구장에서 kt 감독과 SK 2군 감독으로 만났다.

 지난해 은퇴한 박경완은 코치도 거치지 않고 2군 사령탑에 올랐다. 그는 “다시 태어나도 포수를 하겠다. 포수는 빛나지 않는 포지션이라고 하지만 포수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박 감독의 말은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명장 노무라 가쓰야(79)가 “난 평생 포수다”라고 한 것과 맞닿아 있다. 오 사다하루(왕정치) 이전 일본 프로야구 통산 최다 홈런(657개), 타점(1988개) 기록을 갖고 있었던 노무라는 연습생 포수 출신이다. 포수였기 때문에 그는 45세까지 3017경기를 뛸 수 있었고, 감독이 돼 2009년 74세 나이로 은퇴할 때까지 3204경기를 지휘했다. 좁고 힘든 길에서 그들은 답을 찾았다.

김식 기자


2014년 4월 13일 일요일

美야구판 '神의 손'

출처: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4/11/2014041102908.html?csmain
2014.04.12
나지홍 특파원 뉴포트비치(캘리포니아)


'수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 박찬호·류현진·추신수 대박 계약 뒤엔 그가 있었다


구단에겐 악마, 선수에겐 천사
그레그 매덕스·알렉스 로드리게스…
초대형 연봉 뒤엔 항상 '보라스 마법'
계약 성사 총액 6조2000억원
수수료로만 3100억원 벌어들여


야구선수→약학박사→변호사
마이너리그 뛰다 다쳐 선수 은퇴
동료들 계약 돕다 에이전트 전업했죠
선수들 제값 받고 사회기여 때 보람…
다시 태어나면? 꼭 메이저리거 될 것


"류현진 타격 좋은 것 알았다면… 다저스서 연봉 더 받아줬을 텐데"


선수에 도움된다면 뭐든지!
NASA 엔지니어부터
MIT 경제학자까지 영입…
경기력 위해 통계 분석부터
슬럼프 탈출 정신적 상담도


'박찬호 먹튀'에 대한 소회
텍사스가 우리와 상의도 없이
찬호 훈련법 바꿔 부상…
내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와
회사에 훈련연구팀 만들었죠


한국 메이저리거 많이 맡는데…
美야구는 힘이 지배하는 곳
한국야구가 日보다 더 적합
류현진·추신수 잘하고 있고
윤석민도 좋은 성적 낼 겁니다



"야구 좋아하세요?"

미국 뉴욕에서 LA로 가는 비행기에서 스콧 보라스에 관한 신문 스크랩을 읽고 있는 기자에게 옆자리에 앉은 백인 중년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보라스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야구팬 중 그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했다. "그렇게 유명하냐"고 되물었더니 "야구선수들 몸값 올리는 데 귀재 아니냐"며 "보라스 덕분에 떼돈 번 야구선수들이 많다"고 했다.

태어날 때부터 LA다저스 팬이라는 이 남성은 "원래 케빈 브라운 때문에 보라스를 싫어했는데, 작년 류현진이 큰 활약을 펼쳐 보라스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케빈 브라운은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연봉 총액 1억달러 시대를 연 투수로 1998년 7년간 1억500만달러(연평균 1500만달러)의 연봉 계약을 맺고 LA다저스에 입단했다. 브라운은 다저스로 이적하기 전 3년간 51승 26패(방어율 2.33)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지만 이적한 후에는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7년간 72승45패(방어율 3.23)로 몸값을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지난해 LA다저스와 6년간 3600만달러(연평균 600만달러)에 계약한 류현진은 첫해 14승8패(방어율 3.0)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려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케빈 브라운과 류현진의 계약을 대행한 이가 바로 메이저리그에서 '수퍼 에이전트(super agent)'로 통하는 스콧 보라스다. 올 시즌 아시아 출신 타자로는 역대 최고액인 7년간 1억3000만달러에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한 추신수와 올해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기아 타이거즈 출신 투수 윤석민도 그의 고객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수퍼 에이전트’로 통하는 스콧 보라스는 선수들에겐 ‘미다스의 손’이지만, 구단엔 기피 대상 1호인 ‘공공의 적’이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 약학 박사 학위와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그가 지금까지 성사시킨 계약은 6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 3일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에 있는 ‘보라스코퍼레이션’건물에서 만난 그는 “야구방망이나 글러브를 들고 포즈를 취해달라”는 주문에 “나는 에이전트일 뿐 선수가 아니다”라며 정중히 사양했다. / 뉴포트비치(캘리포니아)=케빈 리 케빈리스튜디오 대표

◇박찬호로 맺어진 한국과의 인연
미국 야구계 인물인 보라스가 국내에서도 유명해진 것은 한국인 첫 메이저리거였던 박찬호 때문이다. 박찬호의 에이전트였던 보라스는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와 연봉 협상을 대행해 박찬호에게 아시아 출신 투수로는 역대 최고액인 5년간 6500만달러라는 거금을 안겨줬다. 하지만 박찬호는 텍사스 이적 이후 허리 부상을 당해 14승18패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렸다. 이 때문에 '자유계약선수 먹튀(FA Bust)'라는 불명예가 보라스와 박찬호를 따라다녔다.

지난 3일 오후 보라스가 운영하는 회사인 보라스코퍼레이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당시의 상황부터 물어봤다. 캘리포니아주 LA에서 남서쪽으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뉴포트비치에 있는 그의 회사는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로 7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박찬호의 성적 부진에 대해 먹튀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에이전트로서 어떤 심정이었나.

"팬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박찬호가 텍사스로 옮긴 이후 텍사스팀의 트레이너가 우리 회사와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박찬호의 개인 훈련법을 바꿨다. 박찬호는 무리한 훈련을 하다 허리 부상을 당했고, 2~3년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에이전트로서도 큰 충격이었다."

―어떻게 대처했나.

"박찬호 사건 이후 우리 회사는 스포츠 전문 의사를 채용해 선수들의 훈련법을 연구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지금은 우리 소속 선수가 팀을 옮길 때 반드시 구단 트레이너와 우리 회사 의학 전문가들이 훈련법에 대해 상의하도록 하고 있다. 그 이후로는 우리 선수들 가운데 이런 부상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단지 구단뿐 아니라 박찬호를 위해서도 절대 필요한 조치였다. 박찬호는 나중에 재기에 성공해 꿈의 무대라는 월드시리즈에도 등판했다."

―박찬호 사건이 중대한 변화의 계기가 됐다는 것인가.

"그렇다. 그는 텍사스구단이 시키는 대로 훈련했을 뿐이다. 새 훈련법이 그전에 박찬호가 해오던 훈련방식과 크게 달랐던 게 문제였다. 지금은 우리 회사에 피트니스센터를 만들어 의학 전문가와 전담 트레이너가 선수들의 컨디션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윤석민도 볼티모어에 입단하기 전까지 우리 피트니스센터에서 몸을 만들었다."

―박찬호 이후 류현진과 추신수, 윤석민 등 한국 선수를 거의 싹쓸이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일본 야구에 비해 한국 야구는 훨씬 더 미국 야구에 가깝다. 메이저리거로서 성공가능성도 일본보다 높다. 일본은 작전에 의한 야구를 선호하지만 미국은 힘이 지배하는 야구다. 투수는 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를 던져야 하고, 타자는 홈런을 칠 수 있는 장타력이 있어야 한다. 일본에 비해 한국 선수 중에는 이런 능력을 갖춘 선수가 많다. 대표적인 게 추신수다. 그는 콘택트 능력(타격의 정확성)과 장타력, 주력, 수비력, 송구 능력 등 야수에게 필요한 조건을 모두 갖춘 5툴(tool) 플레이어다. 이런 선수는 미국에서도 드물다. 류현진도 미국 야구에서 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그는 이미 작년에 제 실력을 발휘했다. 올해 볼티모어와 계약한 윤석민은 한국프로야구의 MVP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다."

―한국 선수들의 성적에 만족하나.

"실제 잘하고 있지 않나. 류현진에 대해 한 가지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류현진이 전혀 기대도 안 했는데 안타를 곧잘 때린다. 작년 4월엔 2승째를 거둔 경기에서 2루타를 포함해 3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어느 누구도 그가 타격을 잘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류현진은 프로입단 전엔 투수이자 4번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나도 안다. 하지만 그건 고등학교 때 얘기다. 프로야구 입단한 후엔 7시즌 동안 전업 투수로만 활동했다. 나도 LA다저스 구단에 류현진을 소개할 때 훌륭한 투수라고만 했지 타격 능력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나중에 LA구단 측에서 '왜 류현진이 타격에도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숨겼느냐'고 하더라. 강타자라고 소개했으면 연봉을 더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웃음)"


스콧 보라스의 본사 로비에는 주요 고객 선수들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다. 그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활약하는 추신수는 야수에게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춘 플레이어”라며 추신수 사진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 뉴포트비치(캘리포니아)=케빈 리 케빈리스튜디오 대표

프로야구 선수 출신의 변호사, 약학박사

보라스는 한때 메이저리거를 꿈꾸던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다. 그는 캘리포니아 북부의 퍼시픽대학에서 야구장학생으로 선수생활을 했고, 졸업 후 1974년부터 4시즌 동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팀에서 외야수와 내야수로 활약했다. 통산 타율은 0.288(2할8푼8리)로 나쁘지 않았고 마이너리그 올스타팀에도 선발됐다. 하지만 불의의 무릎부상을 당해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됐다. 또 마이너리그 선수생활 중이던 1977년 약학박사 학위를 딴 특이한 경력도 있다.

―마이너리그 시절에 약학박사 학위를 땄다. 좀 신기하게 들린다.

"원래 학부 전공이 약학이었다. 나중에 선수생활을 그만두면 제약회사에 입사해 근무할 생각이었다. 박사학위까지 딴 것은 대학교 때 교수님의 충고 덕분이다. 교수님이 '야구선수는 장기적으로 부상의 위험이 있다. 공부를 하면 신체적인 운동으로 이룰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달성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고 하셨다. 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농장으로 돌아가는 것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

―그래도 시즌 중에 학위를 취득하는 게 어떻게 가능했나.

"마이너리그는 보통 4월에 시작해 9월이면 모든 일정이 끝난다. 나는 시즌 중엔 야구에 전념했고, 시즌이 끝나면 학교를 다녔다."

―당신은 천재 아닌가.

"공부를 직업으로 하는 학문의 세계에 발을 들여봐라. 그곳엔 진정한 천재들이 수두룩하다. 나는 평범한 학생이었을 뿐이다.(웃음)"

―마이너리그 통산 타율이 2할8푼8리로 꽤 좋은 편이었다.

"잘 친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하지만 야구에선 타격 못지않게 수비력이 중요하다. 원래 중견수였다가 무릎 부상을 당한 이후 내야수로 변신했는데, 아무래도 수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세 번째 무릎 수술을 한 후 은퇴했다."

―로스쿨은 왜 진학했나.

"은퇴 후 제약회사를 다니는데 제약업계에서 성공하려면 변호사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모교 로스쿨에 진학했다."

선수엔 미다스의 손, 구단엔 공공의 적그는 변호사 자격증을 딴 후 시카고에 있는 제약 전문 로펌(법무법인)인 '루크스, 피츠 앤 파우스트'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그러다 1983년 마이너리그 시절 동료였던 마이크 피스클린과 빌 코딜의 계약을 대행한 후 야구 에이전트로 전업했다. 그는 에이전트로서 초대형 계약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수퍼 에이전트로 주목받았다.

1997년 컨트롤의 마법사로 불리는 그레그 매덕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간의 5년 5750만달러 계약으로 처음 연봉 총액 5000만달러를 돌파했고, 이듬해 케빈 브라운의 계약으로 1억달러를 돌파했다. 2000년엔 거포 유격수인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텍사스 간의 10년 2억5200만달러 계약을 성사시키며 2억달러 고지도 처음 밟았다. 그는 선수들에겐 '미다스의 손'이지만, 구단 측에선 기피 대상 1호인 '공공의 적'으로 통한다.

―원래 에이전트가 될 계획은 없었나.

"로펌에서 꽤 좋은 성과를 올렸기 때문에 에이전트가 될 생각은 전혀 안 했다. 그런데 가욋일로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연봉협상을 도와주다 전업 에이전트로 나섰다."

―지금까지 성사시킨 계약은 얼마나 되나.

"계약 건수는 모르겠고 계약 총액은 60억달러(약 6조2000억원)쯤 된다. 메이저리거 중 우리 고객은 75명쯤 되는데, 규모 면에서 우리 회사가 가장 큰 회사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모두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메이저리그 에이전트 수수료는 연봉 총액의 5%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에이전트로 3억달러(약 3100억원) 이상을 번 셈이다.

통계학과 심리학을 야구에 접목미국 마이너리그엔 200개가 넘는 팀에서 7000명 이상의 선수들이 뛰고 있다. 하지만 이 중 불과 3%만이 메이저리그 입성이란 꿈을 실현한다. 미국 스포츠저널리스트인 존 파인스타인은 최근 펴낸 '너의 이름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Where nobody knows your name)'란 책에서 '이들은 모두 어렸을 때부터 지역에서 이름을 날리던 유망주다. 이들 중 마이너리그가 최종 목표였던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고 썼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해도 경쟁은 치열하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 수명은 3년에 불과하다. 반면 보라스코퍼레이션 소속 선수들은 평균 수명이 11년6개월일 정도로 장수하고 있다.

―당신이 관리하는 선수들 수명이 긴 비결이 뭔가.

"다행히 우리 선수들은 기량이 출중하고 집중력이 뛰어나고 정신적으로 잘 무장 돼 있다. 성공하겠다는 열망도 강하다. 여기까지는 선수들 몫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슬럼프를 겪을 수 있고 부상의 위험도 있다. 이런 여러 위험을 모두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에이전트에게 필요하다. 에이전트 회사 경영자로서 내 원칙은 나보다 똑똑한 직원을 채용한다는 것이다.(웃음) 우리 회사엔 MIT대학 출신의 경제학자와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의 컴퓨터 엔지니어, 변호사와 스포츠심리학자 등 각계 전문가들이 1년 내내 열심히 일을 한다."

―메이저리그엔 30개팀에서 750명의 선수가 뛴다. 선수를 고객으로 선별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

"물론이다. 야구에 대한 재능과 체력이 중요하다. 또 의지력과 인내력 같은 정신력과 학습 능력도 중요하다. 정신력이 약한 선수는 큰 무대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투수의 예를 들면 월드시리즈 7차전 9회 말 풀카운트 만루 상황에서 스트라이크를 던질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학습 능력을 갖춘 선수는 약간의 조언만 곁들이면 매 경기에 자신을 최적화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낸다."

―통계 분석이 야구에 중요한가.

"선수들의 경기력을 높이는 데 아주 중요하다. 추신수 예를 들어보자. 톱타자인 그에겐 출루율이 중요하다. 작년에 추신수 타석 때 투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투수들의 투구 패턴을 분석했더니 스트라이크보다 볼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헛스윙 삼진을 유도하려고 투수들이 유인구를 많이 던진 것이다. 그래서 추신수에게 '너는 선구안이 좋으니 무조건 치려고 욕심내기보다는 신중하게 기다려라'고 조언했다. 그 결과 작년 추신수의 출루율이 40% 높아졌다. 어제 필라델피아와의 경기가 대표적이다. 추신수는 어제 9회 말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결승 타점을 올렸다.(마침 인터뷰 전날 추신수는 9회말 볼카운트가 투스트라이크 원볼로 몰린 상황에서 침착하게 볼 3개를 골라내 텍사스의 역전승에 기여했다.)"

"성공한 선수들이 사회에 기여할 때 큰 보람 느껴"―에이전트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꼽는다면.

"변호사로 법이나 규정을 잘 안다는 게 장점이지만 아무래도 선수 출신이라는 게 큰 도움이 됐다. 선수생활을 하지 않은 에이전트들은 선수들의 심리를 잘 모른다."

―선수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게 뭔가.

"선수들에겐 멘털(정신적 측면)이 중요하다. 정신력이 경기를 이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봇처럼 시즌 내내 항상 똑같은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는 없다. 슬럼프를 겪을 때마다 선수들은 위축된다. 하지만 선수가 경기를 두려워한다고 해서 에이전트가 선수 대신 뛰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때는 무엇보다 선수를 정신적으로 안정시켜주는 게 중요하다. 야구에 두려움을 느끼는 게 모든 선수의 공통적 현상이란 것을 선수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를 중시한다는 뜻이니까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어깨를 두드려줘야 한다."

―슬럼프에 빠진 선수의 재기를 도운 사례가 있나.

"보스턴 레드삭스 투수였던 데릭 로가 2004년 여름 방어율이 7까지 떨어지자 나를 찾아왔다. 구속이나 구질엔 문제가 없었다. 그에게 잘 던질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투구 모습을 비교한 비디오를 계속 틀어주며 자신감을 갖고 던지라고 했다. 자신감을 회복한 그는 시즌 마지막 두 달 방어율을 2.5까지 끌어내렸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서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승리투수가 됐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월드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4연승을 거두고 86년 만에 밤비노의 저주(보스턴 레드삭스가 홈런왕 베이비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트레이드한 후 1918년부터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것을 빗댄 용어)를 풀었다. 4차전 선발투수로 무실점 역투한 게 바로 데릭 로였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것은 선수 본인의 몫이지만 에이전트는 선수가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

―에이전트로서 언제 보람을 느끼나.

"고객인 선수들이 잠재력을 발휘해 자기 목표를 달성하고 제값을 인정받을 때다. 야구선수로 성공하면 본인의 인생뿐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LA다저스에서 뛴 에이드리언 벨트레는 메이저리그에서 받은 거액 연봉으로 본인과 직계가족뿐 아니라 일가친척들의 삶까지 윤택하게 만들었다. 또 고국인 도미니카공화국에 서민들을 위한 아파트 단지도 지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뛰던 제이드 드류는 고향에 교회 건물을 지어줬고, 그레그 매덕스는 팀을 바꿀 때마다 연고 도시에 학대받는 여성을 위한 쉼터를 건설했다. 훌륭한 선수들은 돈을 헛되이 쓰지 않는다. 우리 회사 고객들이 이런 사회봉사를 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 물론 선수들이 월드시리즈 무대에 서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보람이다. 월드시리즈 진출은 극소수의 선수만 할 수 있는 선수로서 최고의 영예다."

―야구계에 어떤 인물로 기억되고 싶나.

"야구에 모든 열정을 바쳤고, 선수들을 위해 헌신한 사람으로 남으면 좋겠다."

인터뷰를 마치며 "다시 태어난다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는가, 아니면 변호사가 되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인 후 "만일 내가 가족을 부양하지 않아도 될 만큼 가정형편에 여유가 있다면 반드시 메이저리그에서 오래 살아남는 야구선수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야구 에이전트로 큰 성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겐 아직 선수를 돕는 에이전트라는 '조연'보다는 직접 무대에서 뛰는 '주연'에 대한 열망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스포츠 에이전트의 세계]

협상 대리인 넘어… 선수들 수입·투자 관리에 세무 조언까지
스포츠 에이전트란 프로스포츠 선수에게 최대 이익을 확보해주기 위해 구단과의 연봉 계약이나 이적 협상을 대행하고, 기업체와 스폰서 계약을 맺어주는 사람을 말한다.

스포츠 시장이 발달한 미국·유럽에선 스캇 보라스(야구), 드루 로젠하우스(풋볼), 피니 자하비(축구)처럼 천문학적인 연봉과 이적료를 받아내는 '파워 에이전트'가 적지 않다. 에이전트 수수료는 종목에 따라 계약 총액의 4~8%에 달한다. 최근 스포츠 에이전트는 단순한 협상 대리인의 범주를 벗어나 선수의 훈련과 경기력을 모니터링하고 투자와 수입 관리, 법률 및 세무 조언까지 담당한다.

계약서 분량만 수십쪽에 달하는 복잡한 계약을 대행하려면 상당한 법률적 지식이 필요한 데다 해당 종목의 규정도 숙지해야 하기 때문에 보라스처럼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지홍 | 특파원 뉴포트비치(캘리포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