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6일 화요일

달 감독이 포수가 된 까닭 “우연하게 봤다가…”

출처: http://isplus.joins.com/article/962/12258962.html?cloc=
2013.08.05
서지영 기자 saltdoll@joongang.co.kr



"그때 그 친구가 다치는 바람에 내가 평생 포수를 맡게 됐지."

김경문(55) NC 감독은 선수시절 포수를 맡았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 OB에 입단한 그는 창단 첫 해인 그해 박철순과 배터리를 이루어 팀의 한국시리즈 초대 우승을 이끌었다.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포수를 봤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김 감독은 "맨 처음에는 유격수를 봤다"고 넌지시 털어놨다.

인천 출신인 김 감독은 초등학교 4학년 무렵 대구 옥산 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남자는 스포츠 한 종목쯤은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야구부에 들어갔다. 마침 옥산 초등학교에는 농구와 핸드볼, 야구부가 활발하게 운영중이었다고 한다. 옥산초는 반별 대항전을 할 정도로 야구가 강한 학교였다. 야구부 감독이 꼬마 김경문에게 정해준 포지션은 포수가 아닌 유격수였다. 당시 김 감독은 유난히 하얀 피부와 작은 몸집을 가졌다고 한다. 홈플레이트 앞에 듬직하게 앉아 날아오는 공을 온몸으로 틀어막기에는 체구가 왜소했다.

민첩하고 날렵한 자세로 유격수를 보던 6학년 무렵. 어느 날 팀 포수를 보던 친구가 부상으로 야구를 할 수 없게됐다. 당장 경기는 해야 하고, 사람은 없는 상황. 김 감독은 얼결에 포수 마스크를 쓰고 안방을 지켰다. 그는 "우연하게 포수를 봤다가 평생 포지션이 결정됐다. 그때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면, 나도 포수출신이 아닌 내야수 출신 감독이 됐을지도 모르겠다"며 미소지었다.

현역 감독중에는 투수에 이어 포수 출신 감독이 유독 많다.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이만수(55·SK), 조범현(53·KT) 감독이 선수시절 포수 마스크를 썼다. 경찰청을 이끄는 유승안 감독도 안방을 지켰다. 김 감독은 포수 출신이 감독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포수는 각종 데이터 익숙한 포지션이다. 투수는 물론, 상대팀 타자까지 꼼꼼하게 분석하고 정리한다. 기록하는데 익숙할 수밖에 없다"며 "현역이나 과거 감독들 중에사도 포수 출신이 많다. 감독직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아마야구계에서는 포수를 자원하는 학생이 부쩍 줄어든다는 평가다. 투수나 야수에 비해 빛이 나지 않고, 힘들기 때문. 최근 프로야구계가 세대교체를 하지 못하고 포수 난에 시달리는 이유다. 김 감독은 "조만간 아시안게임도 열린다. 한국 야구가 발전하려면 포수를 비롯해 다양한 포지션이 발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3년 7월 22일 월요일

[단독 인터뷰] 포수에서 투수로 변신 젠슨 “다저스 뒷문 걱정 마”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world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382&article_id=0000118329
2013-07-22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켄리 젠슨(LA 다저스). 메이저리그 사무국 제공

LA 다저스가 확연히 달라졌다. 시즌 초에 보여주었던 종이호랑이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다저스는 지난 20일과 21일 이틀 연속 (이하 한국시간)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승리해 후반기를 2연승으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특히 이틀 연속 마운드에 오른 다저스의 마무리 켄리 젠슨(26)은 공교롭게도 2경기 모두 탈삼진 2개 포함 아웃카운트 3개를 연속으로 잡아내며 팀의 1점차(20일), 2점차(21일) 승리를 굳게 지켜 다저스의 후반기 전망을 한층 더 밝게 했다.

다저스는 올 초 주축타자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불펜투수들마저 난조를 보여 줄곧 내셔널리그 서부조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 6월 괴물타자 야시엘 푸이그(23)가 팀에 합류하고 유격수 헨리 라미레즈(30)가 복귀하면서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브랜든 리그(30) 대신 지난 달 12일부터 마무리로 나선 젠슨이 뒷문을 잘 지키자 팀 성적이 크게 좋아졌다. 젠슨은 마무리로 이동한 후 2승 9세이브의 호조를 보이며 21일 현재 올 시즌 3승 3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 중이다. 

네덜란드의 해외 영토인 네덜란드령(領) 출신인 젠슨은 지난 2005년 다저스에 입단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젠슨이 프로에 입단할 당시만 해도 그가 포수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다저스는 2009년 젠슨을 불펜투수로 전향시켰고 그가 가능성을 보이자 그 해 마이너리그 최고유망주들만 참가하는 애리조나 가을리그(AFL)로 젠슨을 보내 집중 조련했다.

젠슨은 이듬해인 2010년 더블 A에서 시즌을 맞이한 후 리그 올스타로 뽑힐 만큼 호투를 펼쳤다. 그 결과 같은 해 7월 24일 메이저리그로 콜업된 뒤 하루 뒤인 25일 빅리그에 데뷔했다. 2010년 불펜투수로 총 25경기에 등판해 27이닝을 던진 젠슨은 1승(무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0.67의 성적을 기록했고, 2011년에는 총 53 2/3이닝을 던져 2승 1패 평균자책점 2.85의 성적을 올렸다. 

젠슨이 이처럼 2년 연속 호투를 펼치자 다저스는 지난해 5월 그를 마무리 투수로 기용했다. 젠슨은 지난해 시즌 말까지 총 65경기에 등판해 5승 3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2.35의 호성적을 기록했지만 심장질환이 재발해 조금 일찍 시즌을 접어야 했다. 다저스는 젠슨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시애틀에서 브랜든 리그를 영입했지만 올 시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동아닷컴은 최근 국내언론 최초로 미국 현지에서 젠슨을 만나 단독 인터뷰했다.

다음은 젠슨과의 일문일답.

-만나서 반갑다.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웃으며) 매우 좋다.”

-인터뷰를 위해 사전조사를 해보니 당초 포수로 입단했다가 투수가 됐더라.


켄리 젠슨(LA 다저스). LA 다저스 홍보팀 제공

“그렇다. 지난 2005년 다저스에 처음 입단할 때만해도 포수였다. (웃으며) 나름 공격적인 포수일 만큼 타격은 좋았지만 2009년 까지 마이너리그에 머물렀다. 그러다 지난 2009년 네덜란드 대표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다. 당시 WBC에서 두 경기를 뛰며 좋은 활약을 펼쳤는데 특히 상대팀 선수들의 도루시도를 모두 잡아낼 만큼 송구실력이 좋았다. 그러자 다저스 구단에서 강한 내 어깨를 뒤늦게 발견했는지 나를 투수로 전향시켰다. 투수로 돌아선 후 단 8개월 만에 메이저리거가 됐다. 투수전향은 내 야구인생에 있어 커다란 전환점이자 행운이었다. (웃으며) 나는 복이 많은 것 같다.”

-지난 달부터 다저스의 마무리 임무를 맡았다. 부담은 없나? 

“(단호하게) 전혀 없다. 지난해에 이미 마무리 투수로 뛴 경험이 있기 때문에 부담도 없고 어려움도 없다. 어떤 상황에 등판하더라도 항상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 늘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마무리로 돌아선 후 성적이 좋다. 비결이 있다면?

“마운드에 오를 때 마다 항상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즌 초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

-집중한다고 했는데 좀 더 자세히 어떤 식으로 집중하나? 

“내가 가진 역량을 믿고 잘 던졌을 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아울러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투수코치 및 코칭스태프들과 상의도 많이 하고 연습도 많이 한다.”

-야구를 시작한 후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였나?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을 때다. 특히 포수였을 때는 늘 마이너리그에만 있었는데 투수로 전향한 뒤 단 8개월 만에 빅리그로 콜업돼 그 기쁨이 남달랐다.”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나?

“시즌 중에는 휴식을 취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오프시즌이 되면 농구경기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오프시즌에는 고향에 돌아가 수영을 자주 할 정도로 수영하는 것을 좋아한다.”

-고향에는 자주 가는 편이가?

“시즌이 끝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매년 고향에 간다.”


켄리 젠슨(LA 다저스). LA 다저스 홍보팀 제공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타자를 상대해봤다. 가장 까다로운 선수를 꼽자면?

“나는 어떤 타자를 만나도 위축되지 않고 항상 자신 있게 던지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애리조나의 3루수 마틴 프라도를 상대로 성적이 안 좋다. 그가 리그를 대표할 만큼 강타자도 아닌데 이상하게 유독 프라도에게 약하다. (프라도는 젠슨을 상대로 5타수 3안타 타율 0.600을 기록 중이다)

-다저스의 최근 상승세가 무섭다. 비결이 무엇이라고 보나?

“다저스 팀 원 모두의 확고한 목표의식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본다. 우리는 올 초 스프링캠프 때부터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하나가 됐고 준비도 열심히 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은 우리 모두의 공통목표이자 그것을 이루고 싶어하는 열망 또한 무척 강하다. 지금의 상승세를 잘 이어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반드시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다.”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개인적인 목표 또한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몇 승을 하겠다는 개인 성적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항상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반드시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것이다.” 

-사전조사를 해보니 결혼유무에 대한 정보가 없더라.

“아직 미혼이다. 하지만 약혼자는 있다. 미국 오하이오 출신의 여성으로 내년에 결혼할 예정이다.”

-이른 감이 있지만 미리 결혼을 축하한다. 

“하하. 고맙다.”

-야구선수들은 징크스가 많다. 당신도 그런 편인가? 

“특별한 징크스는 없다. 다만 일정한 시간에 야구장에 나와 정해진 일들을 항상 같은 시간에 반복적으로 하면서 경기를 준비하는 것 외에는 없다.”

-야구는 언제 처음 시작했나?


켄리 젠슨(LA 다저스). LA 다저스 홍보팀 제공

“6살 때였던 것 같다. 리틀리그에서 처음 야구를 시작했다.”

-평생 야구만 함 셈인데 젠슨에게 ‘야구’는 어떤 의미인가?

“어려서부터 야구를 시작했고 야구로 인해 내 삶에 많은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야구는 내 삶의 일부일 뿐이다. 누구보다 야구를 사랑하지만 알다시피 평생 야구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째거나 야구를 하는 동안만큼은 누구보다 즐겁게 즐기면서 하고 싶다.”

-지난 시즌 자료를 보면 컷패스트볼 의존도가 무려 93%로 나와있다. 한 가지 구종을 너무 많이 던지는 것 아닌가?

“지난 시즌에는 그랬지만 올해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포심 속구도 가다듬으면서 갈수록 구종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다 잘 먹는 편이지만 특히 로스트 치킨과 콩 음식을 좋아한다.”

-한국에도 다저스 팬들이 많다. 끝으로 그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나 또한 다저스의 일원이 된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할 만큼 다저스는 뉴욕 양키스와 더불어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구단이다. 우리 팀이 올 해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우승할 수 있도록 한국에서도 많이 응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고맙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인사이드MLB] 지금 MLB는 수퍼 포수들의 시대

2013-07-22
기사제공 : 김형준 칼럼


야디에르 몰리나 ⓒ 순(純) 스포츠 

2006년 조 마우어(30·미네소타)는 포수로는 2차대전 이후 처음이자 아메리칸리그 최초로 타격왕이 됐다. 다시 2008-2009년. 마우어는 포수 최초의 타격왕 2연패와 함께, 처음으로 세 차례 타격왕을 차지한 포수가 됐다.
지난해 버스터 포지(26·샌프란시스코)는 내셔널리그 포수로는 70년 만에 타격왕이 됐다. 그리고 올해는 야디에르 몰리나(31·세인트루이스)가 전반기를 1위로 마감하며 버블스 하그레이브(1926)와 어니 롬바르디(1938 1942), 마우어와 포지에 이은 역대 5번째 포수 타격왕에 도전하고 있다(몰리나는 거의 모든 매체에서 내셔널리그의 전반기 MVP로 선정됐다). 만약 몰리나까지 성공하게 되면, 2006년부터 8년간 무려 5명의 포수 타격왕이 탄생한다.
바야흐로 우리는 '포수 타격왕'의 시대를 보내고 있다. 양대리그 체제가 성립된 1901년부터 2005년까지 105년간의 포수 타격왕이 단 세 명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지난 7년간 네 명은 엄청난 숫자다.
'유격수 3인방?' 이제 포수 3인방
포지  : .324 .394 .541 .935 /14홈런(28D) 59타점
마우어 : .320 .402 .471 .873 / 8홈런(31D) 34타점
몰리나 : .336 .384 .483 .867 / 7홈런(28D) 51타점
마우어 : 8년(2011-18) 1억8400만(연평균 2300만)
포지  : 9년(2013-21) 1억6700만(연평균 1855만)
몰리나 : 5년(2013-17) 7500만 (연평균 1500만)
요기 베라와 자니 벤치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만 25세가 되기 전에 팀을 두 차례 월드시리즈 진출로 이끈 몰리나, 풀타임 데뷔 4년 만에 두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과 두 번의 노히트게임, 리그 MVP와 함께 심지어 재기선수상까지 따낸 포지, 64년 동안 잠들어 있었던 포수 타격왕을 가장 먼저 깨워낸 마우어는, 90년대 유격수 3인방(알렉스 로드리게스, 데릭 지터, 노마 가르시아파라)이 있었던 것처럼, 포수 3인방으로 불러도 충분한 선수들이다.
그렇다면 포수 타격왕이 근래 들어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역대 타격왕 중 포수가 압도적으로 적은 것은 수비 부담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유격수 역대 17명. 마지막 달성자는 2009년 핸리 라미레스). 시즌이 진행되면서 체력 문제에 가장 크게 노출되는 포지션은 바로 포수로, 포수가 시즌 끝까지 고타율을 유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근래의 포수들은 감독으로부터 세심한 배려를 받고 있다. 1944년 레이 뮬러(신시내티)와 프랭키 헤이스(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는 팀이 치른 155경기 전경기에 포수로 선발출장했다. 토드 헌들리의 아버지인 랜디 헌들리는 1968년 팀의 162경기 중 160경기에서 마스크를 썼고 156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반면 지난해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포수는 139경기(선발 136경기)의 미겔 몬테로(애리조나)였다. 2007년의 러셀 마틴이 메이저리그에서 마지막으로 140경기 이상을 소화한 포수로(145경기, 선발 143경기), 2007-2009년 3년간 연평균 150경기(포수 138경기)를 소화했던 마틴은 이듬해 결국 부상을 당했다.
2009년 마우어는 선발 133경기 중 28경기를 지명타자로 나선 덕분에 체력 저하를 막아낼 수 있었다. 포지도 지난해 선발로 나선 140경기 중 29경기에서 틈틈히 1루수를 맡았다. 그에 비해 지금까지 몰리나는 85경기 중 84경기를 포수로 소화하고 있다(1루수 1경기). 몰리나가 지금처럼 파트타임 없이 타격왕에 오른다면, 140경기 이상 선발 마스크를 쓴 역대 최초의 포수 타격왕이 된다(마우어 포수 선발 119-135-105경기, 포지 111경기). 몰리나의 타격왕 달성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이유다.

조 마우어 ⓒ 순(純) 스포츠 

#그렇다면 앞선 세 번의 포수 타격왕들은 어땠을까. 하그레이브는 1926년 105경기(366타석), 롬바르디는 1938년과 1942년 각각 129경기(529타석)와 105경기(347타석)라는 적은 경기수를 소화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타격왕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당시에는 타격왕 도전 요건이 '100경기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1945년 '400타수 이상'이라는 새로운 조건이 만들어졌고, 1957년에는 '팀 경기수×3.1타석'이라는 지금의 규정타석이 생겼다(현재 502타석). 기준이 타수에서 타석으로 바뀐 것은 1954년 테드 윌리엄스 파동이 있었기 때문으로, 그 해 윌리엄스는 526타석에서 .345를 기록했다. 하지만 136개의 볼넷을 얻어낸 탓에 400타수를 채우지 못했고(386타수), 결국 바비 아빌라가 .341로 AL 타격왕에 올랐다. 당시 현재의 기준이 적용됐다면 윌리엄스의 타격왕 타이틀은 6개가 아닌 7개가 될 수 있었다.
공격 부문에서 포수들의 최근 선전은 특정 선수들의 대활약 때문 만은 아니다. 2011년 메이저리그 포수들은 포지션 비교 조정 OPS에서 95를 기록함으로써 1997년의 96 이후 최고를 기록했는데(100이 평균), 포수들은 다시 지난해 98이라는 역대 최고 기록을 만들어낸 데 이어 올해도 97을 기록하고 있다(1998-2010년 평균 90.5). 2001년과 올시즌의 포지션별 조정 OPS를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포수  [2001]  86 [2013]  97
일루수 [2001] 121  [2013] 116
이루수 [2001]  96 [2013]  99
삼루수 [2001] 104  [2013] 107
유격수 [2001]  91 [2013]  89
좌익수 [2001] 116  [2013] 107
중견수 [2001] 101  [2013] 104
우익수 [2001] 116  [2013] 111
지명  [2001] 106  [2013] 106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그렇다고 해서 지금이 '공격형 포수'의 시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골드글러브 5연패를 이어가고 있는 몰리나는 수비에서도 현역 최고의 포수이며, 포지의 수비력 또한 준수하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골드글러브 3연패에 성공했던 마우어는 다리 부상에 시달리면서 도루 저지율이 2007년의 53%에서 지난해 14%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다시 48%를 기록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1990년대 듀오인 이반 로드리게스와 마이크 피아자 중 한 명의 수비력이 자랑할만 못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히려 세이버메트릭스의 발달로 포수의 수비력에 대한 검증이 가능해지면서, 최근 메이저리그 팀들은 과거 같았으면 철저히 외면했을 수비형 포수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37살의 나이로 데뷔 13년 만에 처음으로 주전 포수가 된 호세 몰리나(탬파베이)다. 수비형 포수들의 득세는 다른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어깨가 강한 포수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도루수의 감소와 도루 성공률의 저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SI.com에 따르면, 올시즌 전반기에 메이저리그 팀들이 기록한 경기당 0.54도루는 1971년 이후 가장 낮은 숫자다. 또한 2007년 74.4%였던 도루 성공률도 올해는 72.5%에 그치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철저한 분업화다. 메이저리그에서 볼배합은 포수가 아닌 코칭스태프가 담당한다. 대신 포수들에게 요구되는 첫 번째는 강력한 어깨다. 어깨 좋은 포수들이 즐비하다 보니,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설령 주자가 나가더라도 공의 위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는 슬라이드 스탭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수비 시프트와 함께 최근의 투수 득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요인이다.
강력한 포수 수비력은 팀 성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에서는 리그 최고의 포수를 가진 샌프란시스코와 세인트루이스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격돌했다. 비록 샌프란시스코에게 리버스 스윕을 당하긴 했지만, 신시내티에도 도루 저지율에서 몰리나와 함께 리그 공동 1위(48%)에 오른 라이언 해니건이라는 출중한 수비형 포수가 있었다(신시내티가 올시즌 다소 아쉬운 점 하나는 해니건이 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 포수 수비력 순위(필딩 바이블 투표)1. 야디에르 몰리나 : 100 (PS)
2. 맷 위터스    :  81 (PS)
3. 라이언 해니건  : 75 (PS)
4. 카를로스 루이스 : 67
5. 버스터 포지   : 33 (PS)
6. 호세 몰리나   : 28
6. 커트 스즈키   : 28 (PS)
8. 조너선 루크로이 : 25
9. 알렉스 아빌라  : 23 (PS)
다저스의 최근 상승세에는 도합 50%의 저지율을 기록 중인 A J 엘리스(.257 .341 .374)와 팀 페더로비치(.191 .234 .337)의 활약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피츠버그가 전반기를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 승률 2위로 끝낸 것에도 러셀 마틴(.239 .342 .399)의 등장이 결정적이었다.
지난 세 시즌 동안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들어올린 포수는 2010년의 포지와 2011년의 몰리나, 그리고 지난해의 포지였다. 올해는 과연 어떤 포수가 팀을 정상에 올려놓게 될지, 안방 마님들의 남은 시즌을 주목해 보자.



2013년 7월 16일 화요일

다저스 커쇼, ‘마운드’ 뿐 아니라 ‘마인드’도 에이스!

출처: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world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380&article_id=0000000369
2013-07-16
이 글은 유병철 스포츠 전문위원이 작성한 기사입니다.


올스타전 출전을 위해 뉴욕 시티필드를 방문한 클레이튼 커쇼. 다저스 선수로는 커쇼가 유일한 올스타전 출전 선수이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온 국민을 LA다저스 팬으로 만든 류현진(26)의 대활약. 그 덕에 MLB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는 클레이튼 커쇼(25)도 이제 한국 야구팬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듯싶다. 특히 최근 ‘진격의 다저스(일본만화 진격의 거인에서 패러디) 열풍’이 불면서 커쇼의 활약은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커쇼에 대해서는 잘못 알려지거나, 아직 그 소소한 스토리가 잘 알려지지 않은 면이 있다. 알면 알수록 ‘불과 25세의 야구선수에게 이렇게 많은 얘깃거리가 있나’ 생각이 들 정도다. 미국에서는 ‘공공의 적 1호(Public Enemy NO.1)’로 불리는 커쇼의 이면을 살펴봤다.
퍼펙트 오브 퍼펙트’의 진실
<위키피디아(영문)>를 보면 ‘(커쇼는 고교시절인) 2006년 13승 무패, 평균자책점 0.77, 139탈삼진(64이닝)을 기록했다. 저스틴 노스웨스트 고교와의 플레이오프게임에서는 전원 탈삼진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in 2006 when he posted a 13–0 record with an ERA of 0.77, and recorded 139 strikeouts in 64 innings. In a playoff game against Justin Northwest High School, Kershaw pitched an all-strikeout perfect game)’라는 구절이 나온다. 아무리 고등학교 야구라고 해도 퍼펙트게임은 대단한 것이다. 그런데 전원 삼진이라니 기네스북도 놀랄 기록이다. 이것이 국내 한 신문을 통해 와전되면서 ‘커쇼 27삼진 신화’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정보다. 커쇼는 해당 경기에서 15명의 타자만 상대했다. 경기가 10-0 5회 콜드게임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당시 투구수는 73개였고, 커쇼는 타석에서 홈런을 치기도 했다. 기록의 의미가 조금 축소됐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단하기는 대단하다. 커쇼는 그해 로부터 ‘올해의 고교 야구선수’로 선정됐고, 게토레이 내셔널 플레이어의 야구부분 수상자가 됐다. 그리고 그해 MLB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7번째로 LA다저스의 지명을 받았다. 


다저스의 에이스인 만큼 어딜 가나 팬들로부터 사인 요청을 받게 된다. 힘들어도 찡그리지 않고 환하게 웃으며 사인을 해주는 커쇼의 모습이 인상적이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커모삼천지교'와 가난 극복 
192cm, 99.7kg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커쇼는 1988년 3월 19일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음악가인 아버지 크리스와 어머니 매리언(그래픽디자이너) 사이에서 태어났다(참고로 커쇼의 아버지는 지난 4월 28일 작고했고, 커쇼는 장례식 참석 후 예정된 등판일정을 소화했다).
부모는 커쇼가 10살 때 이혼했고, 매리언 혼자 커쇼를 키웠다. 싱글맘이다 보니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았지만 매리언은 커쇼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고 싶었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부촌으로 유명한 하이랜드 파크에서 살았다. 이 동네는 베버리힐즈를 설계한 사람이 도시계획을 맡았고, 가구의 평균 연수입은 20만 달러가 넘었다. 유명한 운동선수가 많이 배출된 것으로 유명하고, 당연히 ‘커쇼네’처럼 싱글맘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어린 시절 서머캠프에서 커쇼를 가르친 켄 거스리 코치는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커쇼는 그 지역사회에서 검은 양(black sheep)이었다”고 비유했다. 고교 졸업반이 돼서야 뒤늦게 1997년형 포드 중고차를 얻은 커쇼도 “내 차는 렉서스SUV로 가득 찬 학교 주차장에서 정말 볼품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지금도 나이에 비해서는 무척 성숙했다는 평가를 받는 커쇼는 어린 시절 이런 환경을 잘 이해했다.
“커쇼가 12살 때 차 안에서 갑자기 빤히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어요. ‘엄마, 우리 부자지? 그런데 여기 하이랜드 파크만큼은 부자가 아니지, 그렇지?’라고요. 어린 나이지만 커쇼는 일찌감치 녹록치 않은 가정환경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죠.” 어머니 매리언의 회고다.
매리언은 커쇼를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심지어 비싼 사립학교를 다니게 했다. 물론 도중에 도저히 감당이 안 돼 공립학교로 옮겼지만 말이다. 어쨌든 매리언의 고민은 노상 커쇼의 교육을 위한 돈 걱정이었다. 이는 2006년 드래프트 후 사이닝 보너스로 230만 달러를 받으면서 비로소 해결됐다.
가식이 없고, 겸손한 커쇼의 성격도 이러한 성장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커쇼는 “어떤 것을 과장하거나, 축소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겸허하게 대한다. 이런 내 성격은 내가 자란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머니에게 정말 감사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다저스의 댈러스 지역 스카우트 캘빈 존스이 밝힌 일화도 하나 있다. “드래프트 후 내가 정말 놀란 것이 하나 있다. 사이닝 보너스를 받은 후 어떤 차를 사고 싶냐고 물었는데 커쇼는 F-150픽업(값비싼 스포츠카나 명차가 아니라 실용적인 차)을 사겠다고 했다. 나는 이 정도면 멘탈은 됐다고 생각했다.”

커쇼와 절친 매튜 스태포드. 스태포드는 NFL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이다.(사진=커쇼 재단)
별명, 절친, 등번호
커쇼는 2007년 마이너리그를 거쳐 2008년 만 20세가 되기도 전에 메이저리그로 올라왔다. 2008년 5승(5패), 2009년 8승(8패), 2010년 13승(10패)에 이어 빅리그 4년째인 2011년 21승 5패, 평균자책점 2.28, 탈삼진 248개로 투수 부문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하며 사이영상을 받았다. 2012년 14승에 이어 올해도 팀내 최다승을 올리며 순항 중이다. 올시즌 후 FA계약이 가능한 커쇼는 벌써부터 사상 최초의 2억 달러 계약이 예견되고 있다.
이런 커쇼는 미국에서는 ‘공공의 적 1호’로 불린다. 빅리그 승격 첫 해 시범경기에서 엄청난 커브를 선보이자 다저스의 레전드인 1인해설자 빈 스컬 리가 “Public Enemy NO.1”이라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이제 상대팀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됐으니 별명 예언이 적중한 것이다.
어머니 덕에 스타플레이어를 많이 배출하기로 소문난 하이랜드 파크에서 자란 커쇼는 스타플레이어 친구들이 다수 있다. 특히 NFL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의 프랜차이즈 쿼터백 매튜 스태포드는 둘도 없는 절친이다. 초중고 동창으로 어린 시절 풋볼, 야구, 농구, 축구 등 다양한 종목을 함께 했는데 야구에서는 커쇼가 투수, 스태포드가 포수를 맡았다. 둘은 다저스의 캠프에 참가하기도 했는데 커쇼는 이후에 다저스의 에이스가 된 것이다(커쇼는 큰 키 덕에 축구에서는 골키퍼를 맡았다).
참고로 커쇼는 고교졸업 후 당초 지금의 아내인 엘렌이 진학하는 텍사스 A&M 대학으로부터 장학생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드래프트에서 뽑히는 바람에 바로 프로에 뛰어들었다(사이닝 보너스 230만 달러). 반면 절친 스태포드는 조지아 대학에 진학한 후 2009 NFL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디트로이트로 갔다. 초중고 단짝친구가 미국 메이저 스포츠리그에서 대스타가 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등번호 22번에도 뼛속까지 ‘텍사스 사나이’인 사연이 깃들여 있다. 커쇼는 학창시절 텍사스 레인저스의 1루수 윌 클락을 가장 좋아했다. 그에 대한 오마주로 그의 번호를 지금 달고 있는 것이다. 커쇼는 지금도 매년 모교를 방문할 정도로 댈러스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2010년 12월 4일 결혼한 아내 엘렌(멜슨)과 커쇼의 결혼식 피로연 장면. 엘렌과는 2005년부터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했다고 한다.(사진=커쇼 재단)
몸보다 더 강한 멘탈
커쇼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2010년 12월 4일 결혼한 아내 엘렌(멜슨)과 그 집안의 영향이 컸다. 커쇼는 엘렌을 중학교 때부터 알았지만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졸업반이 되면서부터다. 그때까지 둘은 이성친구가 없을 정도로 순진했다. 둘의 연애는 엘렌의 할아버지 에드 멜슨이 가족여행에 커쇼를 초청하면서 장래를 약속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에드 멜슨은 지금도 커쇼에게는 친할아버지 같은 존재다.
어쨌든 원래 독실했는데 아내 덕에 더 독실해진 커쇼의 신앙심은 대단하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후 ‘아이 엠 세컨드(I am Second)’라는 기독교 간증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커쇼는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켜본다. 그들에게 신앙을 대놓고 전할 수는 없다. 그저 기독교인이 어떻게 사는가를 그들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종교 덕인지 커쇼는 멘탈이 훌륭하다. 아내 엘렌은 “커쇼는 아마도 여러분들이 만난 사람 중 가장 겸손한 사람일 것이다. 예컨대 레스토랑에서 그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는 메이저리그 스타라는 지위에서 나오는 모든 것을 가능한 피하려고 노력한다. 옆에서 지켜보면 재미있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커쇼도 “신앙은 나를 성장시켰다.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이 돼 버렸다.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은 신을 위한 것이다. 운동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커쇼는 프로정신이 대단하고, 동료의식도 뛰어나다. 그리고 성실하다. 젊은 나이에 대성한 많은 선수들이 성공에 취하는 것과는 달리 커쇼는 시즌 중 매일 체력단련을 하는 등 엄청난 훈련량을 유지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매 게임 최고의 상태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봉사 활동 중인 커쇼와 아내 엘렌, 그리고 잠비아 아이들.(사진=커쇼 재단)
MLB판 ‘아프리카의 성자’
그런데 커쇼에게는 ‘모범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자선을 실천하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일찍이 아프리카 잠비아의 고아 문제에 깊은 관심이 있었던 엘렌은 2010년 신혼여행지로 호화 휴양지 대신 잠비아를 택했다. 그리고 커쇼는 이때 세상에 대해 새롭게 눈을 떴다. 커쇼는 “아프리카는 우리가 얼마나 축복받았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은 아주 기본적인 생활요건만 갖춰져도 그렇게 행복해 할 수가 없다. 이것은 그들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라고 말했다.
첫 방문 후 커쇼는 엘렌과 특별한 인연이 있었던 ‘호프’라는 잠비아 고아소녀를 위해 고아원을 지어주겠다고 결심했다. 호프는 부모가 에이즈로 사망했고, 자신도 감염자였다. 커쇼는 행동에 나섰다. 2011시즌 스트라이크 아웃 1개 당 100달러를 적립했다. 그리고 각종 상을 받을 때마다 상금의 대부분도 내놓았다. 2011시즌 후 고아원(호프의 집)은 세워졌고, 아내와 함께 이 문제를 다룬 ‘ARISE’라는 책도 펴냈다(2012년 1월).
커쇼는 지금도 겨울이면 약 한 달 동안 잠비아에 머물며 자선활동을 펼친다. “이들은 야구도, 메이저리그도 모른다. 여기(잠비아) 오면 내가 축구선수였으면 더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아프리카는 축구인기가 높다).” 커쇼의 아프리카 사랑은 현재진행형이다. 
커쇼는 2012년부터는 아예 ‘커쇼의 도전(kershawschallenge.com)’이라는 자선단체를 만들어 잠비아는 물론 LA와 댈러스 등에 자선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그 해 선행을 베푼 메이저리거에게 주는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을 역대 최연소로 수장했다. 커쇼는 1년 전 수상한 사이영상보다 이 상이 더 뜻깊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고의 기량과 함께 모범적인 사생활로 미국인의 존경을 받던 마이클 조던(농구)과 타이거 우즈(골프)는 이혼, 도박 등으로 이미지의 빛이 많이 바랬다. 그 자리를 불과 25살의 젊은 야구스타가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류현진도 커쇼에 대해서는 그의 일기를 통해 ‘정말 인성이 훌륭한 선수’라고 말한 바 있다. 류현진은 “커쇼는 최고의 에이스 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겸손하고 착하고 성실하다. 이런 선수가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이 고마울 따름이다”라고 얘기했다. 

서로 좋은 영감을 주고 받는 류현진과 커쇼. 커쇼는 메이저리그 데뷔해를 보내는 류현진을 따뜻하게 챙겨줬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2013년 6월 9일 일요일

[해외스포츠 소식] ‘괴물투수’ 류현진에 대한 미국 메이저리거들의 평가

출처: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D&nNewsNumb=201306100053
2013년 6월호
李相熙 월간조선 객원기자


지난 3월 20일 류현진은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첫 선발 등판한 시범경기에서 역투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괴물투수’ 류현진(26·LA 다저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개막 첫 달인 4월 한 달간 총 6게임에 선발 등판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3.35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류현진은 또 한국과 달리 지명타자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에서 뛰기 때문에 공격에도 나서는데 4월 한 달간 타율 0.333을 기록, 타자로서의 재능도 과시했다.
  
  이처럼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에 투타 양면에서 놀라운 활약을 보이자 미국 현지 언론은 그를 신인왕 후보로 거론하기 시작했고, 류현진이 지금과 같은 활약을 이어 간다면 조만간 미국 내에 ‘류현진 광풍(Jin-sanity)’이 불 것이라며 극찬했다.
    
  다저스, 류현진 위해 670억원 쓴 셈
  
  류현진은 지난해 12월 10일 LA 다저스와 6년 총액 3600만 달러(한화 390억원)에 계약하며 한국프로야구선수 최초로 포스팅시스템(Posting system·비공개입찰제도)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직행했다. 다저스는 연봉 외에도 그의 전 소속구단인 한화에 이적료 280억원을 지불했다. 다저스가 류현진을 영입하기 위해 투자한 총액규모가 무려 670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류현진은 한국프로야구가 낳은 최고의 좌완투수였다. 하지만 시즌 개막 전만 해도 ‘과연 류현진이 미국에서도 통할까’라는 의문이 그를 따라다닌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올 초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이런 의문은 증폭되는 분위기였다. 미국 내 일부 언론은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무한 류현진에게 고액을 투자한 다저스가 곧 후회하게 될 것”이란 악평마저 내놓았다.
  
  류현진은 지난 2월 1일 미국 애리조나주(州) 글렌데일에 있는 LA 다저스 구단의 스프링캠프에 입소했다. 류현진은 개인훈련을 위해 당초 일정을 앞당겨 이곳을 찾았지만 당시 그곳에는 다저스 구단의 수석 트레이너 수 팔소니가 와 있었다. 그는 물론 네드 콜레티 다저스 단장까지 나와 류현진의 모습을 지켜봤다. 단장이 선수 한 명을 보기 위해 훈련장을 찾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기자와 만난 다저스 수석 트레이너 팔소니는 “팀에서 류현진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앞으로 그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몹시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2주 후인 2월 14일, 류현진은 다저스 동료들과 함께 스프링캠프 합동훈련을 시작했다. 당시 그곳에는 수많은 한미 양국 취재진이 류현진의 일거수일투족을 담기 위해 장사진을 이룰 만큼 그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이상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스프링캠프 합동훈련 첫날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팀 전체 장거리달리기에서 거의 맨 꼴찌로 들어오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 것. 게다가 그날 그의 개인 라커(Locker)에서 담배가 목격되자 MLB.com(메이저리그 홈페이지)의 다저스 전담 기자 켄 거닉은 류현진의 흡연문제를 기사화했다. 이로 인해 류현진은 한때 ‘담배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류현진이 스프링캠프 기간이었던 3월 20일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시범경기에 첫 선발 등판하여, 단 2이닝 투구에 홈런 포함 4안타 1볼넷 2실점하는 기대 이하의 투구를 펼치자 기자와 친분이 있는 복수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다저스 구단이 왜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무한 류현진 영입에 고액을 투자했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 다저스 2선발투수로 발탁!
  
  스프링캠프의 목적은 시즌 개막전 선수들의 몸 상태와 실력을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주전 선수를 뽑고 아울러 그들의 포지션을 정하기 위해서다. 다저스에는 당초 류현진을 포함해 총 9명의 선발투수 자원이 있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각 팀의 필요한 선발투수는 5명. 약 2:1의 경쟁률이다. 이때만 해도 메이저리그 신인투수인 류현진이 선발투수 5명 안에 포함될 수 있을까 라는 우려도 있었다. 일부에선 선발투수가 아닌 중간계투로 시즌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하지만 막상 경쟁이 시작되자 류현진에게 운이 따르기 시작했다. 지난 겨울 6년 총액 1억4700만 달러(한화 1627억원)의 고액을 주고 영입한 잭 그레인키의 몸 상태에 적신호가 켜진 것. 게다가 류현진의 또 다른 경쟁자였던 채드 빌링슬리와 노장 테드 릴리 또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당초 다저스 선발진의 한 자리를 맡을 것으로 예상했던 주축 투수들이 시즌 개막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자 다저스는 류현진에게 팀 내 2선발이란 중책을 맡겼다. 야구에서 팀 내 1선발과 2선발 투수를 가리켜 흔히 ‘원투펀치’라고 부른다. 이는 아무나 차지할 수 없을 만큼 투수로서의 실력과 경험이 있어야만 가능한 중책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다저스 전담 기자 거닉은 이때만 해도 “류현진이 부상을 당하지 않는 한 그의 2선발은 확정적이다. 하지만 2선발은 선발투수의 등판순서일 뿐 그것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훌륭한 투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는 비단 거닉 기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미국 내 다른 언론들도 메이저리그 신인투수인 류현진에게 팀 내 2선발이란 중책을 맡긴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 냈다.
  
  이처럼 일부 미국언론의 우려와 수많은 한국 야구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류현진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4월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역사적인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데뷔전을 치렀다.
  
  샌프란시스코는 다저스의 라이벌이자 지난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팀으로 막강 타선을 자랑하는 강팀이다. 이날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6.1이닝 동안 10피안타 3실점(1자책)하는 ‘퀄리티스타트’(선발투수가 6이닝 동안 3실점 이하로 막는 것)를 펼쳤지만 팀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투수가 됐다.
    
  피츠버그 1번타자, “류현진 공략 어려웠다”


류현진의 첫 승 상대였던 피츠버그의 1번 타자 스탈링 마르테.

류현진은 비록 패전투수가 되긴 했지만 이날 볼넷을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은 점, 그리고 10안타를 맞으며 숱한 위기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병살타를 이끌어 내면서 실점을 최소화하는 위기관리 능력 등을 선보이며 가능성도 함께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머지않아 승리투수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류현진의 두 번째 등판은 5일 후인 4월 8일, 상대는 피츠버그 파이리츠였다.
  
  출발은 불안했다. 류현진은 1회초 선두타자 스탈링 마르테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한 후 3번 타자 앤드루 매커친에게 홈런을 맞아 2실점했다. 하지만 7회 1사까지 총 6.1이닝 동안 1홈런 포함 단 3피안타 2실점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이로써 류현진은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9번째로 미국에서 승리를 거둔 투수가 됐다. 다저스 선수로는 박찬호, 서재응에 이어 3번째이며 선발승으로는 지난 2009년 5월 13일 박찬호(당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이후 처음이다.
  
  이날 경기 후 기자와 만났던 피츠버그의 1번 타자 스탈링 마르테는 “메이저리그에 공략하기 쉬운 투수는 없다. 하지만 류현진은 더 어려웠다”고 말할 만큼 류현진은 이날 ‘괴물투수’다운 위력을 선보였다. 마르테는 또 “류현진의 직구 스피드는 메이저리그 최고는 아니지만 타자의 허를 찌르는 공 배합과 변화구의 각도가 훌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번이나 안타를 치고 진루해 호시탐탐 도루를 하려고 했지만 류현진의 빠른 투구폼과 견제동작 때문에 도무지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앞으로 류현진을 상대하는 주자들은 도루하기 힘들 것이다. 류현진은 주자를 묶어 두는 능력도 뛰어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류현진에 대한 호평은 상대팀 투수코치에게서도 들을 수 있었다. 기자와 만난 피츠버그 투수코치 레이 시라지는 “우리는 류현진에게 완벽하게 당했다. 1회 2득점 후 더 이상 그를 공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라지 코치는 특히 류현진의 경기운영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류현진의 직구 스피드는 눈에 띨 정도로 빠르지 않았지만 다양한 변화구와 능숙한 완급조절로 우리 팀 타자들의 공격 타이밍과 타격 밸런스를 무너뜨렸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류현진은 좌완투수라는 희소성에 신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노련미를 갖췄다”며 “류현진이 홈 플레이트 양쪽 구석을 공략할 수 있는 제구력만 갖춘다면 메이저리그에서 대성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단 두 번째 등판 만에 첫 승을 신고하고 상대팀 선수와 코치도 그에 대한 호평을 내놓았지만 류현진을 바라보는 미국 현지 언론의 의심스런 눈초리는 여전히 존재했다. 일부에서는 메이저리그 최약체팀을 상대로 거둔 승리라며 평가절하했다.
    
  ‘베이비 류스’
  
  이런 가운데 류현진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3연전을 치르기 위해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원정 길에 올랐다. 당시 애리조나는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서부조 1위를 달리던 강팀이었다. 쉽지 않은 상대였다. 하지만 애리조나를 상대로 승리한다면 그간 류현진을 향한 미국 현지 언론의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한국시간으로 4월 14일, 류현진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체이스필드 마운드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이날 상대팀의 선발투수는 1선발인 이안 케네디였다. 올해로 메이저리그 6년 차인 케네디는 2011년 21승 4패 평균자책점 2.88의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다승왕에 올랐고, 지난해에도 15승 12패 평균자책점 4.02를 기록한 리그 정상급 투수다. 특히 케네디는 다저스에 강했다. 그는 지난 4년간 다저스를 상대로 총 8번 선발 등판해 6승 2패를 기록, ‘다저스 킬러’로 불릴 정도였다.
  
  류현진과의 맞대결을 하루 앞둔 13일 미국 현지에서 기자와 만난 케네디는 “류현진의 투구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TV 중계나 하이라이트 등을 통해 봤다. 제구력도 좋아 보였고 특히 다양한 변화구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야구는 뚜껑을 열어 보기 전까지 아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애리조나에는 다저스 팬들이 많아 좋은 경기가 될 것이다. 나 역시 류현진과의 맞대결이 기대된다”라는 속내를 털어놨다.
  
  리그 1위 팀, 게다가 상대팀 1선발을 상대해야 하기에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 경기에 나선 류현진은 마치 보란 듯이 6이닝 동안 9개의 삼진을 잡아 내며 6피안타 3실점 볼넷 하나를 기록, 2경기 연속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승리로 류현진은 한국프로야구 7시즌 동안 올린 98승과 메이저리그에서 거둔 2승을 합쳐 한미프로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류현진은 또 이날 애리조나의 에이스 케네디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를 치는 등 3타수 3안타로 공격에서도 맹활약했다. 케네디는 경기 후 가진 미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에게 맞은 3안타를 가리키며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자책할 정도였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애리조나 Fox 스포츠의 캐스터와 해설자는 과거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타자였던 베이브 루스(Babe Ruth)에 빗대 “류현진을 베이브 류스(Babe Ryu-th)라고 불러야 한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다저스 타격코치, “타격 재능을 타고난 선수”

현역시절 메이저리그 홈런타자였던 마크 맥과이어 LA 다저스 타격코치.

이날 애리조나 체이스필드에는 류현진을 보기 위해 그의 형과 부모도 경기장을 찾았다. 류현진은 경기 후 자신의 라커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한미프로통산 100승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타격 역시 마찬가지다. 항상 개인기록보다 팀 승리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미통산 100승을 달성한 현장에 단 한 경기를 제외하곤 부모님이 항상 오셨다. 한 경기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장례를 치르느라 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투수 류현진이 타석에서 보여준 3타수 3안타의 기록은 다저스 팬들은 물론 그의 동료들에게도 큰 화제가 됐다. 특히 올해로 64년째 다저스 경기를 홀로 중계하며 ‘다저스의 목소리’로 불리는 빈 스컬리(86) 다저스 전담 캐스터는 기자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류현진이 마지막 타석에서도 안타를 쳐 다저스 투수 가운데 지난 2009년 3타수 3안타를 기록했던 랜디 울프의 기록을 깼으면 했지만 1루 주자가 견제사당하는 바람에 류현진의 타격 기회가 무산돼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류현진의 부모와 형이 경기장을 찾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가능한 한 우리 TV 중계 카메라가 그들의 모습을 자주 화면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다저스의 1선발 클레이튼 커쇼 또한 류현진의 활약을 가리켜 “멋진 타격이었다. 류현진은 앞으로 타자로 전향해도 되겠다”며 찬사를 보냈다. 과거 메이저리그 홈런타자 출신으로 현재 다저스 타격코치를 맡고 있는 마크 맥과이어는 경기 다음 날인 15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류현진은 타격 재능을 타고난 선수가 분명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투수는 홈경기를 할 때만 타격연습을 하고 원정 땐 타격훈련을 할 장소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연습을 생략한다. 타격훈련도 안 한 류현진이 한 경기에서 3안타를 몰아친 것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타격에 재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맥과이어 코치에게 한국에는 지명타자제도가 있기 때문에 류현진이 고교 졸업 후 8년간 타격을 한 적이 없다고 알려주자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잘 칠 수 있냐”며 오히려 기자에게 반문할 정도였다. 맥과이어 코치는 현역시절 통산 홈런 583개(역대 10위)를 터뜨리며 ‘빅맥(Big Mac)’이란 애칭으로 유명했던 거포였다.
  
  류현진은 이후 멀리 동부지역으로 날아가 볼티모어 오리올스 그리고 뉴욕 메츠와의 원정경기에 등판했다. 이 두 경기 역시 6이닝 이상 마운드를 지키며 선발투수로서 자기 몫을 다했지만 극심한 타격부진에 빠진 팀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류현진 한 경기 탈삼진 12개, ‘닥터 K’ 위력 발산
  
  동부지역 원정을 마치고 다시 LA로 돌아온 류현진은 미국시간으로 4월 30일,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콜로라도는 당시 애리조나를 밀어내고 내셔널리그 서부조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게다가 이날 역시 상대팀 투수는 팀 내 1선발을 맡고 있던 좌완 호르헤 데 라 로사였다. 멕시코 출신인 데 라 로사는 류현진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이 좋은 투수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이날 경기는 당초 제구력이 좋은 두 좌완투수의 지루한 투수전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다저스 타선이 오랜 만에 폭발하며 류현진의 어깨에 힘을 실어 줬다. 류현진은 이날 콜로라도 강타선을 상대로 6이닝 동안 3피안타 2실점하며 또 다시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3승째. 특히 류현진은 이날 콜로라도를 상대로 삼진을 무려 12개나 잡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는 1995년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가 달성한 탈삼진 13개 이후 다저스 신인 중 최다 기록이었을 만큼 대단한 일이었다.
  
  류현진이 개막 한 달 만에 3승 1패의 호성적을 기록하며 팀 내 2선발 투수로서의 가치와 실력을 입증하자 그동안 류현진을 꾸준히 따라다니던 미국 현지 언론의 부정적인 시선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대신 그에 대한 호평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3승 1패라는 표면적인 성적도 좋지만 류현진의 투구내용을 들여다보면 그가 얼마나 잘 던졌는지 알 수 있다. 류현진은 시즌 개막 후 4월 한 달간 6경기에 선발 등판해 총 37.2이닝을 던지며 탈삼진 46개를 잡아냈다. 이는 류현진이 등판한 경기마다 평균 6.2이닝을 던졌고, 매 이닝 평균 삼진 1.24개를 잡았다는 뜻이다.
  
  현대야구에서 요구하는 바람직한 선발투수의 능력 중에 하나는 많은 이닝을 책임져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이 바로 6이닝이다. 류현진처럼 등판한 경기마다 6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투수를 가리켜 흔히 이닝이터(Inning eater)라고 부른다. 선발투수가 많은 이닝을 던져야만 중간계투 진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을 수 있고 그로 인해 감독에게는 그만큼 투수운용이 용이해지는 이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는 팀 승리에 중요한 원인이 된다.
  
  야구에서 삼진을 K로 표시한다. 그래서 삼진을 많이 잡는 투수를 가리켜 일명 ‘닥터K’라고 부른다. 홈런이 타자의 훈장이라면 투수에겐 삼진이 그렇다. 홈런을 많이 친 타자가 대접을 받듯 투수는 삼진을 많이 잡으면 위상이 올라간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신인임에도 이닝이터로서의 면모와 닥터K의 가능성을 함께 선보이자 미국 내 최대 스포츠채널인 ESPN은 류현진을 ‘올 한 해 가장 주목해야 할 신인투수’로 꼽았다. 또 다른 미국 현지 언론은 류현진이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올 한 해 16승 11패의 성적을 거둬 신인왕이 될 수도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내놓았다.
    
  ‘코리언몬스터’ 류현진, 그의 호투비결은?


류현진은 지난 4월 14일 애리조나를 상대로 한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이날 승리투수가 되었다.

  메이저리그 신인인 류현진의 호성적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류현진의 제구력과 다양한 구종 그리고 마운드 위에서의 담대함과 메이저리그 공인구에 대한 완벽한 적응 등을 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먼저 미국 메이저리그 공인구는 한국프로야구 공인구와 달리 가죽 표면이 미끄럽고 실밥이 덜 튀어나와 있다. 그래서 류현진처럼 변화구가 주무기인 투수에겐 불리할 수밖에 없다. 변화구는 투수가 손가락으로 실밥을 비틀어 가능한 한 공에 회전을 많이 주어야만 완성도가 높은 구종이다. 류현진이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때 고전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메이저리그 공인구에 적응을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현진이 정규시즌 개막 후 갈수록 투구내용이 좋아지며 삼진도 많이 잡아낼 수 있은 것은 메이저리그 공인구에 대한 적응이 끝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4월 30일 콜로라도 전에서 삼진을 무려 12개나 잡을 때 결정구로 사용한 구종이 바로 커브와 슬라이더 등 변화구였다.
  
  류현진은 한국프로야구에서 7년간 뛴 경험은 물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나 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대회 경험이 많다. 그렇다 보니 마운드에서의 담력과 자신감이 그 누구보다 좋다. 웬만한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 있게 공을 던질 수 있다. 이런 그의 자신감은 한국과 다른 낯선 미국생활 적응에도 효과를 발휘했다. 실제로 다저스 라커룸에서 만난 류현진은 항상 당당한 모습이었다. 영어를 못해 동료들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순 없지만 주눅들지 않고 항상 당당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런 그의 당당함과 자신감은 결국 수많은 관중이 운집한 경기장에서도 항상 자기 공을 마음껏 뿌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류현진이 보유한 다양한 구종도 호투의 비결이다. 류현진은 직구 외에도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 업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한다. 류현진의 직구 평균구속은 메이저리그 평균인 150km에도 못 미치지만 그의 느린 변화구와 최대 25km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타자들이 류현진의 느린 변화구를 연거푸 보다가 그의 직구를 보면 더 빠르게 느껴지는 대비착시 효과가 있다. 이는 앞서 피츠버그 투수코치가 지적했듯이 타자들의 공격타이밍을 뺏거나 타격밸런스를 무너뜨리는 데 유용하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류현진 특유의 투구폼을 들 수 있다. 류현진의 경기를 중계했던 SNY(Sports Net New York) 방송의 캐스터 게리 코헨과 해설가 론 달링은 류현진 호투의 비결로 그의 투구폼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투수가 직구와 변화구를 던질 때 팔의 스윙 속도가 차이가 나기 마련인데 류현진의 경우는 직구와 변화구를 던질 때 팔의 스윙 속도가 일정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상대 타자들이 류현진의 투구폼만으로는 그가 무슨 공을 던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달링은 이런 이유를 근거로 “류현진이 올 시즌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한 메이저리그에서 그의 호투는 계속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메이저 리그 국내 인기 되살아나
  
  미국에서 류현진의 호투가 이어지자 국내에서도 메이저리그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다시 급상승하고 있다. 일부 야구팬들은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신음하던 1990년대 후반,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박찬호의 역동적인 모습을 떠올리며 류현진에게 환호하고 있다. 박찬호가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개척자였다면 류현진은 기존의 추신수(31·신시내티) 선수와 함께 메이저리그에 한국인 전성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비록 시즌 초이기는 하지만 류현진의 활약에 고무된 한국 야구팬들은 벌써부터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신인왕과 탈삼진 타이틀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류현진이 지금의 페이스를 계속 유지한다면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본격적인 메이저리그 정복 길에 나선 류현진은 ‘4월 한 달’이란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시즌 종료까지 그에게 남은 시간은 다섯 달. 과연 류현진은 앞으로어떤 행보를 이어 갈까? 수많은 야구팬들의 이목이 한국산 ‘괴물투수’ 류현진에게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