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4일 토요일

“선동열 못지않네요” … 석신님이 된 오승환

출처: http://joongang.joins.com/article/aid/2015/02/14/16730346.html?cloc=olink|article|default
2015.02.14
박소영 기자

투구동작 시비 등 의심받다 
구원왕·MVP로 실력 보여줘 
한신 동료는 투구 따라하고
“선동열과 동작 비슷” 호평



‘한신의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한 오승환(오른쪽). 선동열의 투구폼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앙포토]

‘돌부처’ 오승환(33·한신 타이거스)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그는 일본프로야구 진출 1년 만에 ‘석불(石佛·세키부쓰)’, 극존칭인 ‘석신님(石神樣·이시가미사마)’으로 불린다. 꼭 1년 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던 일본 야구계는 이제 오승환에게 존경심을 보이고 있다.

 오승환은 지난해 2승4패·39세이브·평균자책점 1.76을 기록하며 센트럴리그 구원왕을 차지했다. 또 클라이맥스시리즈에서는 6경기에 모두 등판해 4세이브를 올려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일본프로야구 구원왕과 포스트시즌 MVP 타이틀은 한국 선수로는 오승환이 처음 세운 기록이다.

 지난해 오승환이 한신 유니폼을 입는다고 했을 때 일본 언론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다. 오승환의 입단식 사진이 스포츠신문 1면을 장식했지만 돌부처의 실력을 믿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일부 한신 팬들은 오승환에게 2년 총액 9억엔(약 90억원)을 주는 건 과하다고 주장했다. 한신의 최고 마무리로 군림하다 2013년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후지카와 규지(35·텍사스 레인저스)의 등번호 22번을 오승환이 이어받는 것도 탐탁치 않게 여겼다.

 더구나 일본 야구계는 지난해 오승환의 투구 동작에도 시비를 걸었다. 그의 투구 자세가 ‘이중 키킹(kicking)’이라며 문제를 삼았다. 오승환은 공을 던질 때 왼발을 내리다가 다시 타자 쪽으로 내딛는다.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기에는 그만이다. 오승환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투구 동작이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오승환의 왼발 착지 동작을 문제삼았다. 일본프로야구 심판진이 모여 심도있게 회의를 하고 한신 수뇌진과도 오승환의 투구 동작에 대해 이야기할 정도였다. 오승환은 “내 투구 동작이 잘못됐다면 고치면 된다”며 시원하게 받아넘겼다. 오승환이 일본에서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내자 텃세에 가까웠던 투구 동작 시비는 눈 녹듯 사라졌다.

 일본 진출 1년 만에 구원왕에 오르면서 오승환은 이제 숭배의 대상이 됐다. 한신의 동료 투수 가네다 가즈유키(25)와 이와모토 아키라(23)는 지난 1월 자비를 들여 오승환이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괌으로 날아갔다. 오승환에게 한 수 배우기 위해서였다. 둘은 “모든 훈련 과정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며 오승환의 ‘추종자’가 됐다. 이와모토는 특히 오승환의 ‘오른발차기’ 투구폼까지 따라했다. 오승환은 공을 던진 뒤 축이 되는 오른발을 타자쪽으로 최대한 끌고 나오면서 마지막에 힘차게 차 올린다. 이와모토는 오승환의 투구 동작을 따라하면서 “공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선수들이 오승환에게 배우고 싶어한 건 그의 투구 동작 만이 아니었다. 그의 철저한 생활습관까지 높이 평가했다. 오승환은 괌 훈련부터 ‘금욕 생활’에 돌입했다. 완벽한 몸을 만들기 위해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고, 직접 식단을 짠 뒤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염분을 줄이기 위해 소금과 후추 등은 사용하지 않고 채소를 이용한 요리를 해먹었다. 총각인 오승환이 시즌 기간 음식을 직접 해먹기 위해 주방이 있는 호텔에 살고 싶다고 말하자 한신 구단은 오승환이 좋아할 만한 숙소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한신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한신 전설의 투수인 에나츠 유타카(67) 투수코치는 “팔 동작과 하체 사용법이 과거 주니치에서 뛰던 선동열과 비슷하다. 훌륭한 피칭이다”라고 칭찬했다. 선동열(52)은 1996년 일본에 진출해 4시즌동안 10승4패·98세이브·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했다.

 일본 기자들도 오승환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목하고 있다. 오승환은 “일본 기자들은 내가 캐치볼을 하면 공의 개수를 일일이 다 센다. 러닝을 할 때도 쫓아다닌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일본프로야구 개막(3월27일)을 앞두고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는 13일 오키나와에서 열린 친정팀 삼성과의 연습경기에는 등판하지 않았다. 오승환은 “불펜 투구를 세 차례 했는데 포수가 공이 괜찮다고 하더라. 서두를 필요가 없다. 개막전에 맞춰 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여유를 보였다. 

박소영 기자 


2015년 2월 1일 일요일

손혁 코치 "넥센 투수들, ML 목표로 삼아라"

출처: http://osen.mt.co.kr/article/G1110067868
2015. 01. 31
OSEN=투산(애리조나), 이대호 기자


"우리 투수들이 약하다고 하는데, 사실 방망이가 너무 강한거에요. 투수들 나쁘지 않아요. 방망이가 너무 강하다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죠."

넥센 히어로즈 신임 투수코치 손혁(42)은 요즘 투수들 칭찬하기에 바쁘다. 불펜피칭이 끝난 투수를 불러다가 좋은 점을 찾아서 칭찬해주고 어깨를 두드린다. 베테랑부터 어린 투수들까지 손 코치의 칭찬을 듣고는 신이 나서 공을 던진다. 손 코치는 "정말 우리 투수들이 좋아져서 칭찬을 해주는 것뿐"이라고 말하지만, 분명히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넥센에는 '미완의 대기'들이 많다. 타자들은 잠재력을 뻥뻥 터트렸지만, 투수들은 아직 알을 깨지 못한 선수들이 있다. 손 코치의 임무는 이들을 마운드 위에서 싸울 줄 아는 투수로 만드는 것이다.



손 코치는 "불펜에서 던지던 것처럼 마운드에서 던지도록 만드는 게 내 목표"라고 말한다. 손 코치가 그렇게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위해 노력하는 이유가 있다. 자기자신이 현역 때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손 코치는 선수생활을 할 때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1998년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3,6차전을 꼽는다. 3차전은 손혁이 중간투수로 등판해 승리투수가 됐었고, 6차전은 선발로 나섰지만 패전투수가 돼 현대의 우승 샴페인을 눈물로 지켜봐야만 했다. 손 코치는 "6차전에서 내가 내 공에 자신이 없어서 자꾸 도망다니는 피칭을 했다. 그리고 이숭용 선배한테 결승홈런을 맞고 경기에서 졌다. 경기가 끝난 뒤 포수였던 김동수 선배가 '공이 좋았는데 왜 자꾸 도망다니냐'라고 말하더라. 어쨌든 프로에서 가장 많이 울었던 경기"였다고 회상했다. 

자기 공을 믿지 못한 게 가장 후회스러웠다는 손 코치. 투수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감인데 이를 넥센 선수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손 코치는 넥센 투수들에게 "메이저리그를 목표로 삼아라"고 조언한다. 물론 모든 선수들이 류현진이나 강정호처럼 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지만 손 코치는 "목표를 높은 곳에 잡아야 바로 그 아래 단계까지는 도달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손 코치는 친구 박찬호의 일화를 소개했다. "나랑 찬호, (홍)원기가 어릴 때 같이 공주에서 야구를 했는데, 찬호가 산 하나를 뛰어 올라가자고 하더라. 나는 그 전까지 걸어서 올라갈 생각은 했어도 뛴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찬호가 뛰어서 올라가는걸 보고나니 나도 거길 뛰어서 올라가게 됐다. 생각해보면 찬호는 그 때부터 항상 더 높은곳을 바라봤었다. 내가 한국 프로야구만 보고있을 때, 찬호는 이미 메이저리그를 목표로 삼고 있었던 것 같다."

투수에 대한 새로운 학설을 소개하는 책을 쓸 정도로 공부를 많이 하는 '학구파' 손 코치지만, 지금은 선수들의 자신감을 불어넣는데 온힘을 다하고 있다. 

cleanupp@osen.co.kr

<사진> 서프라이즈(애리조나)=손용호 기자



'냉정한' 후루쿠보 코치 '한화 포수들 기본기가 없다'

출처: http://isplus.joins.com/article/769/17067769.html?cloc=
2015.02.01
고치(일본)=김유정 기자



김성근(73) 감독 사단에 합류해 한화의 안방 지도를 책임지고 있는 후루쿠보 겐지(51) 코치가 소속팀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놓았다.

후루쿠보 코치는 "한화 포수들은 기본기가 부족하다. 어떤 스포츠든 기본기가 잘 다져지지 않고서는 발전할 수가 없다. 조인성을 제외한 한화 포수들은 기본기를 탄탄하게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후루쿠보 코치는 지난 1983년에 긴테쓰 버팔로스(오릭스 버팔로스의 전신)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2002시즌 후 은퇴을 한 그는 지도자로 변신해 친정팀 긴테쓰를 시작으로 주니치, 야쿠르트, 오릭스 등을 거쳐 지금의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선수 시절 공격력에서는 큰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안정적인 수비로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 상당히 실력이 좋은 선수로 평가 받았다.

그런 그가 한화의 포수 기근에 대해 얘기가 나오자 냉정한 분석을 먼저 내놓았다. 그는 "한화를 맡고 나서 작년에 동영상을 많이 봤다. 조인성을 제외한 선수들이 대체적으로 부족한 부분들을 많이 드러냈다"면서 "정범모는 그나마 경험이 있고 여유도 있지만, 과거에 대충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포수는 그래서는 안된다. 박노민은 타격이 좋지만, 수비쪽에서는 두루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언급했다.

때문에 후루쿠보 코치는 스프링캠프 시작부터 선수단과 밀착해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순서를 정해 선수들과 1대1로 송구, 블로킹, 캐칭, 팔 스윙 등을 손보며 세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훈련 대상은 정범모와 박노민, 지성준 등이다. 후루쿠보 코치는 성격도 굉장히 유쾌해, 힘들고 빡빡한 훈련 속에서도 선수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남다른 유머 감각을 과시하기도 한다.

후루쿠보 코치가 올 시즌 중점을 두는 것은 단 하나다. 바로 주전과 백업 사이에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그는 "올 시즌 한화의 주전 포수는 조인성이다. 하지만 조인성은 나이가 많다. 한 시즌을 통째로 맡을 수는 없을 것이다"라면서 "그렇다면 결국 조인성이 빠졌을때 누가 올라오느냐의 문제인데, 아직까지는 경험면에서 다른 경쟁자들보다 앞선 정범모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주전이 버티고 있지만, 올해 144경기나 치르는 강행군 속에 강한 백업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한화의 힘이 된다는 얘기였다.

고치(일본)=김유정 기자


2015년 1월 28일 수요일

[박동희 in 캠프] “강정호, MLB 개척자가 돼야 한다.”



'미 메이저리그 에이전트계의 전설' 엘런 네로(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스포츠 마케팅’ 전공 대학생들의 최고 롤모델은 누구일까? 단연 제리 맥과이어일 것이다. 세련된 외모와 일에 대한 확고한 열정 그리고 탁월한 협상력으로 똘똘 뭉친 맥과이어는 선수들 사이에서 최고의 파트너로 꼽힌다.
 
그는 돈과 명예 모두를 선수가 손에 쥘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대가로 자신 역시 돈과 명예를 챙긴다. 더 놀라운 건 맥과이어가 ‘철저한 비즈니스맨’임과 동시에 ‘인간미 넘치는 에이전트’란 것이다.
 
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비즈니스맨’ 맥과이어는 아쉽게도 세상에 없다. 맥과이어는 미국 배우 톰 크루즈가 <제리 맥과이어>라는 영화에서 연기한 가상의 인물일 뿐이다. 어쩌면 ‘인간미 넘치는 비즈니스맨’이란 것 자체가 ‘채식을 즐기는 사자’처럼 애초부터 현실에선 기대하기 힘든 상(像)일지 모른다.
 
미 메이저리그(MLB)의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만 해도 그를 가리켜 ‘뛰어난 비즈니스맨’이라 부르는 이는 많아도 ‘인간미 넘치는 에이전트’라 평하는 이는 극소수인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보라스를 욕할 이유도 없다. 인간의 능력과 가치, 인성마저 돈으로 환산하는 프로스포츠 비즈니스 세계에선 당연한 평판일 수 있기 때문이다. 되레 인정사정 가리지 않고 선수에게 큰돈을 안기는 보라스야말로 최고의 에이전트일지 모른다.
 
여기서 주목할 건 ‘인간미 넘치는 비즈니스맨’이 이 세상 어딘가엔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세상 어딘가에 있는 ‘인간미 넘치는 비즈니스맨’이 넥센 히어로즈 유격수 강정호의 미국 진출을 도왔다는 것이다.
 
그의 이름은 엘런 네로. '젊고, 멋진' 제리 맥과이어와 달리 네로는 68살의 베테랑 에이전트다.
 
MLB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에이전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네로는 에이전트 경력 38년 동안 수많은 야구선수, 코치, 감독 등과 파트너 관계를 맺었고, 현재도 스포츠 에이전트사 ‘옥타곤’의 야구담당 전무이사로 100여 명의 야구인을 관리하고 있다.
 
이 가운덴 짐 라이스·랜디 존슨 등 ‘명예의 전당’ 헌액자들과 루 피넬라, 아트 하우·조 매든 감독 같은 명장들, 펠릭스 에르난데스·아스드루발 카브레라 등 현역 메이저리거가 다수 포함돼 있다. 여기다 네로는 추신수(텍사스)·왕첸민·구로다 히로키 등 아시아 메이저리거들과도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그들의 빅리그 연착륙을 도왔었다.
 
그뿐이 아니다. 네로는 단순한 MLB 에이전트에서 벗어나 세계야구 교류와 발전의 선구자적 역할을 담당했다. 실제로 그는 아시아의 가능성 넘치는 젊은 선수를 미국 무대로 안내했고, 미국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역량 있는 선수들을 아시아 무대에 소개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1998년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 네로는 한국야구계의 부탁을 받고 이 제도의 정착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했다. 그는 KBO리그에서 뛰길 원하는 수백 명의 외국인 선수 이력서를 받은 뒤 이를 하나하나 선별했고, 선별된 선수들을 플로리다 세인트피터스버그로 불러 KBO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도록 했다.
 
이 과정을 통해 탄생한 1세대 외국인 선수가 바로 타이론 우즈(전 두산), 조 스트롱(전 현대) 등이었다.
 
유명 에이전트와 미국과 아시아 야구의 가교역할을 담당하며 국제적으로 이름을 날린 네로는 그러나 수많은 이력과 경력보단 따뜻한 인간미와 아버지 같은 넉넉함으로 MLB 야구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스포츠춘추>가 흔히 ‘인간의 얼굴을 한 에이전트’로 불리는 엘런 네로를 미국 애리조나에서 만났다. 이메일과 전화보단 그와 직접 얼굴을 맞대는 게 한국야구에 지대한 영향을 준 ‘노병’에 대한 예의라 생각한 까닭이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입단한 강정호(사진=피츠버그)
 
안녕하세요. 앨런 네로 씨. 한국 야구팬 중에서 네로 씨를 아는 분이 꽤 많습니다. 추신수의 전(前) 에이전트인 데다 최근 강정호의 에이전트로서 비공개 경쟁입찰(포스팅 시스템)과 피츠버그와의 계약을 도와줬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미국에서 뵙게 돼 반갑습니다.
 
(환한 표정으로) 나도 반가우이. 집은 뉴욕 쪽이네만, 겨울마다 따뜻한 애리조나에 머물고 있네. 방금 ‘추신수의 전(前) 에이전트’라고 했는데. 사실이야. 나보다 똑똑한 사람을 찾아 떠나갔으니(웃음).
 
정확히 지난해 이맘때였습니다. 애리조나 넥센 스프링캠프가 열리자마자 옥타곤에서 ‘강정호 세일즈’에 나섰던 게 기억납니다. 당시 넥센 캠프에 몰려온 MLB 스카우트가 꽤 많았는데요. 한 비중 있는 MLB 구단 코디네이터분이 그러더군요. “옥타곤에서 잊을 만하면 자기 구단 단장에게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을 보내 ‘강정호를 보러 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그래서 단장의 명령으로 다른 아시아 선수보다 훨씬 많이 강정호의 경기를 직접 봐야했다”고(웃음). 옥타곤과 네로 씨가 강정호 세일즈에 이토록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이 뭐였는지 궁금합니다.
 
애초부터 우린 강정호의 미국 진출을 자신했네. 뛰어난 선수였으니까. (강)정호가 미국 진출을 위해 에이전트를 물색했을 때 우리가 나선 것도 그런 자신감 때문이었어. 정호가 빅리그에서 잘했을 때 그가 한국야구에 미칠 순영향도 고려했지. 그래 정호를 처음 봤을 때 마음속으로 ‘이 친구가 반드시 MLB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다짐했네(웃음).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강정호를 홍보했는지 궁금합니다.
 
MLB 30개 구단 사장, 단장 모두가 내 친구들이네. 주기적으로 그들에게 ‘강정호가 어떤 선수인지, 만약 당신 팀이 강정호를 데려간다면 어떤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 등을 자세히 설명했네. 직접 만나기도, 혹은 전화로 그도 아니면 이메일을 보냈지(웃음).
 
MLB 구단들에 강정호를 어떤 선수라고 소개하셨나요?
 
우선 2014시즌 KBO리그에서 40홈런을 친 파워풀한 타자란 걸 집중적으로 알렸어. 여기다 높은 타율, 타점 등을 거론하며 타격 정확성과 득점 생산력 역시 대단한 선수라고 홍보했네. 그가 얼마나 꾸준한 활약을 펼쳤는지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해 알렸지. 수비에선 유격수, 2루수가 모두 가능한 ‘유틸리티맨’이란 걸 집중 강조했어. 이게 나름 효과를 발휘했지(웃음).
 
지난해 12월 포스팅시스템에서 피츠버그가 500만 달러를 베팅하며 강정호와의 우선 협상권을 가져갔습니다. 당시 500만 달러를 ‘예상보다 높은 금액’이라고 평가한 이가 많았습니다. 네로 씨 생각은 어땠나요?
 
난 매우 적당하고, 합리적인 금액이었다고 생각했네. 그 금액이 나올 수 있던 건 옥타곤이 30개 구단에 주기적으로 자료를 뿌리고, 정호의 가치를 알리는 데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었네. 특히나 우리와 파트너십 관계를 맺은 넥센이 적극 협력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어. 그들은 자기 구단이 손에 쥘 포스팅 금액보다 정호 가치를 더 올리는 데 집중했어. 그래야 정호가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한 걸세. 이건 정말 사실이야.
 
포스팅액도 포스팅액이지만, 강정호의 4년 1천600만 달러 계약을 높게 평가하는 야구인이 많습니다. 포스팅액 때처럼 강정호의 계약 규모가 ‘적당하고, 합리적인 계약이었다’고 보십니까.
 
(답답한 표정으로) 포스팅은 선수, 에이전트에겐 대단히 불리한 시스템이네. 최고 입찰액을 써낸 1개 구단과만 입단 협상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지. 그럼에도 4년 1천600만 달러에 계약했다는 건 선수와 에이전트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하네.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포스팅 때와 비슷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군.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세부 계약을 살펴보면 알려진 것보다 좀 더 알찬 계약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걸세.
 
세부 계약이라, 4년 1천600만 달러 말고 다른 옵션이라도 있는 건가요?
 
인센티브 조항이 따라 있네. 난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조항이었다고 생각하네.
 
옵션의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300만 달러 정도 되네. 인센티브까지 합친다면 4년 1천900만 달러가 되는 셈이군.
 
“강정호, 박찬호처럼 제2의 메이저리그 개척자가 돼야 한다.”
 
강정호의 수비훈련 장면(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강정호가 MLB에 연착륙하려면 어떤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적응일세.
 
적응이요?
 
그렇지. 미국야구, 미국문화에 적응만 잘한다면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칠걸세. 강정호의 KBO리그 시절을 참고한다면 그 친구는 미국야구에서도 분명 빨리 적응할 거야. 영리하고, 매사 노력하는 친구니까.
 
옥타곤엔 많은 야구전문가가 있습니다. 그들이 예상하는 강정호의 빅리그 데뷔 시즌 성적, 어떻습니까.
 
(신중한 표정으로) 글쎄. 역시 적응 여부가 관건이 아닐까 싶네. 지난 시즌 기록한 40홈런이 올 시즌 20홈런으로 줄 수도 있을 거야. 중요한 건 설령 그렇다손 쳐도 강정호는 해가 갈수록 더 강해질 게 분명하다는 걸세.
 
수비는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과거 MLB에서 활약한 일본인 유격수 가운데 상당수가 수비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는데요. 그 선수들 가운데 절대다수가 일본에서 뛸 당시 인조잔디 홈구장을 사용했던 이들입니다. 강정호 역시 인조잔디 홈구장인 목동구장을 오랫동안 사용한 터라, 수비에서 우려를 나타내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 물론 저는 지금껏 지켜본 강정호라면 발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고 봅니다만.
 
일단 실전을 치러봐야 알 것 같네. 천연잔디가 인조잔디보다 불규칙 바운드는 많겠지만, 타구 속도는 느릴 걸세. MLB 타자들의 빠른 타구 속도를 고려할 때 되레 천연잔디가 유리할 수도 있다는 뜻이지. 일본인 유격수들의 거듭된 실패는 실력 외적인 문제, 역시 적응 문제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군.
 
강정호에 이어 지금은 박병호의 미국 진출 여부가 큰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많은 야구전문가는 “파워는 박병호가 강정호보다 앞서나 그의 수비 포지션이 1루수인 게 문제”라는 반응인데요. 사실 빅리그엔 파워 넘치는 유격수는 부족해도 1루수는 많은 편입니다.
 
(고갤 끄덕이며) 자네 말이 맞아. MLB엔 파워 넘치는 1루수가 꽤 많네. 거기다 파워와 정확성을 동시에 갖춘 왼손 1루수도 많지. 그걸 고려한다면 병호의 빅리그 진출 노력이야말로 ‘진정한 도전’이라 부를 수 있을 걸세. (빙그레 웃으며) 그렇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할 필욘 없네. 병호는 강정호처럼 수비로 인해 의문에 휩싸이는 일은 없을 테니까.
 
무슨 뜻이신지요?
 
1루수에게 수비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네. (강한 어조로) 그건 절대 아니야. 다만, 선수 평가 시 유격수보단 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는 뜻이지. 실제로 미국에선 외야수를 보다가 1루수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거든. 1루 수비에 능하지 못한 선수도 많다는 의미일세.
 
그렇다면 박병호의 미국 진출, 어디에 달렸다고 보십니까.
 
박병호의 파워는 미국에서도 알 사람은 다 안다네. 강정호에게 부담을 주려는 건 아니지만, 정말 정호의 활약이 중요하네. 올해 정호가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에 오지 않고 2017년까지 KBO리그에 뛰면서 2년 연속 40홈런 이상을 기록했어도 여전히 MLB 구단 스카우트는 ‘과연 강정호가 미국에서도 40홈런을 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지우지 않았을 걸세. 만약 강정호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준다면.
 
해준다면요?
 
(담담한 표정으로) 박병호에 대한 의문과 우려도 어느 정도 불식될 것으로 보네.
 
언뜻 강정호가 ‘제2의 박찬호’가 돼야 한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정확하네. 과거 이치로의 경우를 보자고. 이치로가 미국행을 선언했을 때 빅리그 스카우트들은 죄다 “저 정도 실력으론 도저히 MLB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네. 하지만, 현실은 어땠나? 이치로는 일본에서보다 미국에서 더 큰 성공을 거뒀네. 파급효과도 대단했지. 이치로의 성공 이후 마쓰이 히데키 등 일본 야수들의 미국 진출이 줄을 이었으니까. 정호에게 부담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정호는 책임감이 막중한 개척자일세.
 
음.
 
강정호가 잘하면 박병호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야수들도 미국 무대를 밟을 기회가 생길걸세. 20여 년 전 (박)찬호를 기억하면 되네. 찬호가 열어놓은 문을 통해 많은 한국인 투수가 미국 무대를 밟지 않았나. (빙그레 웃으며) 일전 정호한테 농담 식으로 이렇게 말했네.
 
뭐라고요?
 
“이봐 정호. 너 때문에 한국 야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온다면 그 친구들의 몸값에서 몇 퍼센트를 수수료로 받으라”고 말이야(웃음).
 
‘인간의 얼굴을 한 에이전트’ 엘런 네로


엘런 네로(사진 좌로부터)가 랜디 존슨(사진 가운데)와 함께 기념촬영하는 장면(사진=옥타곤)
 
네로 씨를 잘 아는 많은 한국·미국 야구인이 그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네로 씨는 ‘인간의 얼굴을 한’ 매우 인간적인 에이전트”라고요. “내가 현역에서 은퇴한 후에도 영원한 친구이자 아버지로 지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요. 어째서 그런 호의적인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하십니까.
 
다른 에이전트를 깎아내리거나 비난할 마음은 전혀 없네. 진심일세. 다만, 에이전트 가운데 극히 일부는 나와 다른 직업관을 갖고 있어.
 
어떤 직업관입니까.
 
그들은 이름값 높은 선수는 최고의 고객으로 모시지만, 그보다 이름값이 떨어지는 선수에겐 별다른 지원을 해주지 않네. 반면 난 지금껏 이름값, 연봉에 따라 선수를 차별 대우하지 않으려 노력했어. 이름값, 연봉보단 가장 날 필요로 하는 파트너(선수)에게 먼저 달려갔지. 그래서 대형 계약을 놓친 적이 있을진 몰라도 한 번 인연을 맺은 선수완 등을 돌린 적이 거의 없다네.
 
지난해 펠릭스 에르난데스와 시애틀이 체결한 계약은 그야말로 초대형 계약이었습니다. 7년간 1억 7천5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1천908억원)를 받는 엄청난 조건이었습니다.
 
사실 그게 어떻게 됐느냐 하면.
 
네.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펠릭스는 1년만 더 뛰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을 수 있었네. 하지만, 그는 계속 시애틀에서 뛰고 싶어 했어. 그래서 시애틀과 남은 계약기간 2년에 새롭게 5년을 더해 7년 계약 연장에 사인했지. 만약 펠릭스를 설득해 다른 구단과 계약하게 했다면 우린 더 큰돈을 손에 쥘 수 있었을 걸세. 하지만, 난 선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싶었고, 선수가 원하는 곳에서 편하게 뛰게 하는 것이야말로 내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 그 생각엔 지금도 변함이 없네(웃음)
 
네로 씨의 고객인 펠릭스 에르난데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듣고 나니 네로 씨는 계약업무 또는 연봉협상을 대신해주는 기본적인 에이전트로서의 업무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선수 케어를 해준다는 느낌인데요. 제 느낌이 맞습니까?
 
자네 말이 맞네. 내가 속한 옥타곤은 ‘풀 서비스’를 하고 있어. 장비나 세금 문제 등 사소한 문제일 수 있는 것도 모두 우리가 해결해주려 노력하고 있네. 왠지 아나?
 
글쎄요.
 
돈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야.
 
돈이 전부는 아니다?
 
누구를 ‘딱’ 꼬집어 이야기하는 건 아니지만, 어떤 에이전트는 선수-구단간 계약이 끝나면 그 순간 ‘나 몰라라’하고 뒤로 빠진다네. 왜냐? 수수료를 다 챙겼으니까. 난 처음 에이전트를 할 때부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네. 그런 관행과는 거꾸로 가고 싶었어. 이제 정호도 해당하겠지만, 나와 옥타곤의 목표는 선수가 이루고자 하는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대한 서포트해주는 것일세. 덧붙인다면 자네도 들은 적이 있겠지만, ‘요람에서 무덤까지’란 구호를 프로스포츠 비즈니스에서도 현실화하고 싶네. 그래서 지금도 우리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게 은퇴 선수 서비스야. 내가 지금도 은퇴한 랜디 존슨의 에이전트 업무를 보는 것도 그 때문일세.
 
혹시 에이전트 생활을 하시면서 가슴 아픈 일이 있었습니까. 추신수와의 이별 때 무척 힘들어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만.
 
(추)신수와 난 가족이었네. 비즈니스를 떠나 사적으로 굉장히 가까웠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난 신수를 친아들과 똑같이 대했어. 이전에도 선수와 헤어지고, 다른 에이전트에게 내 고객을 빼앗기기도 했네만, 그때마다 ‘다 이유가 있겠지’하고 담담하게 넘어갔네. 그런데…(갑자기 눈물을 글썽이며) 신수가 다른 에이전트(보라스)에게 간다고 했을 때…(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너무 슬퍼서…차에서 울었다네. 신수는 정말 내겐…(눈물이 가득한 표정으로) 선수 이상으로 특별한 사람이었다네.
 
에이전트는 주연을 빛나게 하는 조연이 아니라 주연의 그림자


엘렌 네로(사진 좌쪽에서 두번째)는 '인간의 얼굴을 한 에이전트'가 되려고 한다. 일흔을 바라보는 그는 물질의 욕심보단 자신같은 선수들이 더 행복하게 야구하는 걸 가장 낙이자 보람으로 여긴다(사진=엘런 네로)
 
네로 씨는 한국 프로야구가 외국인 선수 제도를 시행했을 때 결정적 도움을 주신 분으로 잘 알려졌습니다. KBO리그에 많은 외국인 선수를 소개해주시기도 했는데요. 요즘도 한국에 자주 오시는지 궁금합니다.
 
요즘도 1년에 한두 번은 한국에 오네. 주로 구단 관계자들을 만나는데 우리 회사 소속 선수들이 불편한 게 없는지 살피는 것도 내 주요 업무일세.
 
올 시즌 KBO리그에서 뛰는 옥타곤 소속 외국인 선수가 몇 명이나 됩니까.
 
지난 시즌엔 6명, 올 시즌은 4명이네. 현재 스프링캠프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는 모건, 스나이더, 마야, 피가로가 옥타곤 가족이네. 아, 류제국도 옥타곤 멤버일세. (아버지 같은 표정을 지으며) 제국은 내가 정말 아끼는 선수일세. 사적으로 굉장히 친하고, 가족과도 가깝지. 제국이 선수생활을 최대한 오래 했으면 하네. 그게 내 소망이지. 이제 강정호도 우리 가족이 됐네. 만약 박병호가 우리 고객이 된다면 그와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진심일세.
 
KBO리그에서도 이른 시일 안에 에이전트 제도가 시행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변 여건이 조금씩 성숙하고 있고, 이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도 있기 때문인데요. 에이전트 제도를 시행한다면 옥타곤도 한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신지요?
 
이미 한국에 진출한 상태네. 한국 지사에 훌륭한 책임자(한재웅)가 있고, 그 친구가 강정호를 미국 진출로 이끄는데 큰 활약을 해줬어. KBO리그에서 에이전트 비즈니스가 정식 허용된다면 지금처럼 외국인 선수를 보내는 일에만 열중하진 않을 걸세. 한국 선수들도 야구에만 전념하도록 풀 서비스를 해주고 싶네.
 
에이전트 경력 38년의 베테랑으로서 미래 에이전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에이전트의 정의를 내리기보단 철학을 이야기하고 싶네. 앞에서도 말했지만, 에이전트는 선수들에게 풀서비스를 해줘 그들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일세. 주연을 더 빛나게 해주는 조연이 아니라 주연의 그림자, 그게 바로 에이전트네.

정말 마지막 질문입니다. 만약 '명예의 전당'에 에이전트로 이름을 올린다면 자신의 명패에 어떤 글귀를 적고 싶습니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글쎄. 아주 심오하고도 어려운 질문이군. (슬쩍 웃으며) 나도 랜디 존슨에게 자네가 내게 던진 질문과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네. "이봐, 랜디. 자네 명예의 전당 명패에 도대체 뭐라고 적을 텐가?"하고 말이야.

랜디 존슨은 뭐라고 답하던가요?

아직도 고민 중이라네(웃음). (혼잣말로) 아, 뭐라고 적을까.

만약 제가 당신 명패에 글귀를 대신 적는다면 이렇게 적을 겁니다.

어떻게 말인가?

'여기 모든 선수의 아버지이길 바랐던 최고의 에이전트가 잠들다'라고요.

(입가에 조용한 미소를 지으며) 음. 고마우이, 고마워. 그래 누구나 살면서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영향을 줄 기회가 있을 걸세. 난 영광스럽게 그 기회가 자주 주어졌어. 그리고 그걸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했지. 돌아보면 말이네. (나지막한 목소리로) 정작 삶이 변화한 건 나였다네. 내가 그들의 도움을 받은 걸세. 그런 의미에서 난 최고의 행운아였어(웃음).


 
 
 

2015년 1월 20일 화요일

[스토리 베이스볼] ‘빅리거’ 강정호, 그의 힘은 시련에 있었다

출처: http://sports.donga.com/3/all/20150119/69171528/3
2015-01-20
이경호 기자


강정호. 스포츠동아DB

지석훈·차화준에 가렸던 데뷔 시절
얼굴뼈 부상·중심타자 변신 슬럼프…
잇단 시련 속 매해 겨울 묵묵히 훈련
ML직행 한국프로야구 야수 1호 결실 
한국프로야구 출신 야수로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된 강정호(피치버그·28). 그는 이제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에서 조디 머서, 조시 해리슨, 닐 워커 등과 내야 주전경쟁을 앞두고 있다. 지금은 메이저리거로 비상을 준비하고 있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시련과 경쟁은 강정호를 키운 자양분이었다. 강정호의 그때 그 시절을 아시나요?

● 지석훈 차화준 강정호…신인 드래프트서 유격수에 집착했던 현대
넥센의 전신인 현대는 2003년 신인 드래프트부터 1차 지명을 하지 못했다. 서울 연고지 이전 보상금을 내지 못해 수원구장에 주저앉았고 서울 출신 신인도 1차 지명에서 뽑지 못했다. 그해 현대는 모기업 현대그룹이 대북사업 실패 등으로 흔들리며 2003년 시즌 후 FA(프리에이전트)가 된 심정수와 박진만을 잡지 못하는 아픔까지 겹쳤다. 

심정수의 빈 자리는 거포 외국인타자가 대신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정상급 수비 실력을 갖춘 유격수는 답을 찾기 어려웠다. 현대는 과감히 2003∼2006년까지 4년 동안 3년이나 2차 지명 1라운드에서 유격수를 뽑았다. 구단이 그해 선택할 수 있는 첫 번째 신인을 4년 동안 3번이나 유격수로 택했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 프로야구를 지배했던 현대는 그만큼 수비의 핵 유격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2003년 드래프트 첫 주자는 휘문고 출신 지석훈이었다. 계약금만 2억5000만원을 줬다. 당시 1차 지명 주인공들은 두산 노경은, SK 송은범, LG 박경수 등이다. 1차 지명을 포함해 전체 13번째로 뽑힌 지석훈은 고교 3학년 때 대통령배에서 홈런왕과 황금사자기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최고의 유망주였다. 

2003년 시즌을 끝으로 박진만의 이적이 현실이 되자 현대는 2004년 열린 2005드래프트에서 다시 자신들의 첫 번째 카드를 경주고 출신 유격수 차화준을 지명하는데 썼다. 전체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뽑힌 차화준은 박병호, 최정, 오승환, 정근우 등과 입단 동기다. 

● 유격수가 넘쳐나는 현대 팜에서 살아남은 강정호 
2006년 신인 드래프트. 현대는 2차 1라운드에서 또 다시 전천후 내야수 광주일고 강정호를 뽑았다. 이미 지석훈과 차화준이라는 유망주가 팜에 있었지만 3라운드에서 경기고 유격수 황재균까지 뽑으며 포스트 박진만 찾기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강정호는 고교시절 당시 롯데가 류현진보다 앞서 지명한 나승현과 함께 광주일고를 이끌며 전국구 고교 스타로 주목받았다. 청소년대표로 활약했고 포수와 투수로도 가능성을 보이며 각 팀이 군침을 흘렸다. 그러나 고향 팀 KIA는 155km를 던지는 동성고 투수 한기주를 1차 지명에서 놓칠 수 없었다. 2차 1라운드는 강정호를 제외하고 모두 투수였다. 당시 지명 동기들이 류현진, 손영민, 차우찬 등이다. 

큰 기대 속 현대에 입단했지만 역시 고교시절 스타였던 지석훈, 차화준의 벽은 높았다. 2006년 강정호는 데뷔 첫해 1군에서 단 10경기만 뛸 수 있었다. 2007년에는 스프링캠프에서 지석훈에게 토스 배팅 훈련을 돕다 배트에 맞아 얼굴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해 20경기 출장에 그쳤다. 

● 기울어가는 팀, 마스크까지 썼던 ML직행 한국프로야구 야수 1호
2008년 시즌을 앞두고 현대는 결국 팀을 포기했다. 고교시절 장밋빛 미래가 가득했던 강정호는 20대 초반 나이에 동료, 선후배들과 큰 시련을 겪었다. 그 해 이광환 감독은 강정호를 포수로 기용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찾기도 했다. 큰 위안은 다양한 포지션에서 116경기에 출전, 8개의 홈런을 날리며 장타력을 인정받은 점이었다. 

2009년 다시 팀 사령탑에 오른 김시진 감독은 강정호를 주전 유격수로 낙점했다. 친한 동기생이자 라이벌이었던 황재균을 3루로 옮겨 교통정리를 했다. 시즌 초반 1할 타율에 허덕였고 8월 15일에야 첫 도루를 신고하는 등 풀타임 주전 유격수로 출발은 녹록치 않았다. 그러나 그 해 23개의 홈런을 치며 메이저리그 진출의 초석을 놨다. 당시 사령탑을 맡았던 김시진 전 감독은 “나는 팀을 언제 떠날지 모르지만 강정호는 10년 동안 팀의 유격수 자리를 책임질 수 있는 선수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매일 경기에 나가는 것 자체가 행복할 뿐이다”고 말했다. 2010년과 2011년 중심타자로 변신한 후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질 때가 많았지만 매해 겨울 장타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근력운동을 포기하지 않으며 거포 유격수를 완성했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 위기(2013년 3월 대만전)에서도 “큰 점수차로 이겨야 하니까 꼭 홈런을 치겠다”고 다짐했고 결국 그 약속을 지켜낸 담대함 그리고 신인 때부터 큰 시련과 경쟁을 이긴 경험은 강정호가 갖고 있는 큰 힘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2015년 1월 19일 월요일

강정호 계약 막전막후 시리즈

출처:
http://isplus.joins.com/article/259/16959259.html?ctg=
http://isplus.joins.com/article/044/16963044.html?cloc=
http://isplus.joins.com/article/382/16975382.html?ctg=
2015.01.18 / 2015.01.19 / 2015.01.20
서지영 기자


[강정호 계약 막전막후 시리즈①] 버선발로 달려온 헌팅턴 단장




"웰컴, 정호!"

닐 헌팅턴(46) 피츠버그 단장은 뜨겁게 환영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최초의 야수인 강정호(28)의 2015시즌도 밝기만 하다.

피츠버그 구단은 지난 17일(한국시간) 강정호와 계약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계약 총액은 총 기간 4+1년에 1650만 달러(약 177억원)다. 강정호는 4년 간 1100만 달러를 보장받는다. 연평균으로 보면 275만 달러다. 2019년 구단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바이아웃) 100만 달러를 받고, 구단의 옵션 행사로 피츠버그에 남을 경우 550만 달러를 받는 조건이다. 강정호는 "몹시 설렌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추운 날씨 속에 보낸 3박4일 간의 빡빡한 일정이었으나 강정호의 마음은 내내 훈훈했다. 무엇보다 피츠버그 측의 진심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계약을 처음부터 곁에서 지켜본 관계자는 "강정호 선수가 피츠버그 구단과 단장의 따뜻한 환영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특히 헌팅턴 단장께서는 도착 후 피지컬 테스트를 받자마자 숙소로 직접 달려왔다"고 전했다.

피지컬 테스트를 받은 15일 저녁. 호텔 로비에 도착한 헌팅턴 단장은 강정호를 보자마자 곧바로 달려갔다. 헌팅턴 단장은 합리적이고 '스마트'한 경영을 한다고 평가받는다. 구단 운영 실권을 쥔 젊은 단장은 자신이 선택한 선수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보고 싶어하는 듯했다. 이 관계자는 "단장께서 강정호를 보고 얼굴 가득 밝은 미소를 짓더라. 손을 내미면서 '웰컴'이라고 첫 인사를 했다. 한눈에도 굉장히 만족하고 흡족해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헌팅턴 단장은 강정호의 눈을 보며 "피츠버그에 온 걸 환영한다. 미래가 정말 기대된다"며 시종 기뻐했다.

단장의 관심은 구단 사무실에서 이뤄진 계약 당일에도 한결같았다. 아무래도 협상장은 분위기가 딱딱하게 마련이다. 계약기간과 총액은 물론, 예민한 세부 옵션 조항까지 '밀당'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King Kang'의 협상은 달랐다. 시종 덕담이 주로 오갔다고 한다. 특히 헌팅턴 단장은 "시차가 바뀌었는데 적응은 할 만 한가. 몸 컨디션은 좀 어떤가. 홈 구장인 PNC 파크는 어떻게 봤는가. 피츠버그 분위기는 어떤가"라며 작은 부분까지 살뜰하게 묻고 챙겼다.

구단 고위 관계자들도 한마음이었다. 강정호가 사무실에 등장하자 각 부서별 실무자들이 나와 "반갑다. 환영한다"며 악수를 청했다. 피츠버그 구단 전체가 강정호의 영입을 공유하고 추진한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한 관계자는 "강정호 선수가 '단장님과 피츠버그 관계자 모두 좋은 사람들같다'며 감사하더라. 무엇보다 단장의 인간적인 모습에 감동받았다. 외국에서 온 선수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세세한 것을 일일이 살폈다"고 전했다.

벌써 강정호를 보호하고 나섰다. 강정호는 지난 14일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피츠버그 주전 유격수인 머서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미국 매체는 "정치적으로 옳게 이해될 말은 아니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헌팅턴 단장은 "통역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으리라 본다. 메이저리그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다"며 동료를 무시했다는 시선에 대해 선을 긋기도 했다. 계약 직후에는 현지 매체를 통해 "마이너리그 행은 지금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기대했다.

이 관계자는 "단장께서 모든 면에서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빠른 적응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뭐든 말하라고 했다. 긍정적인 인사와 기대를 보여줘 '팀에 반드시 도움이 되겠다'던 강정호의 의지도 더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강정호 계약 막전막후 시리즈②] '구단 주치의도 감탄한 몸'




구단 주치의도 반했다. 어느 메이저리거와 비교해도 건강과 몸 상태가 월등하다.

피츠버그 구단은 지난 17일(한국시간) 강정호(28)와 계약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계약 총액은 총 기간 4+1년에 최대 1650만 달러(약 177억원)이다. 강정호는 4년 간 1100만 달러를 보장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평균으로 보면 275만 달러다. 2019년에는 구단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바이아웃) 100만 달러를 받고, 구단의 옵션 행사로 피츠버그에 남을 경우 550만 달러를 더 받는 조건이다. 피츠버그는 'King Kang'을 영입하기 위해 이미 포스팅 비용 500만2015달러(약 54억원)를 썼다.

완벽한 몸을 가진 선수를 제대로 뽑았다. 지난 14일 미국으로 출국한 강정호는 이튿날 피츠버그 구단을 주로 맡는 병원에서 메디컬 체크를 받았다. 비싼 몸값의 선수인 만큼 긴 시간 동안 꼼꼼하게 검진이 이뤄졌다고 한다. X-ray와 MRI, 채혈까지 병원에서 체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흠잡을 곳이 없었다. 구단 주치의는 내내 "대단하다"는 감탄사를 연발했다고 한다. 메디컬 체크에 동행한 관계자는 "의사들이 강정호의 상태를 보고 깜짝 놀라더라. 구단 주치의는 '정말 9년 동안 프로 생활을 한 선수의 몸이 맞는가. 다친 곳도 없고 깨끗하다'며 감탄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귀띔했다. 내로라 하는 메이저리거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의사들은 "이곳에도 이렇게 건강한 신체를 가진 프로선수가 드물다. 좀처럼 보기 어렵다"며 강정호의 몸 관리 능력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당연한 결과였다. 강정호는 넥센에서도 가장 건강한 선수로 꼽힌다. 이지풍 넥센 트레이닝 코치는 "매년 건강검진을 하고 있고, 수년간 강정호를 지켜봤다. 그간 아팠던 적이 없다. 검진 결과도 늘 상위 등급이다. 부상 경력도 없다. 만약 메디컬 체크에서 문제가 있다면 그건 의료진의 문제일 것이다"고 말했다. 강정호의 아버지 강성수씨도 "다른 건 몰라도 건강 하나는 자신한다. 어릴 때부터 몸에 칼 댄 곳이 한 곳도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강정호의 계약 사실과 함께 흠 잡을 곳 없는 피지컬 테스트 결과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강정호가 메디컬 체크를 원만하게 받기 위해 한국에서부터 관리를 잘 해왔다"고 설명했다.




[강정호 계약 막전막후 시리즈③] “계약하자마자 넥센 캠프로 출발”



피츠버그 파이리츠가 구단 공식 페이스북에 “Get to know Jung Ho.(정호와 친해져보자)”라는 문구와 함께 게시한 강정호 관련 이미지.

계약과 동시에 친정팀 스프링캠프로 떠났다. '킹 강(King Kang)'의 뜨거운 겨울은 이제 시작이다.

강정호는 지난 17일(한국시간) 피츠버그와 4+1년간 1650만 달러(약 177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피츠버그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에서 강정호를 잡기 위해 이미 응찰액 500만2015달러(약 54억원)를 썼다. 닐 헌팅턴(46) 피츠버그 단장과 구단 고위 관계자들의 진심어린 환영을 받은 강정호는 "기쁘다. 앞으로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곧바로 실천했다. 강정호는 계약을 한 당일 짐을 챙겨 넥센의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로 출발했다. 아직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훈련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고 싶은 생각이 강했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직행에 성공한 야수라는 타이틀이나 수백억 원 대 몸값에 들 뜰 새가 없었다. 계약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강정호 선수가 계약을 맺자마자 지체 없이 바로 애리조나로 향했다. 넥센의 훈련 일정을 빠짐 없이 소화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강정호는 계약 당일 넥센의 스프링캠프 장소인 미국 애리조나로 출발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애리조나에서 열린 넥센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중인 강정호.IS포토

넥센 선수단은 지난 16일 저녁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사실상 강정호와 거의 같은 타이밍에 애리조나에 도착한 셈이다. 강정호는 전형적인 노력파다. 그는 "나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재능이 뛰어난 천재라기보다 노력파에 가깝다"고 말했다. 지난 비시즌 바쁜 시상식 일정에 시달릴 때는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짧은 한숨을 삼켰다. 넥센 구단의 한 관계자는 "강정호가 겨우내 일주일에 4~5번가량 구장을 찾아 훈련을 소화했다"고 귀띔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쉴 틈이 없다. 강정호는 앞으로 피츠버그 유격수 조디 머서와 경쟁한다. 머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수비 범위가 넓은 선수로 통한다. MLB.com은 "머서는 2014년 최소 300차례 이상 1루에 송구한 유격수 13명 중 단 하나의 실책도 저지르지 않은 선수다. 강정호와 머서의 경쟁은 수비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강정호는 자신의 수비 범위에 대한 우려를 강한 어깨로 덮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강정호는 친정팀과 전지훈련을 한 뒤 2월 중순부터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에서 열리는 피츠버그 스프링캠프에 합류한다. 한 관계자는 "일주일 정도 빨리 플로리다로 이동할 듯 싶다. 강정호가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정말 착실하고 자기 관리가 확실한 선수다"고 설명했다.

서지영 기자 saltdoll@joongang.co.kr
사진=IS포토, 피츠버그 파이리츠 구단 공식 페이스북



[인터뷰] ML 스카우트가 말하는 강정호 그리고 한국야구

출처: http://www.xportsnews.com/?ac=article_view&entry_id=544106
2015.01.19
엑스포츠뉴스=조희찬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희찬 기자] 또 한명의 '코리안 특급'이 탄생했다. 강정호(28)가 해적선에 탑승하면서 메이저리그 내 '메이드 인 코리아' 열풍이 다시 뜨거워질지 궁금하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각) 강정호에게 역대 아시아 야수 계약 총액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을 안겨주며 입단 사실을 공식화했다. 계약 세부사항은 옵션 포함 4+1 계약 기간에 4년 보장 금액 1100만달러(약118억원)로 알려졌다.

강정호가 빅리그 진출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메이저리그 내 아시아, 그중에서도 한국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다시 증명됐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강정호의 활약에 대한 현지의 기대치와 한국 선수들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질문해봤다.

익명을 요구한 이 스카우트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유명 구단에서 국제 스카우트를 담당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굳이 익명을 요구하는 이유는?

이름과 소속을 얘기하면 냉정한 발언을 하기 어렵다. 강정호가 이제 막 빅리그에 발을 들여놓은 상태고, 현재 한국에서 메이저리그 발 소식에 민감한 것으로 안다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한국의 야구 선수들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알려진 대로 류현진의 빅리그 활약은 메이저리그 전체에 한국 선수에 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것이 사실이나 그건 어디까지나 투수 쪽이다. 야수 직행 선수는 강정호가 처음이기 때문에 그의 활약 여부가 앞으로 한국 야수들에 대한 기대치를 결정지을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선수들의 국적이 영입에도 영향을 미치나.

사실 국적은 알려진 것만큼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는 구단별로 선수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매우 잘 갖춰져 있다. 만약 한 선수가 쿠바 출신이라고 해서 가산점을 받지는 않는다. 물론 좋은 선수가 많기로 유명한 국가 출신이라면 초반 흥미를 끌 수는 있다. 하지만 최종 결정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재능있어 보이는 유망주가 나타났다고 가정했을 때 그 선수의 국적은 스카우트들이 직접 보러 출장을 갈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 같은 선택에만 영향을 끼친다. 그래도 결국 메이저리그는 뛰어난 선수를 어떻게든 알아보고 데려온다. 설사 그 선수가 아프리카 사막 한가운데서 공을 던지고 있어도 데리고 올 수 있다. 30개 구단 레이더망 안에 무조건 잡힌다.



강정호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전반적인 평가는?

한국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첫 야수라는 상징성이 있다. 기존 일본 유격수들이 실패했기 때문에(나카지마 히로유키를 예로 들며) 우려는 있지만, 앞서 말했듯 전례와 국적은 참고용일 뿐이다. 강정호가 가치가 있기 때문에 피츠버그가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내가 관계자들에게 들은 바로는, 피츠버그가 기대하는 강정호의 수비 능력은 평균치다. 결국은 공격력이다. 피츠버그는 강정호의 수비력보다 공격력을 높이 사 영입을 시도한 것으로 안다.

개인적으로는 강정호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스카우팅리포트는 2~8점의 점수로 선수의 점수를 매긴다. 그중 '5툴'(컨택, 파워, 수비, 송구, 주루)을 중점으로 보고 평균이면 5점을 부여한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강정호에게 컨택 4점, 파워 5점, 수비 5점, 송구 6점을 주고 싶다. 스피드는 정확히 초를 재봐야 하기 때문에 평가하기 어렵다. 모든 능력을 합하면 정확히 평균이다.

나는 강정호를 '메이저리그 평균 선수'로 평가한다. 하지만 송구 능력이 좋아서 메이저리그 구장의 잔디와 타구 속도에 적응한다면 더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

파워면에서 5점을 받으면 한 시즌 동안 빅리그에서 약 15개의 홈런을 예상하는데, 강정호가 그 범위 내 홈런 개수를 기록하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 애리조나와 계약한 쿠바 출신 야스마니 토마스가 약 7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강정호가 현재 피츠버그 주전 유격수인 조디 머서를 밀어낼 확률도 있다고 보나.

있긴 있다. 하지만 희박하다. 머서의 플레이를 봐서 알겠지만 지난 시즌 수준급의 수비를 보여줬다. 현재 수비만 놓고 봤을 때 머서가 강정호보다 확실히 한 수 위다. 또한 유격수가 궁한 리그 상황에 비춰 보면, 피츠버그는 머서의 타격 성적에도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결국은 스프링캠프에서 눈에 확실히 띄는 것이 중요하다. 스프링캠프의 활약 여부에 따라 낮은 확률이긴 하지만 주전으로 시즌을 시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뛰어난 활약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전망을 예상해달라.

지금 메이저리그가 가장 눈여겨보는 선수로는 일본에서 활약 중인 오승환이 있다. 메이저리그는 불펜이나 마무리 투수를 볼 때 확실한 2개의 구종이 있는지 없는지를 본다. 확실한 직구와 슬라이더를 가진 오승환은 최소 불펜 투수로 성공할 수 있다. 리그의 전반적인 평가도 그렇다. 그래서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해도 마무리 투수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 직구와 슬라이더 외 다른 구종도 던질 수 있는 것으로 알지만, 오승환이 진출한다면 구단은 확실한 직구와 슬라이더만 던지라고 요구할 것이다.

또한 얼마 전 양키스에 입단한 박효준도 가능성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본다고 들었다. 수비가 워낙 좋아 양키스에서 주전급으로 생각하고 육성한다고 알려졌다. 물론 아직 보여준 것이 없는 신인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활약이 중요하다.

그 외에 지금 당장 한국에서 미국으로 직행할 선수는 냉정히 말해 몇 없다. 그나마 양현종과 김광현이 근접했지만, 평균치 정도다. 김광현은 최근 협상을 했었던 샌디에이고가 마무리 투수감으로 생각했었다고 들었다. 양현종도 미국에 왔다면 5선발 정도로 뛰지 않았을까 한다.


조희찬 기자 etwoods@xportsnews.com


[사진=목동구장을 찾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터 (내용과 무관), 강정호 ⓒ 엑스포츠뉴스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