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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박동희(스포츠춘추), 사진: 도현석 작가
기사입력 2012-12-28 12:06
"포스팅금액 처음부터 1천500만 달러에서 2천만 달러 예상했다"
"다저스 포함 5개 구단이 포스팅액 2천만 달러 써냈다"
"다저스의 최초 제안액은 6년에 2천100만 달러"
"마이너리그 옵션 제외는 6년 장기계약에 대한 견제책"
"보라스, 마감 시간 20초 앞두고 600만 달러 베팅했다"
"마쓰자카의 조언 '이틀만 참아라'"
"속구 평균 구속 93마일 자신있다. 서클체인지업이 주무기면, 슬라이더는 필살기"
"입단 첫해부터 타자와의 승부싸움에서 들이댈 것이다"
"시즌 첫해 목표는 2점대 평균자책, 탈삼진 150개, 200이닝 이상 투구"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 저스틴 벌렌더와 맞대결하고 싶다"
"WBC 아쉽지만, 불참한다"
“다저스에서 마이너리그 옵션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수화기 너머 스콧 보라스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다저스 포함 5개 구단이 포스팅액 2천만 달러 써냈다"
"다저스의 최초 제안액은 6년에 2천100만 달러"
"마이너리그 옵션 제외는 6년 장기계약에 대한 견제책"
"보라스, 마감 시간 20초 앞두고 600만 달러 베팅했다"
"마쓰자카의 조언 '이틀만 참아라'"
"속구 평균 구속 93마일 자신있다. 서클체인지업이 주무기면, 슬라이더는 필살기"
"입단 첫해부터 타자와의 승부싸움에서 들이댈 것이다"
"시즌 첫해 목표는 2점대 평균자책, 탈삼진 150개, 200이닝 이상 투구"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 저스틴 벌렌더와 맞대결하고 싶다"
"WBC 아쉽지만, 불참한다"
“다저스에서 마이너리그 옵션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수화기 너머 스콧 보라스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그래요? 음, 다저스에 이렇게 전해주세요. ‘차라리 다저스 유니폼을 안 입으면 안 입었지, 마이너리그 옵션은 반드시 빼야 한다’고요.” 류현진(25)은 단호한 어투로 그렇게 답했다. 그리고선.
“만약 다저스가 계속 마이너리그 옵션을 주장하면 그냥 제 한국행 비행기 표나 끊어주세요. 지금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하고 말했다.
12월 10일 오전 6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선 류현진의 에이전트 보라스와 LA 다저스의 마지막 연봉계약 협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날 오전 7시까지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만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었다. 단 1초만 넘겨도 협상은 무산될 상황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다저스는 2천573만 7천737달러 33센트(약 280억 원)의 천문학적인 비공개 경쟁입찰(포스팅시스템) 금액을 써놓고도 정작 류현진과의 계약에 실패한 ‘양치기 구단’이 되고, 메이저리그 진출이 꿈이었던 류현진은 빈손으로 국내로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양측의 줄다리기는 협상 시한 30분을 남기고도 멈출 줄을 몰랐다. 이날 핵심 쟁점은 마이너리그 옵션이었다.
다저스는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를 구단이 강제로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수 있는 마이너리그 옵션 조항을 넣으려 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다저스의 요구를 완강히 거절하며 되레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었다.
협상 마감 30분을 남기고 보라스는 다저스 측에 류현진의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다저스는 “마이너리그 옵션을 뺀 전례가 거의 없다. 잭 그레인키도 예외는 아니었다”며 류현진의 요구를 일축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가 서로를 향해 달리듯 류현진과 다저스는 일촉즉발 위기로 치달았다. 시간이 흘러 이제 협상 마감 1분이 남았다. 류현진은 보라스의 마지막 전화를 받았다.
“다저스의 입장이 완강하다. 어떻게 하길 바라는가?”
“제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마이너리그 옵션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전해주세요.”
“제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마이너리그 옵션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전해주세요.”
류현진의 최종 입장을 전달받은 보라스는 침착한 목소리로 “OK, 기다려라”하고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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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사진 왼쪽부터)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토미 라소다 전 다저스 감독과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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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6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만난 류현진은 당시를 회상하며 “주변에선 긴장했을지 몰라도 난 정말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축하합니다. 그토록 바랐던 메이저리그 진출 꿈을 이뤘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분이 응원해주셔서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성원해주신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비공개 경쟁입찰에서 무려 2천573만 7천737달러 33센트가 나왔습니다. 원래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습니까.
저는 한화와 약속했던 금액(1천만 달러)만 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한편으론 1천500만 달러에서 2천만 달러 사이에서 결정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최종 액수를 듣고 '아, 한화와 약속을 지켰구나' 싶어서 안도의 한숨이 나오더라고요(웃음). (보라스 측에선 '비공개 경쟁입찰에 참여한 5개 구단 모두 2천만 달러 이상을 쓴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10일 오전 7시가 가깝도록 다저스와의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아 몹시 긴장했던 게 사실입니다. 나중에 듣고 보니 협상 마감 1분을 남겨둔 상태에서도 계약이 완료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비공개 경쟁입찰에서 무려 2천573만 7천737달러 33센트가 나왔습니다. 원래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습니까.
저는 한화와 약속했던 금액(1천만 달러)만 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한편으론 1천500만 달러에서 2천만 달러 사이에서 결정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최종 액수를 듣고 '아, 한화와 약속을 지켰구나' 싶어서 안도의 한숨이 나오더라고요(웃음). (보라스 측에선 '비공개 경쟁입찰에 참여한 5개 구단 모두 2천만 달러 이상을 쓴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10일 오전 7시가 가깝도록 다저스와의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아 몹시 긴장했던 게 사실입니다. 나중에 듣고 보니 협상 마감 1분을 남겨둔 상태에서도 계약이 완료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아시겠지만, 마이너리그 옵션 조항이 문제였어요.
마이너리그 옵션은 구단이 으레 행사하는 것으로 알았기에 ‘이 조항이 어째서 핵심 논란이 됐나’ 의아해하는 분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차분한 표정으로) 다저스엔 선발투수가 많아요. 그리고 협상 과정 중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도 했어요. 사실 다저스가 ‘계약기간 6년 아래로는 계약하지 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애초 원했던 단기계약은 무산됐어요. 그런 상황에서 만약 마이너리그 옵션 조항까지 들어가면 계약기간이 6년을 넘어 길게는 8년까지 갈 수 있었어요. 왜냐? 마이너리그에 내려가 있으면 메이저리그 등록일수에 포함되지 않아 FA 취득기간이 길어질 수 있거든요. 8년 뒤면 제 나이가 서른셋이에요. 그때 FA(자유계약선수)가 되면 나이가 많으니까 당연히 시장에서의 평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보라스에게 “그 조항은 절대 포함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 거예요.
여기서 ‘이상한 소리’는 무엇일까. 협상 과정에서 다저스는 류현진 측에 “우리와 계약하면 많은 이닝을 던지지 않도록 배려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다저스는 “한 시즌 20경기 정도에 선발로 뛰어주면 된다”고 했다. 언뜻 호의로 들리는 소리였지만, 베테랑 보라스와 전승환 이사는 숨은 의도를 간파했다. 만약 한 시즌 20경기에 등판하면 길게는 3달, 14경기 정도를 쉬어야 했다. 이 기간 류현진이 마이너리그에 내려가면 출전등록일수에서도 손해지만, 차후 ‘옵트 아웃’을 행사할 수 없었다. ‘계약기간을 6년으로 하되, 다저스에서 최소한의 기간만 뛰는 것’이 목표였던 류현진 측에 다저스의 배려는 그래서 ‘이상한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이상한 소리’는 무엇일까. 협상 과정에서 다저스는 류현진 측에 “우리와 계약하면 많은 이닝을 던지지 않도록 배려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다저스는 “한 시즌 20경기 정도에 선발로 뛰어주면 된다”고 했다. 언뜻 호의로 들리는 소리였지만, 베테랑 보라스와 전승환 이사는 숨은 의도를 간파했다. 만약 한 시즌 20경기에 등판하면 길게는 3달, 14경기 정도를 쉬어야 했다. 이 기간 류현진이 마이너리그에 내려가면 출전등록일수에서도 손해지만, 차후 ‘옵트 아웃’을 행사할 수 없었다. ‘계약기간을 6년으로 하되, 다저스에서 최소한의 기간만 뛰는 것’이 목표였던 류현진 측에 다저스의 배려는 그래서 ‘이상한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만약 다저스가 끝까지 마이너리그 옵션 조항을 관철하려 했다면 어떻게 대응할 생각이었습니까.
계약 1분 전에 보라스한테 전화가 왔길래 제가 그랬어요. “한국으로 돌아갈 비행기표나 예약해달라”고요(웃음). 솔직히 2년 뒤 완전한 FA 신분으로 미국 무대에 도전하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진짜로.
마쓰자카 다이스케의 조언 “이틀만 참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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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맨'으로 새롭게 거듭난 류현진. 류현진의 미국 진출은 뛰어난 기량과 보라스 사단의 유기적 관계와 빼어난 협상력, 비교적 대어가 적었던 메이저리그 FA 시장의 한산함이 더해지며 성공작으로 끝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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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일 다저스 관계자들과 류현진 일행이 처음 회동을 했을 때만 해도 계약 협상은 다이빙 선수가 잔물결 하나 일으키지 않고, 풀에 입수하는 것처럼 매끄럽게 진행될 듯싶었다.
당시 다저스 구단 사무실에서 진행된 첫 번째 회동에서 다저스는 네드 콜레티 단장과 스카우트 총 책임자, 아시아 담당부장, 운영팀 직원 등 4명이 나왔다. 류현진은 ‘보라스 코퍼레이션’ 대표 보라스, 마이크 피오리 부사장, 테드 영 매니저와 ‘보라스코퍼레이션 코리아’ 전승환 이사와 동행했다.
대화는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다저스 측이 준비한 과일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지만, 누구도 손을 대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는 진지했다.
이 자리에서 콜레티 단장은 “류현진을 몇 번째 선발로 생각하고 있느냐”는 보라스의 질문에 손가락 두 개를 폈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에 이어 2선발을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한술 더 떠 다저스는 사전에 준비한 류현진의 이름과 등번호가 새겨진 다저스 유니폼과 ‘베이스볼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콜레티 단장은 “이 유니폼을 당신이 꼭 입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다저스가 얼마나 강력하게 류현진을 원하는지 에둘러 표현했다.
다저스가 첫 만남 당시 현진 씨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고 들었습니다.
콜레티 단장이 “우리 팀 2선발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했어요. 그땐 잭 그레인키가 다저스와 계약하기 전이었죠. 보라스는 내심 절 3선발로 원하고 있다는 말을 기대했었나 봐요. 그런데 단장이 2선발을 이야기하니까 좀 놀란 것 같았어요. 그때 우리는 “다저스가 이렇게 원하니 계약이 잘 될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그런데 다저스가 제시한 몸값이 조금 기대와는 달랐어요.
다저스가 애초 제안한 계약규모는 어느 정도였습니까.
보라스는 원래 3, 4년 계약을 생각했어요. 몸값도 이번에 계약한 정도(한 시즌 700만 달러)를 받는 수준이었고. 그런데 다저스가 처음 6년에 2천100만 달러를 제안하면서 우리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어요. 그러자 보라스가 ‘2년에 4천200만 달러를 달라’며 카운터 펀치를 날렸죠(웃음).
그래서 윈터 미팅이 끝날 때까지 별다른 계약 이야기가 없었던 거군요.
계약 이틀 전까지 우리나 다저스나 별다른 대화가 없었어요. 윈터 미팅 때도 간단히 “계약할 거냐, 말 거냐” 정도의 이야기만 나눴지 구체적 액수는 오가지 않았어요. 그러다 계약 이틀 전에 다저스가 우리 쪽에 새로운 제안을 했어요.
어떤 제안이었습니까.
(6년에) 2천700만 달러를 주겠다고 했어요. 대꾸도 안 했어요(웃음).
(인터뷰 자리에 배석한 전승환 이사는 류현진이 다저스의 수정안을 듣고 “미친 거 아니에요?”하며 웃었다고 했다.)
다저스의 예상 밖으로 낮은 계약액 제시엔 여러 이유가 있었다. 먼저 다저스의 안이한 자세였다. 다저스는 류현진을 비공개 입찰방식을 통해 독점협상권을 확보한 뒤 “우리가 제시한 금액에 사인하라”는 다소 고압적인 자세로 나왔다. 다저스는 “류현진이 미국 무대 진출을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낙관하고 있었다.
다저스는 한국인 직원 4명으로부터 한국 언론의 류현진 관련 기사를 수시로 스크랩하며 “한국에서도 이 정도 금액이면 류현진이 미국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을 했고, 그래서 최초 2천100만 달러를 제시한 것이었다.
두 번째는 일본 선수와 한국 선수를 달리 보는 시각이었다. 다저스는 “일본 프로야구 출신 선수와 한국 프로야구 출신 선수는 몸값이 다르다”는 주장을 펼쳤다.
세 번째는 류현진을 지원사격한 이들이 아무도 없었다는 데 있다. 보라스는 다저스의 최초 제시액을 듣고서 “다저스와의 협상이 불발로 끝나면 류현진이 일본에 진출할 수 있다”는 초강수를 뒀다. 누가 봐도 보라스의 압박 전술이었다. 보라스는 과거 마쓰자카를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시킬 때도 “마쓰자카가 일본에 잔류할 수 있다”고 구단을 압박한 바 있다. 이때 마쓰자카의 원소속구단 세이부 라이온스는 “언제라도 마쓰자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공언했고, 일본 언론은 입이라도 맞춘 듯 마쓰자카의 일본 잔류 가능성을 강하게 전망하며 보스턴 압박에 동참했다. 올해 초 다르빗슈 유가 텍사스에 진출할 때도 일본에선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한국은 달랐다. 보라스가 류현진의 일본행을 언급하자 “허풍이 심하다”부터 시작해 “류현진이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등 갖가지 이야기가 나왔다. 류현진의 원소속 구단 한화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한국 언론을 통해 보라스의 압박이 ‘허풍’이라고 판단한 다저스는 고압적인 자세를 누그러트리지 않았다. 결국 보라스는 류현진에게 “다저스와 계약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류현진에게 불리하게 전개되던 협상은 그러나 마감시한 하루를 앞두고 상황이 바뀌었다. 다저스가 입단을 타진했던 FA 최대어 그레인키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수세에 몰렸던 보라스는 ‘협상의 달인’답게 다저스를 향해 공세적 입장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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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에 앞서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잭 그레인키. 류현진은 그레인키 때문에
'웃고 울었다'. 그러나 이제 그레인키는 류현진과 함께 다저스 마운드의 핵심 선발이다. |
(다저스가) 계약 당일 6년에 3천만 달러를 제시했어요. 우리는 계약기간을 4년으로 줄이려고 했죠. 그런데 다저스가 “6년 아니면 안 하겠다”고 나왔어요. 그때 보라스가 “30살 이전에 FA가 돼야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면서 다저스의 6년안을 들어주는 대신에 옵트 아웃 조항을 넣었어요.
옵트 아웃 조항은 ‘계약 기간 중 선수가 특정 시점에 FA 자격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류현진은 총 누적 이닝이 750이닝을 넘을 경우 계약기간 5년 이내에 FA가 될 수 있다. 5년 기준으로 150이닝, 4년 기준으로 190이닝을 해마다 던지면 계약기간 6년을 채우지 않고도 새로운 ‘대박 계약’을 이룰 수 있기에 류현진에겐 무척 좋은 계약 조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계약이 난항을 겪으면서 정신적으로 꽤 괴로웠을 듯싶습니다.
마쓰자카 다이스케 아시죠?
(고개를 끄덕이며) 알다 뿐인가요.
마쓰자카와 열흘 정도 함께 운동했어요.
마쓰자카와?
마쓰자카 에이전트도 보라스였거든요. 마쓰자카한테 “넌 예전에 계약할 때 어땠냐”고 물었어요.
뭐라고 하던가요?
“마지막 이틀이 가장 괴로울 거다”라고 했어요. 자기도 그랬대요(웃음). “가만히 이틀만 지켜보라”고 해서 저도 그냥 가만히 지켜만 봤어요. (뭔가 생각난 듯) 아, 아니구나. 난 ‘집에 간다’고 했구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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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비공개 경쟁입찰로 미국행을 타진했을 때 많은 이는 "1천만 달러만 받아도 대성공"이라고 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5개 구단 모두 2천만 달러 이상을 베팅하는 열띤 경쟁 속에 다저스와 독점협상하게 됐다. 류현진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기 전에도 많은 이는 "포스팅액 정도를 연봉으로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6년간 최대 4천200만 달러를 받는다. 우리 스스로 류현진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 건 아닐까(사진=도현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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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저스와 류현진은 마이너리그 옵션을 두고 첨예한 견해 차를 보였다. 협상마감 1분을 남기고 류현진의 입장을 전달받은 보라스는 “마이너리그 옵션 조항을 빼지 않는 한, 류현진은 다저스 유니폼을 입지 않는다”고 최후통첩했다.
시계의 초침이 흘러갔다. 1초, 2초, 3초…. 이제 시간은 1분.
보라스의 최후통첩을 듣고 다저스는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40초를 앞두고 콜레티 단장이 “들어주겠다”고 했어요. (전승환 이사는 “류현진이 당시 경황이 없어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1분 전에 다저스가 ‘OK했다’고 말했다.”) 그런가? 아마 그랬을 거예요. 어쨌든 다저스에서 1분인가 남긴 상황에서 마이너리그 옵션을 빼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게 다 끝난 게 아니었어요. 더 중요한 게 있었어요.
더 중요한 것?
40초가 남은 상황에서 다저스가 “계약서에 사인하자”고 했나봐요. 그런데 보라스가 “무슨 소리냐? 돈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면서 거절했어요.
돈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시간이 흘러 20초를 남기고 보라스가 그랬대요. “6년에 4천200만 달러”를 달라고요.
이런 세상에….
그러니까 슈퍼 에이전트 아니겠어요(웃음). 결국 다저스가 3천만 달러에서 3천600만 달러로 몸값을 올리고, 600만 달러를 옵션으로 책정하면서 최대 4천200만 달러가 됐어요. (긴 숨을 내쉬고서) 계약서 후다닥 작성해서 마감기한 1초 남긴 상황에서 모든 걸 끝냈죠. 그 1초를 넘겼으면 전 한국으로 돌아왔을 거예요(웃음).
우여곡절 끝에 원안대로 6년에 4천200만 달러를 받게 됐습니다. 만족했습니까.
솔직히 전 마이너리그 옵션 조항만 없었으면 3천만 달러에도 계약했을 거예요. 미국은 제가 늘 도전하고 싶은 무대였고, 돈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마이너리그 옵션 조항은 제가 받아들이면 훗날 미국 진출을 타진하는 한국 선수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문제였어요. 그래서 더 싸울 수밖에 없었어요.
보라스는 메이저리그에선 악명 높은 에이전트입니다. 한국의 일부 야구전문가도 “원체 보라스의 악명이 높아 되레 류현진에게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보라스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실제 옆에서 지켜본 보라스, 어떤 에이전트였습니까.
(골똘히 생각하다가) 다른 사람 말은 안 듣는 것 같아요. 자기가 생각한 것만 ‘딱’ 던져넣는 스타일이에요.
전승환 이사는 ‘보라스와 류현진의 궁합이 잘 맞았다’고 하던데요.
제가 보라스한테 계속 한 말이 “나는 한국과 일본 선수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만약 내가 일본 선수였다면 다저스는 더 많은 포스팅액을 줬어야 했을 거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으니까 구단은 내게 더 많은 연봉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보라스도 “같은 생각”이라면서 다저스와 협상할 때 “한국과 일본 선수는 같은 아시아인이고, 체격적으론 한국 선수가 미국에서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고 주장했어요.
(전승환 이사는 “보라스가 40초를 남기고도 새로운 협상 카드를 내놓는 여유를 보며 깜짝 놀랐다”며 “보라스는 고객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안겨주는 걸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덧붙여 전 이사는 “보라스가 류현진에게 ‘가장 중요한 건 현재 시장에서의 너의 가치’라는 말을 수차례 했다. 협상이 난항을 겪을 때도 ‘다저스에서 너의 가치를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류현진을 안심시켰다”며 “협상 과정 내내 류현진이 최종 결정하도록 지속적으로 의사를 물었다”고 설명했다.)
계약을 완료하고 집에 전화를 걸었을 때 가족들 반응이 어땠을까 궁금합니다.
계약하자마자 “아빠, 나 계약했어”하니까 아빠가 “수고했어. 고생했다” 하셨어요. 엄마를 바꿔줬는데 ‘엉엉’ 우시는 거예요. 아빠 목소리도 울먹거리고. 순간 저도 울컥했요. 그래 “빨리 끊어,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할게”하고 끊었어요(웃음).
“도망가지 않는다. 타자들에게 들이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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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다저스 입단식 장면. 류현진(사진 가운데 오른쪽에서 두번째) 오른쪽에 있는 이가 매직 존슨 공동 구단주, 왼쪽에 선 이가 콜레티 단장이다. 사진 맨 왼쪽에 선 이는 에이전트 보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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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다저스와 6년간 총액 3천600만달러(약 390억원)에 계약하고서 11일 다저스의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입단식에 참여했다.
매직 존슨 공동 구단주가 손수 류현진에게 유니폼 ‘다저 블루’ 상의를 입히고, 한국인 첫 메이저리거인 박찬호(은퇴)가 간판 투수로 활약할 당시 사령탑이던 토미 라소다 전 감독이 그 장면을 환하게 웃으며 지켜봤다. 명실공히 류현진이 박찬호에 이어 ‘제2의 코리안특급’이 되는 순간이었다.
존슨 공동 구단주가 계약식에 나온 건 매우 이례적 일이라고 하더군요.
특별 케이스라고 하더라고요.
존슨 공동 구단주가 유니폼 상의를 입혀주면서 뭐라고 하던가요.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라”고 했어요(웃음).
표정 보니까 전혀 긴장하지 않아 보이더군요. 속으로 ‘역시 류현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에요. 저 정말 완전 긴장했어요. 말도 안 나오더라니까요. 제가 뭐라고 했는지도 모르겠어요(웃음).
다저스 입단이 결정된 직후, 미국 언론의 시각이 엇갈렸습니다. 벌써 ‘성공’과 ‘실패’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반으로 나뉘고 있는데요. 직접 미국 현지에서 느낀 현진 씨에 대한 평가는 어땠습니까.
음, 좀 괜찮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선발투수로서 잘 던지겠다’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았고.
콜레티 단장의 기대치는 어느 정도입니까.
단장님이 저보고 그랬어요. “우리는 널 2선발로 생각한다”고요. 계약하고 나선 “네가 그레인키보다 잘할 수 있다”고까지 했어요. (혼잣말로) 그러면서 왜 돈은 조금 주는 거야(웃음).
다저스는 구단 홈페이지에 현진 씨를 팀의 3선발로 소개한 상황입니다.
스프링캠프 가서 잘 던져야죠. 지금은 백날 말해야 그냥 다짐일 뿐이니까.
스스로에게 거는 기대감과 자신감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요.
저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요. 한국야구와 미국야구는 힘만 차이가 나지 다른 건 크게 다를 게 없다고 봐요. 스트라이크 존 적응만 빨리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그동안 메이저리그 경기는 자주 봤습니까.
MBC SPORTS+에서 매일 해주잖아요. 자주 봤어요(웃음).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미국과 중남미 선수들을 상대해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신감은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일부 야구전문가는 “속구 구속이 94마일(시속 151km)은 꾸준히 나와야 메이저리그 타자들과 상대할 수 있고, 체인지업의 위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당연히 ‘힘대 힘’으로 붙으려면 그만큼 던져야죠. 그런데 모든 구종을 총동원해 싸우면 속구가 93마일 정도 나와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올 시즌 속구 평균구속이 90마일(시속 145km)이었습니다. 93마일이 되려면 2마일 정도 늘려야 하는데요.
(자신감이 넘치는 어조로) 오를 수 있다고 봐요. 올 시즌 마지막 경기처럼 던지면 될 것 같아요. 그때 넥센전에서 연장 10회에도 계속 시속 150km 이상을 던졌거든요. 아마 시속 153km까지 나왔던 걸로 기억해요
그러고 보니 전반기보다 후반기의 속구 평균 구속이 확실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후반기엔 빠른 공을 계속 던졌어요. 마지막 4경기 동안 속구 평균구속이 92, 93마일이었을 거예요. 메이저리그는 확실히 다른 무대니까 속구 평균구속이 한국에서 던질 때보단 올라가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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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한국 선수 가운데 최초로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미국 진출에 성공해 부담이 크다"며 "반드시 내가 성공해야 뒤를 이어 미국 진출에 도전할 선수들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사진=도현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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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에선 속구 만큼이나 서클체인지업을 높게 평가하더군요.
저도 그렇게 들었어요. 많은 분이 아시다시피 저는 속구와 체인지업을 같은 투구폼에서 던지거든요. 구속 차이도 속구와 15km 이상 나고, 각도도 잘 떨어지는 날엔 포크볼처럼 떨어져요.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콜 헤먼스와 뉴욕 메츠의 요한 산타나 등 정상급 투수들의 체인지업과 비교한다면 자신의 체인지업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합니까.
잘 떨어지는 날은 그 선수들만큼 좋다고 봐요.
두 선수는 체인지업 외에도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잘 던집니다.
지난해까진 제 슬라이더가 별로였어요. 그러다 올 시즌 후반기에 좋아졌어요. 어느 순간부터 신기하게 슬라이더가 들어가더라고요. 스피드나 꺾이는 각이나 제가 봐도 괜찮은 것 같아요. 미국 가면 왼손 타자들한텐 슬라이더가 먹힐 것 같아요.
원래 슬라이더 구속이 낮았잖아요.
그랬죠. 시속 131km 정도 나왔죠. 그런데 올 시즌 후반기엔 시속 138km까지 나왔어요.
어떤 이는 그 슬라이더를 컷패스트볼이라고 하더군요.
슬라이더에요. 컷패스트볼보다 휘는 각이 커요.
투심패스트볼이나 컷패스트볼 등 다양한 패스트볼을 익힐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전 못 던져요. 던져봤는데 안 돼요. 투심을 던져도 포심처럼 들어가고, 조금이라도 공 움직임에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밋밋해요. 전 커브가 자신 있으니까 당분간은 다른 구종을 익히기보다 기존에 던지는 구종을 최대한 가다듬을 생각이에요.
콜레티 단장을 포함해 다저스 관계자들은 “평균 이상의 체인지업과 제구가 좋기 때문에 속구 구속만 다소 높이면 빅리그에서 위력적인 투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입니다. 국내에 있을 땐 몸쪽보단 바깥쪽 승부가 많았는데요.
미국에선 몸쪽 공을 자주 던질 생각이에요. 워낙 타자들 힘이 좋기에 스트라이크 존의 좌·우뿐만 아니라 위·아래를 공략해서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뺏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몸쪽 공이 자꾸 볼로 선언되면 아마 미치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전체적으로 어떤 투구 성향으로 빅리그 타자들과 승부할 심산입니까.
처음부터 도망가는 투구 대신 힘으로 밀어붙일 생각이에요. 물론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잘 모르니까 처음엔 포수만 믿고 던질 생각입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미국에서 다르빗슈 유와 관련해 ‘시즌 초반 너무 도망 다니는 투구를 했다’는 평이 많더군요. 되레 공격적으로 투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토해내는 전문가도 있고요. 현진 씨는 다르빗슈와 비교가 많이 되는 입장에서 올 시즌 다르빗슈의 투구, 어떻게 봤습니까.
승수는 많은데 평균자책은 그렇게 좋았던 것 같지 않아요. 팀을 잘 만났나(웃음). TV 보니까 너무 안 맞으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후반기엔 타자와 붙어서 싸우니까 잘 던졌고. 도망다니는 투구는 정말 안 좋은 것 같아요. 그렇게 하면 볼넷이 늘어나고, 한번 ‘뻥’ 맞으면 대량실점하고. 제 목표는 아까 말씀드린 데로 하나에요.
‘힘대 힘’으로 밀어붙인다?
(강한 어조로) 무조건 타자들한테 들이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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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류현진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그러나 대부분의 빅리그 스카우트는 류현진의 성공을 확신하는 분위기다(사진=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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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투구도 투구지만, 미국야구에 적응하려면 준비할 게 많습니다. 특히나 빅리그 투수들은 웨이트트레이닝에 열심인데요. 일전 일본 취재를 갔을 때 다르빗슈 전담기자가 “올 시즌 다르빗슈가 속구 구속 증가를 위해 웨이트트레이닝 강도를 높였다”고 하더군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 제 체중에 맞는 운동만 합니다.
어떤 방식이지요?
전 무거운 바벨을 드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스프링캠프 기간 때도 매일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긴 하는데 바벨 무게를 높여서 들거나 하진 않아요. 오히려 가벼운 바벨을 들고, 조금씩 바벨 드는 횟수를 늘리는 편이죠. 일단 미국에서도 지금까지 해왔던 식으로 운동할 생각이에요.
(전 이사는 “다저스 구단에서 류현진 전담 개인 트레이너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메이저리그는 이동거리가 길고, 경기수도 많아 무엇보다 체력이 중요합니다.
글쎄요. 많이 이동해봤자 어차피 한국이랑 비슷할 거 같아요. 우리는 버스로 가고, 거긴 비행기로 가니까. 그리고 선발투수니까 야수와는 달리 거의 던지는 날이 정해져 있어요. 컨디션 조절에 그렇게 애를 먹을 것 같진 않아요.
한화에서 뛸 때는 ‘불펜투구’를 생략한 채 등판했습니다. 다저스에서도 그런 패턴을 계속 유지할 생각입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죠. 가끔 투구 밸런스가 안맞을 때 한번씩은 불펜투구를 하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그런 일이 없으면 굳이 불펜투구까지 할 생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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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사진 왼쪽부터)과 박찬(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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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출신’ 박찬호가 어떤 조언을 해줬을까 궁금하군요.
항상 하시는 말씀이 “빨리 영어 배워라”에요. 그래야 빨리 동료 선수들과 친해질 수 있다고.
추신수(신시네티)는 뭐라고 조언하던가요.
(추)신수 형도 비슷해요. “현진아, 선수들과 잘 어울려 한다. 그래야 동료 선수들이 너를 챙겨준다. 처음부터 낯 가리고 피하면 절대 친해질 수 없다. 애들이 심하게 굴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야구인들은 ‘적응력은 류현진이 최고’라며 미국야구 적응을 확신하는 분위기인데요.
적응력이요? 에이, 그건 한국에 있을 때나 통하는 이야기죠(웃음). 솔직히 야구로는 두려운 게 없는데요. 의사 소통은 조금 걱정돼요. (얼굴을 붉히며) 아직까진 영어로 말하면 좀 창피하고 그래요
전 이사는 “한 달 정도 미국에 있으면서 류현진의 영어실력이 상당히 늘었다”고 하더군요. “2년 정도 생활하면 통역 없이 영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던데요. 미국에서 가장 자주 했던 말이 뭐에요?
(양쪽 어깨를 으쓱하며) 'What(뭐라고)?' 아니면 ‘You Fire!(당신 해고야)'(웃음).
“저스틴 벌렌더와 맞대결? 재미난 경기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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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메이저리그 특급 투수 저스틴 벌렌더(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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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가 다저스에서 뛸 당시 한국 야구팬들은 웬만한 다저스 선수들의 이름을 꿰고 있었다. 그 가운데 박찬호가 승리투수가 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이른바 ‘박찬호 도우미’ 선수들은 국내 유명 야구선수들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 벌써 팬들의 관심은 다저스 타선 가운데 누가 ‘류현진 도우미’로 등극할지에 쏠려 있다.
김형준 메이저리그 전문기자는 “스타 군단이지만 최근 부상과 하향세를 보인 선수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내년 다저스 타선은 불안함과 기대감을 동시에 안고 출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내년 시즌 다저스 타선을 보면 희망과 불안이 교차합니다. 그럼에도 주전 야수들의 부상이 없다면 데뷔 첫해 10승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은데요.
글쎄요. 전 다승보단 평균자책에 더 관심이 많아요.
목표로 정한 평균자책은 역시….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 항상 2점대 평균자책이 목표에요.
탈삼진과 이닝은 어떻습니까.
탈삼진은 150개 이상, 이닝은 200이닝 이상이 목표에요. 전 반드시 이뤄야 합니다(웃음)
벌써 야구팬 사이에선 다저스 타자 가운데 누가 ‘류현진 도우미가 될까’ 관심이 많습니다.
(박)찬호 형 때는 도우미가 정말 많았던 것 같아요. 그때 다저스 타선이 좋지 않았나 싶은데. (손가락을 접으며 혼잣말로) 몬데시, 셰필드, 피아자, 벨트레 (고개를 들며) 정말 많았네(웃음). 전 아직 누가 될진 모르겠어요.
빅리그에서 ‘이 타자와는 꼭 상대하고 싶다’하는 선수가 있어요?
‘확’ 꼬집어 말할만한 선수는 아직 없고요. 각 팀 4번 타자들과 싸웠을 때 이기고 싶어요.
그렇다면 꼭 맞대결을 펼치고 싶은 투수가 있다면?
무척 많아요. 요즘 빅리그에서 잘 던지는 왼손 투수들과는 다 붙고 싶어요. (뭔가 생각난 듯) 저스틴 벌렌더(디트로이트)와 붙으면 재밌을 것 같은데(웃음). (전 이사에게) 그런데 형, 저랑 벌렌더랑 붙을 수도 있어요? (“인터리그 기간 중에도 일정상 맞대결이 어렵다”고 하자) 그럼 월드시리즈 가서 붙으면 되겠네(웃음).
다저스가 소속한 내셔날리그는 투수가 타자로도 등장합니다. 인천 동산고 시절 4번 타자로 뛰지 않았어요?
전 번트만 열심히 댈 생각입니다.(웃음).
박찬호처럼 시원한 홈런을 기대하는 팬이 많아요.
저도 한 개는 칠 것 같아요. 언젠가(웃음).
한용덕 전 한화 감독대행이 다저스로 코치연수를 가더군요. 본인이 추천한 겁니까.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진짜 저도 몰랐어요. 원래 그런 생각은 있었거든요. 코치님이 우리 팀에 연수 오면 좋겠다 싶긴 했죠. 한 코치님과 통화할 때도 그렇게 말하니까 코치님이 “그럼 네가 주선 좀 해봐라”하셨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대전 내려갔더니 갑자기 ‘류현진, 한용덕 한솥밥을 먹게 됐다’는 기사가 나온 거예요. 아마 구단끼리 이야기한 것 같은데요. 저야 잘 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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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WBC에 출전했던 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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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구단에서 극구 만류한 것으로 아는데요.
팀도 만류했고, 저도 걱정됐어요. 저야 당연히 나라를 대표해 나가고 싶은데, 빅리그 2년 차면 모를까 내년이 데뷔 첫해이기 때문에 준비할 게 정말 많아 보였어요. 특히나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다저스 스프링캠프 대신 WBC에 나가면 대회 끝나고 돌아왔을 때 적응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았어요. 다른 대회도 아니고 WBC는 정말 가고 싶은 대회인데…개인적으로 정말 아쉬운 결정이었습니다.
현진 씨는 대한민국 야구를 위해 할만큼 했습니다. 200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를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제2회 WBC, 2010년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에 꼬박꼬박 참가했어요. 그럼에도 WBC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강한 듯싶어요. 일전에도 계속 “다른 대회는 몰라도 WBC는 꼭 나가고 싶다”고 하고. 이유가 있습니까.
2009년 제2회 WBC에 갔을 때 정말 느낀 게 많았어요. 선수들에 대한 예우가 정말 좋았어요. 야구 인프라도 훌륭하고. 솔직히 그때 미국에서 WBC를 치르면서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꿈을 키웠어요. 다음 WBC 대회 때는 꼭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겠습니다(웃음).
"반드시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 강해, 그러나 목표는 한·미 통산 300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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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 에이스 류현진의 목표는 뚜렷하다. 한미 통산 300승이다. 평소 겸손하지만, 류현진은 과거에도 꿈을 이야기할 땐 야심찼다. '두려움이 없다는 건 그만큼 도전의식이 충만하다 것'이다(사진=도현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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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보단 일단 제가 가서 잘해야 할 것 같아요. 한국에서 잘해서 미국까지 갔는데 만약 제가 데뷔 2년 차까지 못하면 ‘확실히 한국야구는 한 수 아래’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던지느냐가 제 뒤를 이어 미국에 진출하려는 선수들에게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아요. (담담한 표정으로) 다른 건 부담이 없는데 그게 가장 큰 부담이에요.
미국 진출에 성공하고서 윤석민과 통화했습니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요즘 (윤)석민이 형이 난리에요. “너 빨리 운동 시작하라”고. “자기가 트레이너 해줄 테니까 빨리 운동하라”고(웃음).
미국에서 살 집은 알아보고 있어요?
네, 찾고 있어요. 야구장 가까운 쪽에 얻을 생각이에요.
부모님과 함께 살 생각입니까.
아빠, 엄마는 한국이랑 미국을 왔다 갔다 하실 것 같고요. 전 형이랑 같이 살 생각이에요.
교민들이 현진 씨의 다저스 입단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뻐하더군요. 과거 박찬호처럼 교민들의 우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잘해야죠. 그래야 힘이 돼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에서도 입단식을 하기로 했는데요. 진척 상황이 어떻습니까. 시간적으로 다소 애매하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크리스마스 시즌이었고, 조금 있으면 새해라서 사실 입단식을 열기가 좀 애매해요. 저도 준비할 게 많고. 지금 봐선 열리지 않을 것 같아요.
향후 일정은 어떻게 돼요?
1월 15일에 미국으로 들어가서 개인훈련에 돌입할 예정이에요. 2월 13일이 다저스 합동훈련 소집일이니까 그 이전까지 애리조나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다저스 캠프 갈 때 기분 좋게 들어가야죠.
다저스 투수 브랜든 리그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류현진과 함께 ‘강남 스타일’ 춤을 추게 될 스프링캠프가 기다려진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는데요.
저도 들었어요. 같이 ‘말춤’추자고. 캠프 가면 같이 춰줘야죠. 원한다는데(웃음).
미국에서 오랫동안 뛰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25살이니 길게는 20년 이상 마운드에 서 있을 듯싶은데요. 미국에서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일단 해마다 두 자리 승수를 거두고 싶고요. 이른 시일 안에 미국야구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어요. 메이저리그는 퍼팩트게임이 자주 나오니까 그것도 도전하고 싶고, 내년에 바로 사이영상도 받고 싶고(웃음).
가뜩이나 류현진의 미국 진출로 한국 프로야구 인기가 떨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의 소리가 있는데 ‘퍼팩트게임’에 ‘사이영상’까지 나면 큰일이 나겠군요(웃음).
솔직히 제가 미국에 간다고 해서 프로야구 인기가 떨어지진 않을 것 같아요. 요즘엔 관중분들이 야구만 보러 오는 게 아니라 즐기려고 야구장을 찾으시기 때문에 앞으로도 인기가 떨어질 일은 없을 것 같아요. 반대로 제가 미국에서 야구 잘하면 어린이들이 야구에 흥미를 느껴 더 많이 야구공을 잡지 않을까 싶어요.
과거엔 박찬호가 야구소년들의 롤모델이었습니다. 하지만, 20년 가량이 지난 지금은 현진 씨가 아이들의 우상입니다. 류현진을 보면서 메이저리그 도전을 꿈꿀 야구소년들에게 한마디 해주시지요.
전 고교 졸업하고 바로 미국 무대에 도전하는 건 반대에요. 설령 100만 달러를 받는다고 해도 어린 친구들이 준비 없이 가면 망가지기 쉽다고 봐요. 그보단 한국 프로야구에서 일정기간 뛰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그다음에 FA를 통해 미국에 진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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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표지 촬영을 했던 이대호(사진 왼쪽부터)와 류현진. 6년 후, 이대호는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의 4번 타자로 뛰고 있고,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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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제가 현진 씨와 이대호 선수 두 명을 모아 화보사진을 찍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19살 신인 현진 씨에게 앞으로 꿈이 뭐냐고 물었어요. 당시 돌아온 대답이 “세상에서 제일 큰 무대에서 뛰고싶다는 것”이었습니다. 25살의 나이에 결국 그 꿈을 이뤘습니다. 꿈을 이루게 된 원동력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합니까.
‘최고가 돼야겠다는 생각’ ‘무조건 모든 사람이 내 이름을 알게 하겠다는 생각’이에요. 한화에 있을 때 그 목표를 향해 계속 앞만 보고 뛴 것 같아요. 미국에서도 제 목표는 똑같아요. ‘아, 미스터 류, 잘 던지는 투수’하고 불리는 게 목표이자 일종의 동기부여에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류현진의 먼 꿈은 무엇입니까.
먼 꿈이라, 음…. (류현진이 한참을 생각하자 테드 여 씨는 “우승 아니야?”하며 농을 던졌다.) 아, 맞네 우승. 한화 첫해(2006년) 때 우승했어야 했는데. 그런데 형, 우승은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 먼 꿈은 아니지 않나? (그러자 옆에 있던 전 이사는 “보라스 사무실에 가면 통산 300승 투수들이 사인구가 전시돼 있다”며 “현진이 사인구도 언젠가 보라스 사무실에 전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좋네. 한·미 통산 300승(웃음).
한·미 통산 300승이라, 먼 꿈이 크고 멋있어서 좋군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그렇죠? 한·미 통산 300승. (혼잣말로) 그런데 몇승을 더 거둬야 하는 거야. KBO에서 98승을 거뒀으니 (전 이사가 “앞으로 고작 202승만 거두면 된다”고 하자 얼굴을 찡그리며) 뭐? 형! ‘202승만’이 고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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