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4일 목요일

[정철우의 1S1B]세상엔 독이 되는 변화구가 있다

출처: http://starin.edaily.co.kr/news/NewsRead.edy?SCD=EB21&newsid=01239846602710520&DCD=A20102
2013.02.14 11:33
정철우 기자


팔꿈치 수술 탓에 WBC 대표팀을 사퇴해야 했던 두산 투수 이용찬. 사진=두산베어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지난 칼럼에서 투수들의 부상이 프로에서 배우고 던지게 된 포크볼의 영향보다는 중,고교 시절 한겨울에도 실전에서 공을 던져야 하는 현실의 탓이 더 클 수 있다는 전한 바 있다. 이후 기사에 도움을 준 선수촌병원 한경진 박사로부터 좀 더 구체적인 자료를 받을 수 있었다.

미국 아메리칸저널 오브 스포츠 메디신지에 실린 논문에 실린 내용으로 어린 선수들의 연령별로 적합한 변화구와 투구수, 그리고 투구 후 휴식일 등이 따로 있다는 것<표 참조>이었다.





논문에 따르면 우리 고교생들이 한참 공을 던질 나이인 만 17~18세엔 경기당 최대 105개 이상의 공을 던지는 것은 팔에 무리가 될 수 밖에 없다. 또 105개를 던진 후엔 적어도 4일 이상의 휴식을 가져야 하며 일주일엔 2차례 이상 경기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중요한 것은 연령별로 권장되는 구종이 따로 있다는 점이었다. 바꿔말하면 나이에 따라서는 던지는 것 자체가 팔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변화구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논문에 따르면 어린 선수들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커브는 만 14세 부터 던지는 것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화 돼 있는 슬라이더는 만 16세 이후가 되서야 팔에 부담이 덜 되는 구종이었다. 가장 늦게 접해야 할 구종은 역회전볼(스크류볼)이었다.

실제로 가장 빼어난 선수가 많았지만 유독 부상으로 빨리 선수 생활을 마감해야 했던 선수 또한 많았던 1973년생들은 초등학교 5~6학년 시절부터 줄창 커브를 던져야 했었다. 그들이 초등학교 에이스로 자리잡을 무렵, 금지됐던 초등학교 야구에서의 변화구가 해금됐기 때문이다.

얼마 전 팔꿈치 수술로 WBC 대표팀을 사퇴해야 했던 두산 이용찬은 이미 고교 시절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경험이 있다.

물론 당시엔 팔꿈치 내측측부 인대 접합술이었던 반면 이번 수술은 팔꿈치 후내방에 뼛조각이 웃자라 이것을 깎아내는 것이다. 같은 팔꿈치지만 칼을 대는 부위는 다른 셈이다.

그러나 두 수술에는 깊은 연관성이 있다. 팔꿈치 안쪽이 불안정하면 결국 후내방 충돌증후군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경진 박사는 “팔꿈치 수술을 받는 선수들의 65%가 후내방 뼈에 이상이 생긴 경우다. 그러나 이 중 대부분은 팔꿈치 안쪽에 지속적인 부담을 받은 것이 원인이다. 초,중,고교시절부터 철저하게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꾸준한 보강 훈련과 체계적인 지도를 통해 팔꿈치 근육을 강화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야구에서 두 차례 이상 수술대에 오르는 투수들이 유독 많이 나오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당장 우리의 유망주들은 보호를 받을 수 없는 현실 속에 놓여 있다. 성적을 위해선 휴식일이나 변화구 제한 등은 꿈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현장 지도자들도 할 말은 많다. 이기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고교 감독은 “주말리그가 되며 전국 대회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더 줄어들었다. 전국대회에서 성적을 대지 못하면 동문들 지원이 줄어든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에게 돌아간다”며 “감독이나 코치가 자기만 먹고 살려고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다. 야구부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선수들도 갈 곳이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엘리트 중심의 학교 체육은 머잖아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 지금의 현실은 우리 아이들을 보호 장치 없는 ‘진짜’ 정글로 몰아가고 있다. 판을 바꾸는 개혁을 주저하다보면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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