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2-11-26 06:58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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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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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 이창섭 pbbless@naver.com
올 시즌 특기할만한 부분 중 하나는 포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지난 해 부진(?)했던 마우어는 리그 타격 4위(.319)에 올랐고, 로사리오는 리그 신인선수 중 가장 많은 홈런(28)을 때려냈다. 카를로스 루이스(.325 16홈런 68타점)는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으며, 몰리나는 이제 장타력까지 갖춘 포수가 됐다(.315 .373 .501). 올 시즌 '20홈런 이상' 기록한 포수는 총 9명. 이는 종전 최다 기록이었던 7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였다(1979, 1993, 1996, 1999, 2000, 2009년).
[블로그] 2012년 포수 연봉 순위
바야흐로 '포수들의 전성시대'가 열린 가운데 이들 중 정점에 선 선수가 있었다. 포수로서 팀의 4번타자를 맡았던 선수. 경기장 밖에서는 클럽하우스 리더 역할까지 해냈던 선수. 샌프란시스코의 안방마님, 버스터 포지(25)는 악몽 같았던 지난 시즌에서 벗어나 자신의 건재함을 모두에게 알렸다.
2011/12시즌 성적 변화(타/출/장)2011시즌 : 45경기 46안타 4홈런 21타점 17득점 .284 .368 .389
2012시즌 : 148경기 178안타 24홈런 103타점 78득점 .336 .408 .549
2012시즌 : 148경기 178안타 24홈런 103타점 78득점 .336 .408 .549
샌프란시스코의 지난 시즌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다. 모두의 머리 속을 스쳐가는 그 끔찍한 부상 때문이었다. 2011년 5월26일(한국시간), 포지는 플로리다의 스캇 커즌스와 홈에서 크게 충돌했다. [영상]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고 경기장을 빠져나간 포지는, 부상 정도가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왼쪽 다리 골절과 함께 발목 인대가 모두 손상된 것. 포지는 4일 후 수술을 받았고, 결국 남아있는 경기 일정을 단 하루도 소화하지 못했다(이 사고는 포수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까지 논의될 만큼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포지가 이탈하자 샌프란시스코도 흔들렸다. 지구 선두(27승21패)였던 샌프란시스코는 포지의 부상 이후 59승55패를 기록하면서 애리조나에 8경기 차 뒤진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을 결산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사람들은 '포지의 공백'을 샌프란시스코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주원인으로 꼽았다. 더불어 내년 시즌 샌프란시스코의 열쇠도 그 해 50경기도 채 뛰지 못한 포지에게 달려있다고 전망했다. 샌프란시스코 내 포지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대목. 브루스 보치 감독도 "건강한 포지가 필요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 사이 포지는 개막전 복귀를 위해 재활에만 몰두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실전 감각을 회복하고자 동생과의 연습을 거르지 않았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포지가 포수로서 부활하는 데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1루수로 돌려야 된다"는 의견도 나왔으며, 구단 역시 "반드시 포수를 고집하지 않고, 유연성 있게 기용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개막전 상대는 애리조나였다. 애리조나는 지난 해 샌프란시스코의 지구 2연패를 저지한 팀.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개막 첫 시리즈에서도 애리조나에게 싹쓸이 패배를 당했다(특히 3차전은 6-0에서 6-7의 역전패). 충격적인 3연패 시리즈에서 샌프란시스코의 위안거리는 포지였다. 선발 포수 겸 4번타자로 나선 포지는 개막전에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산뜻한 출발을 했다.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는 부상 복귀 후 첫 홈런포도 가동했다. [영상] 굉장히 오랜만에 손맛을 본 포지는 "남은 시즌 동안 차츰 좋아질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포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포지는 첫 25경기에서 .322 4홈런 11타점을 기록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그럼에도 보치 감독은 포지를 기용하는 데 있어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 충분한 휴식일을 보장했고, 수비에서 오는 부담감도 덜어줬다. 보치 감독은 포지의 왼쪽 발목에 대해 "아직 불편함이 남아있다"고 말하면서, "나쁘진 않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휴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포지는 발목이 아직 온전하지 않았던 5월에 가장 부진한 성적을 남겼다(.253 .311 .368).
6월은 포지에게 특별한 경험을 안겨준 시간이었다. 바로 6월14일 휴스턴과 맞대결에서 '퍼펙트게임'의 일원이 된 것. [영상] 포지는 그 경기를 두고 "야구를 시작한 이후 가장 긴장됐던 경기"라고 전했다. 포스트시즌이나 월드시리즈에 나설 때의 긴장감과 다르다는 것이 그의 설명. 또한 포지는 케인과 자신의 의견이 다를 때면 주저하지 않고 케인의 의견을 따랐다고 밝혔다(7회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 끝에 라우리를 체인지업으로 삼진 처리한 장면이 대표적인 예). 퍼펙트게임의 주인공, 케인도 포지의 경기 운영에 박수를 보냈다. 케인은 "이것은 나와 버스터의 합작품"이라는 말로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포지는 생각보다 평범한 전반기를 보냈다(전반기 .289 10홈런 43타점). 하지만 팬들은 경기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즐거워했다. 그 결과, 포지는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됐다. 그것도 내셔널리그 역대 최다 득표(762만1370표)를 획득하면서 얻어낸 올스타였다(종전 2011년 라이언 브론 592만8004표).
포지의 활약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포지에게 전반기는 '추진력'을 얻기 위한 과정에 불과했다. 포지는 마치 처음부터 후반기에 모든 승부를 건 사람처럼 연일 맹타를 휘둘렀다. 7월 말부터 '13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면서, 3경기 연속 홈런도 쏘아올렸다. ESPN에 따르면, 후반기 들어 포지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을 때려냈을 때 타율이 .508(61타수31안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부분별 최소 타율도 .333). 구질 공략도 뛰어났다. 패스트볼 상대 타율은 .556를 기록했으며(4홈런), 가장 큰 약점을 노출했던 슬라이더도 훌륭하게 대처해냈다(.417/포지는 통산 .234의 슬라이더 상대 타율을 기록).
팀도 순위 싸움에서 뒤쳐지지 않았다. 2위로 전반기를 마쳤던 샌프란시스코는, 후반기가 되면서 다저스와 한 층 더 치열한 선두 다툼을 펼쳤다. 그러던 어느 날, 샌프란시스코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포지와 함께 팀 타선을 이끌었던 멜키 카브레라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중심타자를 잃은 샌프란시스코는 충격에 휩싸였다. 더욱이 기예르모 모타에 이어 올해만 팀 내 두 번째 금지 약물 복용자였기에 여파가 컸다. 자칫 팀이 붕괴될 수도 있었던 순간. 하지만 지난 해와 달리 올해는 확실한 구심점이 있었다. 포지는 침착하게 분위기를 추스렸고, 팀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자신 역시 "멜키는 없지만, 우리가 시작한 일을 잘 마무리하겠다"고 재차 각오를 다잡았다.
이번에도 포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는 카브레라의 공백을 전혀 실감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후 45경기에서 30승15패(.667)를 질주하며 지구 우승 자리에 올랐다. 포지도 같은 기간 .348 5홈런 27타점으로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명실상부 후반기 최고의 타자(후반기 .385 14홈런 60타점)로 거듭난 포지는, 1942년 어니 롬바르디 이후 70년 만에 내셔널리그 포수 타격왕이 됐다. 여기에 포지는 2003년 하비 로페스 이후 처음으로 100타점을 돌파한 내셔널리그 포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타격왕을 차지한 역대 포수들 가운데 100타점까지 동시에 달성한 선수는 포지 이전에 아무도 없었다.
*포지는 주자가 있을 때 집중력이 더 좋아지는 타자(.353 .426 .591). 내셔널리그 타자 중 득점권에서 포지보다 더 좋은 타격을 펼친 타자는 없었다(.340/최소 150타수). 이에 보치 감독은 포지를 "클러치 상황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타자"라고 지목한 바 있다. 게다가 포지는 메이저리그에서 좌투수의 공을 가장 잘 때려내는 타자이기도 했다(.433 13홈런). 이러한 기록은 샌프란시스코가 좌완 선발을 상대할 시 압도적인 성적을 낳는 데 기여했다(40승19패).
포지가 건강하게 시즌을 보내자 샌프란시스코는 다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포지는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홈런을 날려 팀의 포스트시즌 첫 점수를 뽑아냈다. 5차전에서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만루홈런[영상]을 터뜨렸고, 상대의 흐름을 끊는 멋진 수비도 선보였다. [영상] 챔피언십시리즈 동안 다소 주춤(26타수4안타)했던 포지는,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또 한 번 중요한 홈런을 때려냈다. 그리고 불과 세 번째 시즌 만에 두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다. 이는 샌프란시스코의 전설로 추앙받는 크리스티 매튜슨(1회), 윌리 메이스(1회), 윌리 매코비(0회), 배리 본즈(0회)도 이루지 못한 업적이었다.
시즌이 끝난 후, 포지의 이름은 각 종 시상식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포지는 실버슬러거에 선정됐으며, "다신 받고 싶지 않다"고 수상 소감을 말한 올해의 재기상도 받았다(월드시리즈 도중 행크애런 상도 손에 넣었다). 샌프란시스코 선수 가운데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 선수에게 주는 '윌리 맥 어워드'도 포지의 몫이었다. 라이언 브론과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리그 MVP 역시 포지에게 돌아갔다. 포지는 한 시즌에 월드시리즈 우승과 MVP를 석권한 역대 세 번째 포수가 됐다(1951년 요기 베라, 1955년 로이 캄파넬라). 메이저리그 역사 상 포지 이전에 타격왕과 월드시리즈 우승, MVP를 모두 차지한 선수는 총 6명. 이들 중 5명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명예의 전당 입성자들이다(조 디마지오, 스탠 뮤지얼, 윌리 메이스, 미키 맨틀, 딕 고트, 프랭크 로빈슨).
[스타 포커스] '포수 MVP'에 도전하는 버스터 포지
돌아온 포지는 훌륭하게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건강을 지킨 시즌 동안 포지는 개인과 팀의 영광을 모두 챙겼다. 고무적인 부분은 포지가 항상 팀의 영광을 우선시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현지에서는 데릭 지터와 비교하는 의견이 급격히 많아졌다. 혹은 수상 내역만 본다면 윌리 메이스가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존재했다(메이스도 신인상 이후 데뷔 3년 만에 타격왕-월드시리즈 우승-MVP를 차지했다). 벌써부터 대선수들과 함께 이름이 오르고 있는 상황. 하지만 잊지 말자. 포지의 대서사시는 이제 막 3페이지를 장식했을 뿐이다.
역대 포수 단일 시즌 WAR 순위(*는 MVP 수상)
1. 자니 벤치(1972) : 8.5* / 1. 마이크 피아자(1997) : 8.5
3. 개리 카터(1982) : 8.3
4. 자니 벤치(1974) : 7.7
5. 조 마우어(2009) : 7.6*
6. 대럴 포터(1979) : 7.4
7. 버스터 포지(2012) : 7.2* / 7. 개리 카터(1984) : 7.2
9. 자니 벤치(1970) : 7.1*
10. 칼튼 피스크(1972) : 7.0
1. 자니 벤치(1972) : 8.5* / 1. 마이크 피아자(1997) : 8.5
3. 개리 카터(1982) : 8.3
4. 자니 벤치(1974) : 7.7
5. 조 마우어(2009) : 7.6*
6. 대럴 포터(1979) : 7.4
7. 버스터 포지(2012) : 7.2* / 7. 개리 카터(1984) : 7.2
9. 자니 벤치(1970) : 7.1*
10. 칼튼 피스크(1972) :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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