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7-30 20:41
ⓒ민훈기
![]() |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한 해 최고 130억원의 연봉을 받던 그의 모습은 많은 야구 지망생들과 부모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습니다. 박찬호는 미국 진출 후 연봉으로만 8000만 달러(요즘 환율로 약 1000억원) 가까이 벌었습니다.
그러나 대중에게 보이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과 찬란함 뿐.
그 화려한 정상에 이르기까지의 고통과 고뇌와 좌절과 실망은 보여주지 못한다는 맹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박찬호는 마이너리그 생활 2년 만에 빅리그에 진출해 누구도 이루지 못한 성공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그의 뒤를 이은 수많은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라는 꿈을 향해 온몸과 마음을 던졌지만 좌절도 아주 많았습니다.
미국 야구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앞에 거대한 장벽처럼 다가서는 마이너리그의 어려움과 난관들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
2년간의 짧은 마이너 생활을 거쳐 빅리그에서 성공한 박찬호는 대단한 노력 만큼이나 행운도 따른 선수였습니다. ⓒ민기자닷컴
|
박찬호가 보여준 가능성과 그리고 성공은 메이저리그 팀의 시각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94년 초 스무 살짜리 깡마른 코리언이 플로리다 주 베로비치의 다저스 스프링 캠프에 도착하자마자 158km의 강속구를 뿌려대자 유명 야구 컬럼니스트인 피터 개몬스는 ‘당장에 빅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박찬호는 동료 드라이포트와 함께 빅리그 사상 17,18번째로 드래프트 되자마자 곧바로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야구 변방 정도이던 대한민국의 야구 선수들도 빅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활짝 열렸고, 빅리그 팀들은 스카우트를 한국으로 급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수많은 선수가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을 맺고 태평양을 넘었습니다. KBO 자료에 따르면 최근 LA 다저스와 계약한 남태혁까지 총 51명의 한국 선수가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중에 단 한 번이라도 메이저리그 경기에 뛰어본 선수는 총 11명입니다. 23.5%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으니 상당히 높은 성공률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박찬호, 봉중근, 서재응, 김선우, 조진호, 백차승, 최희섭, 김병현, 이상훈, 추신수, 류제국, 구대성 등이 ‘코리언 빅리거’들입니다.
그러나 그중에 풀타임으로 5년 이상 뛴 선수는 박찬호와 김병현 둘 뿐입니다(3.9%). 앞으로 추신수가 그 뒤를 이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재응이나 최희섭, 봉중근, 김선우 등도 일정 기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지만 결국 정착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은 2001년 건너간 류제국 이후 빅리그 팀과 계약한 26명의 선수 중에 메이저리그에 오른 선수는 딱 한 명, 그것도 일본 프로를 거쳐 2005년 뉴욕 메츠에 진출한 구대성이 유일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최근 8년간 메이저리그의 꿈을 안고 태평양을 건넌 25명의 유망주는 모두 아직 마이너리그에 머물거나 아니면 야구를 포기했습니다. 한때 미국 진출이 주춤했다가 2005년 이후 다시 활발해진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빅리그의 벽은 오히려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
2000년대 초반 유망주들만 뛰는 애리조나 폴리그에서 뛰던 조진호, 김선우, 최희섭. 모두 빅리거로 자리잡을 수 있는 자질을 지녔지만 결국 정착에는 실패하고 국내로 복귀했습니다.ⓒ민기자닷
|
한국의 어린 선수들이 마이너리그로 배속되면 대부분 초반에는 두각을 보입니다. 국내 유망주들을 주로 데려가는 이유도 있지만, 한국식 강훈련에 익숙한 선수들은 어린 나이에는 같은 또래의 미국이나 중남미 선수들보다 훨씬 앞선 모습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착하는 과정에서 양국 야구의 문화 차이는 큰 변화를 가져다 줍니다. 미국 프로야구는 기본적으로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단체 훈련이 한국처럼 체계적이고 강하지 않습니다. 어린 나이에 큰 자유가 갑자기 주어졌을 때 방황하는 유학생들처럼, 마이너에 배속된 우리 선수들도 똑같은 문화적 차이와 충격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갈수록 오히려 기량이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자율 훈련에 익숙지 않고 경기 후에는 누구도 간섭하지 않으니, 어린 나이에 갑자기 주어진 큰 자유의 바다에 빠져 허덕입니다. 자칫하면 야구를 배우고 발전할 가능성은 한국보다 훨씬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현지에 적응하는데 언어불통은 큰 문제로 자리합니다. 단순히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점도 어려움이지만 기술 습득이나 팀에 적응하는데도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선수들이 오해를 산 경우가 많은 것 역시 언어 소통의 문제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김병현 선수가 작년 스프링 캠프 중 피츠버그 팀에서 방출된 가장 큰 이유도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돼서 오해를 산 때문이었습니다. 불펜 피칭 시간을 놓고 코칭스태프와 김병현이 서로 시간을 정확히 전달받지 못한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고, 그것을 충분히 풀지 못하면서 결국 방출로 이어졌습니다. 서재응이 탬파베이에서 내쳐진 과정이나 김선우가 몬트리올 시절 자리 잡지 못한 것도 심도 있는 의사소통 부재가 큰 원인이었습니다.
그러니 미국에 진출한 어린 선수들은 벙어리처럼 지내거나, 필요한 것이 있어도 요구하지 못하고, 억울해도 정확한 사실 전달을 하지 못하고, 또 자기주장을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야구 말고도 또 다른 커다란 장벽이 그들을 막아섭니다. 그래서 통역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웬만큼 거물 선수가 아니면 통역사는 불가능합니다.
빅리그 진출에는 운도 큰 작용을 합니다.
메이저리그 진입에 실패한 선수 중에 가장 아쉬운 선수는 롯데에서 뛰는 송승준입니다. 빅리그 승격 날짜를 받아 놓고 마지막 마이너리그 경기에서 팔이 부러지는 부상으로 무산된 적도 있고, 스프링 캠프에서 메이저리그 팀을 상대로 계속 호투하다가 마지막 경기에서 만루 홈런을 맞아 다 잡았던 개막전 티켓을 놓친 일도 있습니다.
김선우도 그렇고 봉중근이나 최희섭, 서재응도 조금만 운이 더 따랐더라면 빅리그에서 충분히 정착할 수 있는 선수들이었습니다.
물론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그것이 문화 차이나 언어의 장벽 등과도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성패의 갈림길에서 대부분 불운 쪽으로 기우는 일이 많습니다.
오말리 전 다저스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던 박찬호는 큰 운도 따르는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언어와 풍습과 인종 등 다양한 이유로 운조차 따르지 않을 때가 잦습니다.
![]()
커브스에서 애지중지하는 두 한국 선수. 이대은은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고 이학주는 싱글A에서 뛰고 있습니다. 어린 선수들은 순조롭게 발전해도 4~5년은 잡아야 빅리그가 보입니다.ⓒ민기자닷컴
|
박찬호는 1994년 당시로써는 드래프트 1라운드 상위권에 뽑힌 선수에 버금가는 120만 달러의 입단 보너스를 받았습니다.
봉중근(120만), 서재응(135만), 김선우(125만), 백차승(129만), 최희섭(120만), 김병현(225만, 연봉 포함), 추신수(137만) 등도 모두 파격적인 사이닝 보너스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메이저리그에 승격했습니다.
반면 최경환(5만), 최창양(4만), 김재영(20만), 서재환(10만) 등 초창기에 진출한 선수 중에도 아주 낮은 보너스를 받고 미국으로 건너간 선수들도 꽤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빅리그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가능성이 큰 선수들에게 높은 사이닝 보너스를 지급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적은 보너스를 받고 계약한 선수들은 성공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희박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적은 계약금의 선수는 미국과 도미니칸 등 중남미 선수들을 포함해 마이너에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근본적으로 그런 선수들을 그저 방목되는 수준입니다. 스스로 능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대부분 그저 금방 잊혀지는 존재가 될 뿐입니다.
최근 다시 많아진 우리 어린 선수들의 미국 진출이 우려되는 것도 바로 그 점입니다. 2001년 류제국(160만) 이후 미국에 진출한 26명 중에 100만 달러 이상의 입단 보너스를 받은 선수는 정영일(100만)과 이학주(115만) 둘 뿐입니다. 커브스의 유망주 이대은이 81만 달러를 받았고, 텍사스와 계약한 안태경이 80만 달러를 받았습니다.
그 외에는 5000달러를 받은 선수도 있고 10만 달러에 계약한 선수들도 많습니다. 그런 선수들은 구단에서 신경을 크게 쓰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심지어는 마이너에서조차 출전 기회도 자주 주지 않고 후보로 돌다가 벌써 야구를 접은 선수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도 에이전트와 스카우트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달콤한 감언이설에 현혹돼 내용도 잘 모르고 덜컥 계약을 했다가는 낭패를 보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마이너 선수에 대해 미국 에이전트들은 거의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 에이전트를 구하는 것이 유리한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에이전트를 구해야 한다는 아주 중요한 전제 조건이 따릅니다.
일부 에이전트 때문에 어린 선수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고 고생만 한 경우도 빈번합니다. 구대성을 비롯해 에이전트를 상대로 한 법적 분쟁도 나왔고, 지금도 여러 선수가 일부 에이전트와의 관계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에이전트 비는 구단과 계약할 때는 통상 7~10% 선이고,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들어가면 연봉의 5~7% 선입니다. 마이너리그 선수는 에이전트비가 없습니다.
미국의 야구 에이전트는 자격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등록제이기 때문에 에이전트 선정과정에서 반드시 심사 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스카우트와 직접 계약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스카우트는 구단 사람입니다. 그리고 실적이 중요합니다. 가능하면 좋은 선수를 적은 액수에 계약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반면 제대로 된 에이전트라면 30개 구단에 선수를 홍보해 가장 좋은 입단 보너스를 받고 선수를 계약합니다. 그러나 스카우트와 직접 협상을 한다면 일단 한 팀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데다, 만약 스카우트가 다른 팀으로 옮겨가기라도 하면 끈은 바로 끊어집니다.
제대로 된 에이전트를 구해 가능한 한 가장 좋은 계약을 맺고 진출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시작부터 어그러진다면 성공은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
애틀랜타의 더블A에서 마무리로 활약하던 정성기는 국내 복귀를 희망하고 있지만 이상한 제재 규정 때문에 국제 미아가 될 지경에 몰렸습니다.ⓒ민기자닷컴
|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투수 정성기(30)의 빅리그 진출 실패도 또 한 가지 본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 2002년 6월 동의대 재학 중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계약한 정성기는 2003년까지 애틀랜타 마이너에서 뛰다가 군복무로 공백이 있었지만 2007년 다시 애틀랜타가 데려갔을 정도로 애착을 가지던 선수였습니다.
하이 싱글A와 더블A에서 뛴 2007시즌에는 23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30의 눈부신 활약을 펼쳤습니다. 싱글A 올 해의 선수상을 받기도 했고, 작년 스프링 캠프 때는 메이저리그 경기에 몇 차례 뛸 정도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런데 단장이 교체된 작년부터 애틀랜타 구단에서 정성기를 점점 관심 밖에 두기 시작했습니다. 단장이 자신이 선택한 선수들에 대해서만 애정을 갖는 것은 미국 야구에서 흔히 있는 일입니다. 정성기를 아끼던 인물들은 실권을 잃었습니다.
올 시즌 트리플A에서 시작할 것이라던 약속을 지키지 않자 정성기는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습니다. 에인절스가 트레이드를 원했지만 정성기는 이젠 국내에서 뛰고 싶다는 소망으로 트레이드를 거절하고 국내 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모교인 순천 효천고에서 후배들과 훈련을 하면서 8월의 드래프트에서 선택되기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 시즌 초에 정해진 규정 때문에 그의 국내 야구 진출의 꿈에 제동이 걸리게 됐습니다.
이 규정은 ‘국내 고등학교 이상 재학 중 해외에 진출한 선수가 국내로 돌아올 때 2년간 입단 계약을 할 수 없고, 지도자로서도 국내 구단과 7년간 계약할 수 없다.’라는 것이 골자입니다. 국위선양을 한 해외파나 드래프트에서 국내 지명을 받지 않고 해외에 진출한 뒤 복귀를 희망하는 선수에 대해 2년의 유예기간 없이 국내 구단과 계약할 수 있도록 한 예외조항도 폐지됐습니다.
8개 구단 단장들은 지난 4월 28일 아마추어선수의 무분별한 해외진출 방지를 위한 특별대책회의를 열고 이 규정을 확정했으며, 이를 KBO가 4월 30일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상당히 큰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정성기를 비롯해 미국에 진출한 많은 선수는 국내에서 드래프트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에서 뛸 기회가 없었던 선수들까지 국내 복귀 후 2년간 뛸 수 없게 한다는 것은 불합리하고 너무 가혹한 조치라는 데는 관계자들도 조차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게다가 4월에 만든 이 규정을 그 전에 국외로 나간 선수들에게까지 소급 적용한다는 것 역시 분명히 무리가 있습니다. 정성기는 7년 전에 미국에 진출하고도 지난 4월에 만들어진 규정에 묶인 셈이 됩니다.
결정적으로 이 규정은 어린 선수의 취업 권리를 강제적으로 막는, 국민의 기본법에 저촉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또한 지난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제도로 이승학, 채태인, 송승준, 최희섭 등이 국내 복귀를 했는데 정성기나 다른 선수들은 안 된다는 것도 공평성에 어긋납니다.
.
우완 사이드암 투수 정성기의 마이너 시절 최고 구속은 148km를 약간 웃돌았습니다. 포심과 투심 패스트볼을 모두 던지며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업슛의 구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이너에서 총 143게임을 뛰면서 3승8패 47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했습니다.
.
우완 사이드암 투수 정성기의 마이너 시절 최고 구속은 148km를 약간 웃돌았습니다. 포심과 투심 패스트볼을 모두 던지며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업슛의 구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이너에서 총 143게임을 뛰면서 3승8패 47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했습니다.
30일 트레이드에 참가할 수 없다는 통고를 받은 정성기는 “그동안 복귀 가능성을 타진하느라 KBO를 찾아다니고 법적으로도 알아보고 하느라고 진이 빠졌다. 지금도 에인절스에서는 관심이 있다고 연락이 온다. 그러나 이젠 국내에서 뛰고 싶은데, 이러다가 야구를 하려면 다시 미국으로 가야하는 것 아닌지 암담하다.”라며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정성기는 이 규정의 법적인 해석에 대해 변호사에게 자문한 상태입니다.
정성기가 국내 프로에서 성공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선수들의 복귀 시도 자체를 강제로 막는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
2001년 시애틀에서 열린 올스타전 퓨처스게임 인터내셔널팀 대표로 나선 서재응과 송승준도 아쉬움을 뒤로 하고 국내로 돌아왔습니다.ⓒ민기자닷컴
|
어린 유망주들의 대거 해외 유출은 본인들에게나 국내 야구에나 분명히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국내 프로야구계의 우려도 당연합니다. 유영구 KBO 총재는 버드 셀릭 MLB 커미셔너에게 직접 그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책과 제재규정 등에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현재의 규정은 선수들의 미래를 완전히 막아버리는 맹점이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선수들이 집단 소송이라도 벌인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떠나간 선수들의 복귀 시 제재를 할 것이 아니라 사전에 실상을 제대로 알리고 교육을 하는 것이 우선이 돼야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린 나이에 미국 야구에 도전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길이며, 마이너리그가 대단히 험한 과정인데다 절대로 성공이 보장될 수 없다는 것을 선수들과 부모들에게 정확히 인식시키는 것입니다.
고교 졸업 후 미국에 진출하면, 탄탄대로를 밟는다 해도 적어도 5년은 잡아야 빅리그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성공했을 경우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은 이미 우리 선수들의 도전사에 전례가 남아있습니다.
미국 야구 진출의 바람직한 방향은 국내 프로에서 기량을 갈고 닦아 야구 선수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후에 해외진출을 노리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기존의 국내 프로 선수들이 미국 진출의 문을 열어줄 시도가 당연히 선행돼야 합니다. 김태균이나 이범호 등 올 시즌 후에 FA가 되는 선수들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그 외에도 9년이 지나야 FA가 되는 현 제도 등도 조금 손을 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유혹은 대단히 달콤하지만 동시에 아주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어린 선수들과 부모들이 직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어떤 난관도 극복하고 도전해보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그때는 최상의 선택으로 가능하면 성공 가능성을 최대한 늘일 수 있는 바른 길을 밟아야 합니다. 그렇게 최상의 선택을 해서 도전해도 험하고 멀기만 한 고지가 메이저리그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