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17
OSEN= 박승현 기자
[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강정호의 출국 기자회견을 접했을 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어차피 메이저리그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겠지 하는 생각이었지만 이제 팀의 단장도 언급한 만큼 강정호도 알아뒀으면 하는 마음이 생겨 몇 자 적는다.
강정호는 출국 인터뷰에서 “내게 기회만 충분히 준다면 유격수를 맡고 있는 선수보다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돈 보다는 도전이 중요하다. 꾸준히 기회를 받는 게 중요하고 만족한다. 기회를 얻으면 유격수로 활약할 자신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꾸준한 기회와 관련해서는 “전반기까지만 기회를 주면 자신 있다”고 밝혔다.
강정호는 출국 인터뷰에서 “내게 기회만 충분히 준다면 유격수를 맡고 있는 선수보다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돈 보다는 도전이 중요하다. 꾸준히 기회를 받는 게 중요하고 만족한다. 기회를 얻으면 유격수로 활약할 자신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꾸준한 기회와 관련해서는 “전반기까지만 기회를 주면 자신 있다”고 밝혔다.

한국프로야구 출신 1호 타자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이 정도 각오는 사실 큰 문제가 없을 것도 같다. 더구나 고명딸 시집 보내는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야구팬들을 위해서 이 정도 당찬 각오도 없다는 것은 어딘지 약해 보이기도 한다.
만약 강정호의 인터뷰가 한국에서만 퍼졌다면 100점짜리 인터뷰였다. ‘문제’는 세상이 좁아진 데 있다. 강정호의 인터뷰 내용은 실시간에 가깝게 영문으로 번역됐고 피츠버그 지역 매체 기자들의 트위터를 타더니 이어 거의 모든 미디어에 소개되기에 이르렀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일단 미디어의 손에 들어가면 자극적이 된다. 현지 기자들은 강정호가 말한 “돈 보다는 도전이 중요하다. 꾸준한 기회를 받는 게 중요하고 만족한다”라는 말에 주목하지 않았다. “꾸준하게 출장할 수 있다면 그 선수(유격수 조디 머서)를 이길 수 있다”고 한 발언에 주목했다.
이들은 강정호의 이 발언을 제목으로 뽑거나 기사의 핵심으로 소개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머서에게 “한국에서 오는 강정호가 이런 말을 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댔다(피츠버그의 한 지역지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머서의 생각을 물으려고 머서가 훈련을 끝내고 돌아오기 기다렸지만 비행기 시간 때문에 할 수 없이 떠났다’는 멘션을 남기기도 했다).
이게 뭐가 문제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렇다면 17일 피츠버그 닐 헌팅턴 단장의 지역 매체들과 전화 인터뷰 발언을 봐야 한다. 헌팅턴 단장은 ‘유격수 발언’과 관련 “강정호의 발언은 정확하게 번역되어 전달된 것 같지 않다. 강정호는 자신감에 차 있고 자신이 메이저리그 수준에서도 선발 출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다분히 순화됐고 수습용이라고 봐도 좋을 발언이다. 이유가 있다. 메이저리그나 다른 미국 스포츠에서 선수들이 인터뷰할 때 다른 선수의 이름을 딱 집어 말하는 것은 대부분 칭찬할 때이다. ‘ 뭘 저 정도까지’할 정도로 칭찬을 해댄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대개 싸움이 붙었을 때뿐이다.
미국 기자들이 거두절미하고 ‘머서를 이길 수 있다’는 대목에만 꽂혔던 것은 쉽게 볼 수 없었던 인터뷰였기 때문이다(거두절미한 잘못도 분명히 있지만 이것은 번역된 인터뷰가 미국으로 전달되는 과정과도 관계가 있다). 거기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아 이 선수가 굉장히 공격적인 성향이구나’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심하면 ‘예의가 부족하네’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일단 미디어의 손에 들어가면 자극적이 된다. 현지 기자들은 강정호가 말한 “돈 보다는 도전이 중요하다. 꾸준한 기회를 받는 게 중요하고 만족한다”라는 말에 주목하지 않았다. “꾸준하게 출장할 수 있다면 그 선수(유격수 조디 머서)를 이길 수 있다”고 한 발언에 주목했다.
이들은 강정호의 이 발언을 제목으로 뽑거나 기사의 핵심으로 소개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머서에게 “한국에서 오는 강정호가 이런 말을 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댔다(피츠버그의 한 지역지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머서의 생각을 물으려고 머서가 훈련을 끝내고 돌아오기 기다렸지만 비행기 시간 때문에 할 수 없이 떠났다’는 멘션을 남기기도 했다).
이게 뭐가 문제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렇다면 17일 피츠버그 닐 헌팅턴 단장의 지역 매체들과 전화 인터뷰 발언을 봐야 한다. 헌팅턴 단장은 ‘유격수 발언’과 관련 “강정호의 발언은 정확하게 번역되어 전달된 것 같지 않다. 강정호는 자신감에 차 있고 자신이 메이저리그 수준에서도 선발 출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다분히 순화됐고 수습용이라고 봐도 좋을 발언이다. 이유가 있다. 메이저리그나 다른 미국 스포츠에서 선수들이 인터뷰할 때 다른 선수의 이름을 딱 집어 말하는 것은 대부분 칭찬할 때이다. ‘ 뭘 저 정도까지’할 정도로 칭찬을 해댄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대개 싸움이 붙었을 때뿐이다.
미국 기자들이 거두절미하고 ‘머서를 이길 수 있다’는 대목에만 꽂혔던 것은 쉽게 볼 수 없었던 인터뷰였기 때문이다(거두절미한 잘못도 분명히 있지만 이것은 번역된 인터뷰가 미국으로 전달되는 과정과도 관계가 있다). 거기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아 이 선수가 굉장히 공격적인 성향이구나’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심하면 ‘예의가 부족하네’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나마 미국기자들의 보도를 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전반기까지 꾸준한 기회를 준다면’이라는 대목이 없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부분도 현지 기자들은 17일 헌팅턴 단장과 인터뷰에서 비슷하게나마 짚었다. 헌팅턴 단장은 “강정호를 상대하는 투수만이 피츠버그에 그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고 답했지만 사실 이 대목도 그대로 번역되었으면 아슬아슬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선수가 꾸준한 출장을 보장 받는 경우는 두 가지 중 하나다. 리빌딩 중인 팀이 유망주에게 그렇게 하는 것과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계약한 경우다. 아쉽게도 피츠버그나 강정호 둘 다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머지는 마이너리그 루키리그에 속해 있는 선수부터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으로 뛰었던 선수까지 오직 경쟁을 통해서 출장기회를 잡을 수 있을 뿐이다. 자칫하면 ‘쟤 왜 저래”라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이상이 한국팬들에게 당연해 보였던 강정호의 출국 전 인터뷰가 며칠 동안 기자들의 기사 거리나 질문 거리가 된 이유다.
그럼 어떻게 인터뷰하는 게 ‘메이저리그용’일까. 머서의 인터뷰에 답이 있다. “자신감에 차서 메이저리그에 온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자신감은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한다. 우리가 한 가지 목표를 함께 바라보며 능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으로 무장한다면 이 팀에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정호가 오는 것이) 무척 기대된다.”
머서라고 해도 한국에서 엄청난 파워를 갖고 있는 선수가 오는 것이 신경 쓰일 것이다. 거기다 자신을 자극하는 듯한 질문 거리를 갖고 와서 물어보는 기자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답은 저랬다. ‘능력을 바탕으로 한’이라는 말 속에 뼈를 숨겨 놓기만 했다.
당분간 강정호는 미디어의 시선 속에서 움직이게 될 것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 운운하지 않더라도 빨리 메이저리그 혹은 미국 문화에 적응해 공연한 일로 주목 받을 필요는 없다.
강정호가 참고할 만한 두 가지 더.
메이저리그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매체의 대소를 불문하고 인터뷰 때 녹음기를 사용한다. 당장 기사로 쓰지 않아도 인터뷰 내용은 녹취해서 따로 저장한다. 그런 다음 필요할 때 꺼내 쓴다. 시간이 흘렀어도 앞서 한 발언을 뒤집거나 모순되면 귀신 같이 옛날에 한 말을 찾아낸다.
메이저리그에서 선수가 꾸준한 출장을 보장 받는 경우는 두 가지 중 하나다. 리빌딩 중인 팀이 유망주에게 그렇게 하는 것과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계약한 경우다. 아쉽게도 피츠버그나 강정호 둘 다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머지는 마이너리그 루키리그에 속해 있는 선수부터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으로 뛰었던 선수까지 오직 경쟁을 통해서 출장기회를 잡을 수 있을 뿐이다. 자칫하면 ‘쟤 왜 저래”라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이상이 한국팬들에게 당연해 보였던 강정호의 출국 전 인터뷰가 며칠 동안 기자들의 기사 거리나 질문 거리가 된 이유다.
그럼 어떻게 인터뷰하는 게 ‘메이저리그용’일까. 머서의 인터뷰에 답이 있다. “자신감에 차서 메이저리그에 온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자신감은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한다. 우리가 한 가지 목표를 함께 바라보며 능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으로 무장한다면 이 팀에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정호가 오는 것이) 무척 기대된다.”
머서라고 해도 한국에서 엄청난 파워를 갖고 있는 선수가 오는 것이 신경 쓰일 것이다. 거기다 자신을 자극하는 듯한 질문 거리를 갖고 와서 물어보는 기자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답은 저랬다. ‘능력을 바탕으로 한’이라는 말 속에 뼈를 숨겨 놓기만 했다.
당분간 강정호는 미디어의 시선 속에서 움직이게 될 것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 운운하지 않더라도 빨리 메이저리그 혹은 미국 문화에 적응해 공연한 일로 주목 받을 필요는 없다.
강정호가 참고할 만한 두 가지 더.
메이저리그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매체의 대소를 불문하고 인터뷰 때 녹음기를 사용한다. 당장 기사로 쓰지 않아도 인터뷰 내용은 녹취해서 따로 저장한다. 그런 다음 필요할 때 꺼내 쓴다. 시간이 흘렀어도 앞서 한 발언을 뒤집거나 모순되면 귀신 같이 옛날에 한 말을 찾아낸다.
이런 판이니 가급적 기자의 녹취록에 담겨 있다가 나중에 쓰일 발언은 하지 않는 게 상수다(이래서 정치인들의 헛소리가 좀 적은 것도 같다).
또 하나는 LA 다저스 류현진이다. 메이저리그에서 2년을 지내는 동안 류현진은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큰 화제가 된 적이 없다. 모든 인터뷰에서 정답만을 말한다. 때로는 교체 시기나 상대 타자와의 승부에서 불만이 있을 법한 상황이 있어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는 늘 교과서에 나올 만한 답변으로 비켜갔다.
강정호가 현지 적응을 위해 영어도 열심히 공부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길게 적은 것들이 다 쓸데 없는 소리가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nangapa@osen.co.kr
또 하나는 LA 다저스 류현진이다. 메이저리그에서 2년을 지내는 동안 류현진은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큰 화제가 된 적이 없다. 모든 인터뷰에서 정답만을 말한다. 때로는 교체 시기나 상대 타자와의 승부에서 불만이 있을 법한 상황이 있어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는 늘 교과서에 나올 만한 답변으로 비켜갔다.
강정호가 현지 적응을 위해 영어도 열심히 공부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길게 적은 것들이 다 쓸데 없는 소리가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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